먼지 털어내기

by 윤혜석 posted Jun 21,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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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 털어내기

말소리도 먼지 되고
숨소리도 먼지 되어
적막한 집 구석구석 먼지가 쌓인다.

깊숙히 누워 있는 차곡한 먼지
뽀얀 햇발 받아 부시시 일어난다.
창을 열고 먼지를 털어낸다.
먼지 쌓인 곳이 집안 뿐이랴

세상은 꽃으로 가득하고 꽃들은 노래하는데  
꽃이 되지 않는 것을 품은 마음에 먼지가 쌓인다.  

내 안에 쌓인 먼지가 바람에 폴폴 일어난다.  
바람따라 날아서 내게서 멀어진다.
무겁던 생각 바람 타고 흩어지고  
마당 고운 꽃밭의 소곤거리는 꽃들의 노래
힘겨운 숙제가 그 속에 묻힌다.

산 아래 호수는 바람을 일으키고
바람 맞으며 휘돌아 나온 호수에서 먼지를 씻는다.

말하듯이 숨쉬듯이
다시 먼지는 쌓이고  
바람을 품은 호수
또 다시 나는 먼지를 털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