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한 가족

by 강민경 posted Nov 16,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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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한 가족/강민경


    
햇빛 밝은
알라모아나* 공원 푸른 잔디밭에 앉아
점심을 꺼내는데
작은 새 한 마리 저만큼에서
머리통 갸웃거리는 재롱이 한참 귀엽다
사실은 내가 그들을 불러들였다

고소한 밥 냄새 따라온  
비둘기 두서너 마리
목 깃털 빳빳이 치켜세운
뾰족한 부리에 채워 팍팍한 힘
콕콕  
사납게 작은 새를 쫓아낸다

암비둘기와  아기 새들에게
어서들 와서 먹으라는 신호였는가!
금방 먹어 치울 듯
입으로 조물 조물 요리를 끝내자
이리 쪼르르 저리 쪼르르
앞 다퉈 배 불리고
어느새
아버지의 울타리 밖 언제였냐는 듯
오글오글
어머니 포근한 날개 밑을 파고드는
그쪽 보다는

부스러기라도 감사히 받는
작은 새의 세상에 위로를 얻는
우리는 모두
엉뚱하지만
한 가족으로 평화롭다



                      *        알라모아나: 하와이 바닷가에 있는 = 공원 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