젓가락
2018.07.24 15:02
젓가락
김수영
버드나무 가지 잘라 만든
젓가락으로 도시락 먹었지
껍질을 벗기면 초록 속살 향기에
반찬이 없어도 맛있게 먹던 어린 시절
나무젓가락, 놋젓가락, 스테인리스 젓가락
시골 봄에 모 심기를 끝내고
논두렁에 앉아 막걸리 마시며
젓가락으로 술 주전자를 두드리며
노랫가락을 뽑아 올렸지
멱 따는 소리지만
어찌 그리 구성지게 들리는지
젓가락에 장단 맞추어 흥이 나면
어깨를 들썩이며 춤도 추었지
금수저, 은수저, 흙수저
사치스러운 은유 빗대는 세상
역겹다
반찬 집어 서로의 입에 넣어 주시던
부모님의 대나무 젓가락 사랑
고향산소에 엄마 아빠 정답게
나란히 젓가락 되어 누워있네.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299 | 강원도 산불을 보면서 | 김수영 | 2019.04.26 | 78 |
298 | 전기가 없는 세상에 살아보니 | 김수영 | 2019.04.26 | 107 |
297 | 대나무 숲/시 | 김수영 | 2019.03.27 | 82 |
296 | 내가 만난 '애국자' 스코필드 박사 | 김수영 | 2019.03.27 | 57 |
295 | 부자와 가난한 자 | 김수영 | 2019.02.03 | 94 |
294 | '팔순 시집' 출판기념회를 마치고 [1] | 김수영 | 2018.12.14 | 128 |
293 | 첫눈이 내리는데/시 | 김수영 | 2018.12.14 | 80 |
292 | 그냥 그대로가 좋소/시 | 김수영 | 2018.12.14 | 68 |
291 | 북가주에서 생각한 포카혼타스 | 김수영 | 2018.12.14 | 65 |
290 | 링컨 박물관이 처한 어려움 | 김수영 | 2018.12.14 | 66 |
289 | 달라진 미스 아메리카 심사기준 | 김수영 | 2018.10.05 | 87 |
288 | 자랑스러운 '학술원 회장' 오빠 [1] | 김수영 | 2018.08.01 | 107 |
» | 젓가락 | 김수영 | 2018.07.24 | 69 |
286 | 아름다운 식당 '요산재' | 김수영 | 2018.07.24 | 83 |
285 | 머리카락 선물 | 김수영 | 2018.07.24 | 132 |
284 | 갑자기 경찰이 따라왔다 | 김수영 | 2018.05.02 | 92 |
283 | 이갑수 시인의 '신은 망했다' [1] | 김수영 | 2018.03.22 | 118 |
282 | 북한의 특사, 김여정의 눈물 [2] | 김수영 | 2018.03.19 | 109 |
281 | 백악관의 매그놀리아 트리 [1] | 김수영 | 2018.02.17 | 98 |
280 | 잊을 수 없는 누명/중앙일보 '이 아침에' [1] | 김수영 | 2018.02.04 | 9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