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 재래시장 골목길에 /강민경
구로 재래시장으로 가는 골목
모퉁이 길가 성근 나무그늘 아래
왁자한 매미 소리는
손님을 부르는 상인들의 외침으로 들립니다
좌판 그늘 밑에서
마분지 자리 깔고
손 부채질로 잠투정하는 손자를 달래며
진땀 빼는 몇몇 할머니들의 자장가 소리는
짝을 찾아 종족 보존을 꿈꾸는 애절한
매미울음을 닮았습니다.
세상일이라는 것이
내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여름 더위 식혀 줄 비나 좀 내려
비실거리는 나뭇잎과 사람들의 갈증을
풀어 주면 좋겠는데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 야속하기만 합니다
차라리, 손자에게 붙들려
당신을 잃어버린 할머니들이나
손님 부르는 구로동 재래시장 사람들의 삶의 외침이
한여름 무더위 속 무력한 삶에 매미 소리처럼
생기 불어넣는 이열치열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