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8.16 07:15
무궁화가 피었어요 무궁화가 문을 활짝 열어젖혔습니다. 소문을 지피지 않아도 이른 아침부터 찾아온 벌들, 노란 옷 한 벌 걸쳐 입듯 온몸에 꽃가루를 묻혀 나갑니다. 꽃그늘에 들어봐야 무궁화의 매력을 알게 됩니다. 꽃잎 저 안쪽 발간 속살은 남몰래 감춘 열정, 연노랑 꽃술은 갈 길 잃은 이에게 방향을 일러주는 횃불입니다. 백여 일간 꽃이 피고 지기를 반복함은 끈질긴 생명력입니다. 볼수록 정이 드는 나무는 제 본분 다하는 미더운 사람 같습니다. 분내 옅은 수수한 여인 같지만 다섯 장 꽃잎은 볼륨 있는 몸매를 숨긴 우단 치마입니다. 바람이 불 때면 허벅지를 드러내는 시폰치마와는 멀어 보입니다. 그래서 단아한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일까요. 한 생을 잠근 꽃들이 바닥에 누워있습니다. 어디에도 상한 흔적이 없습니다. 꽃잎이 뜯겨나가지도 않았고 구차한 속이 드러나는 험한 꼴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호상입니다. - 최연수 시인 |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2127 | 뛰어다니는 이름 | 최연수 | 2018.08.09 | 61 |
2126 | 새로운 도전 | 전용창 | 2018.08.09 | 62 |
2125 | 영등포 어머니들 | 김창영 | 2018.08.10 | 5 |
2124 | 더 좋더라 | 김학 | 2018.08.11 | 7 |
2123 | 三戒 | 두루미 | 2018.08.11 | 7 |
2122 | 폭염 속 텃밭 풍경 | 신효선 | 2018.08.12 | 6 |
2121 | 탁영금 | 김길남 | 2018.08.13 | 7 |
2120 | 여유가 있는 아침 | 이진숙 | 2018.08.13 | 4 |
2119 | 고춧가루를 장만하고 | 이진숙 | 2018.08.13 | 7 |
2118 | 매미의 계절 | 김현준 | 2018.08.14 | 4 |
2117 | 책 읽는 여름 | 이해숙 | 2018.08.14 | 6 |
2116 | 양산과 부산을 둘러보고 | 백남인 | 2018.08.14 | 5 |
2115 | 여름 가족나들이 | 김명희 | 2018.08.14 | 1456 |
2114 | 태극기 | 전용창 | 2018.08.15 | 4 |
2113 | 111년만의 폭염 특보 | 임두환 | 2018.08.15 | 5 |
2112 | 폭염과 정전 | 김학 | 2018.08.15 | 5 |
2111 | 공짜심리 | 한성덕 | 2018.08.16 | 5 |
» | 무궁화가 피었더라 | 최연수 | 2018.08.16 | 5 |
2109 | 마상주 | 오창록 | 2018.08.16 | 10 |
2108 | 잘 자야, 잘 산다 | 두루미 | 2018.08.17 | 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