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가 본 세상

2018.09.03 07:41

전용창 조회 수:2

참새가 본 세상

꽃밭정이수필문학회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목요야간반 전 용 창

 

 

 

 

 

 “아침이 밝는구나 / 언제나 그렇지만 / 오늘도 재 너머에 /

낟 알갱이 주우러 나가봐야지(중략) / 커다란 방앗간에 /

집을 짓고 오손도손 살아봐야지….

 

 참새를 사랑하는 가수 송창식은 '참새의 하루'라는 노래를 작사, 작곡하여 스스로 노래까지 불렀다. 이 노래를 들으면 참새의 고달픈 하루의 삶과 희망을 엿볼 수 있다. 참새는 낟 알갱이 주우러 하루 종일 분주히 나다니고, 그의 희망은 오로지 배고픔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앗간 한쪽에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일이었다.

 

  어제 아침 공원에 나가니 참새들이 새벽 공기를 마시며 짹짹거리고 있었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모였다가는 흩어지고 다시 모이기를 반복했다. 하늘거리는 느티나무 가지로 날아와서는 사뿐히 내려앉는다. 그렇게 참새의 비행은 여러 번 계속되었다. 아기 참새를 먼저 날게 하고  엄마 참새도 뒤따라서 날았다. 비행은 인근 아파트 화단에서 잔디밭으로 이어졌다. 비행을 하면서도 “짹 짹 짹 짹”하며 조잘댄다. 나는 참새들이 이른 아침 무슨 일을 하는지 보려고 느티나무에서 멀리 떨어졌다. 수 십 마리의 참새 떼가 화단에서 잔디밭으로 활강을 하며 비행기술을 뽐냈다. 그리고는 잔디밭에 사뿐히 내려와 앉았다. 여러 차례 활강을 하니 잠자던 나방이와 풀벌레가 놀라서 깨어났다. 참새는 나방이를 몇 번 쫓고는 물고 날아가는 게 아닌가. 참새가 떼를 지어 활강한 것은 벌레들을 놀래게 하여 달아나도록 그물망을 좁혀온 것이었다. 내가 멀리 가니 “짹 짹” 소리를 내지도 않았다. 참새가 소리를 내는 것은 내가 자기들의 영역에서 나가라고 시위한 것임을 예전에는 몰랐다.

 

  참새와 제비는 사람이 사는 곳에 집을 짓는다. 참새는 초가지붕 끝자락을 뭉개서 은폐된 구멍의 집을 만들고, 제비는 사람이 받침대를 만들어준 처마 밑에 집을 짓는다. 둘은 똑같이 해충을 잡아먹기에 매우 유익한 새다. 그런데 제비는 곡식이 익어가면 날씨가 추워지니 곡식에는 손을 데지도 않고 멀리 강남으로 날아가기에 길조라고 보호받고, 참새는 같은 수고를 하고도 곡식을 먹기에 푸대접을 받는다. 그렇게 버림을 받고도 일 년 내내 고락을 함께하며 주인 곁을 떠나지 않는다. 그런데 나는, 참새가 나방을 물고 가는 것을 보고는 '참새가 곡식을 먹는 것은 자신의 노동의 대가를 주인이 주지 않기에 당연히 손수 챙기는 거구나!'라고 깨달았다. 그가 한 노동은 어린 벼가 해충에 시달리지 않고 무럭무럭 잘 자라서 많은 결실을 하도록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해충을 잡아 주었다. 그 옛날 우리 조상들은 참새가 해충을 잡아주니 고마워서 지금처럼 추수를 다 거둬들이지 않고 이삭을 남겨서 먹게 하였다. 그러한 고마움에 보답이라도 하듯 이삭을 먹은 참새는 겨울에는 사람에게 보양식으로 단백질을 공급했다.

 

  그 옛날 러시아의 프리드리히 대왕은 자기가 좋아하는 ‘버찌’를 참새가 먹어치우는 것에 화가 나서 참새를 모조리 잡아들이라고 명령했다. 그리고 한 해 두 해가 지나자 벚나무에 해충이 만연하여, 겨울눈뿐만이 아니라 겨우 돋아난 잎마저도 먹어치워 벚나무가 형편없게 되었다. 결국 참새의 역할이 지대함을 알게 된 대왕은 참새를 보호하라고 명령했다. 중국에서도 ‘사해(四害) 추방 운동’을 펼쳤다. , 참새, 파리, 모기 등 해충들을 전멸시키는 운동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잡아들인 참새들은 손수레에 실려 먹거리로 장에 팔려나갔다. 그런데 참새가 줄어들면 줄어들수록 논밭에는 해충이 더욱 극성을 부려 흉작의 원인이 되어버렸다. 뒤늦게 참새의 이로움을 알게 되었고, 이후로 참새는 사해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참새의 개체수가 적어지면 적어질수록 해충이 늘어나서 농약을 많이 살포해야 하고, 그렇게 되면 사람들은 농약성분의 곡식을 점점 더 많이 먹어야 한다. 참새와 공존할 수는 없을까? 우선 눈앞에 보이는 곡식의 낟 알갱이를 한 톨이라도 더 곳간에 쌓아 두어야만 하는가. ‘참새’, 이름 그대로 진실한 새가 아니던가. 무노동을 하고서 대가를 바라는 것도 아니다. 적당한 노동의 대가를 많이도 아니고 그저 밥만 먹게 해달라는 게 아닌가? 그들은 인간의 세계를 어떻게 바라볼까? 약육강식과 유전무죄 무전유죄 세상이고, 승자독식의 세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을까?

  오늘 아침 봉지에 잡곡을 넣어가지고는 다시 그 자리로 갔다. 화단에도, 잔디밭에도 골고루 뿌려 주었다. 참새는 쉽사리 내려와서 먹지 않았다. 인간이 안 하던 짓을 한다고 멍하니 바라만 보았다. 

 “참새야, 너를 잡으려고 하는 게 아니야. 너의 고마움을 이제야 안 것뿐이야.

나는 참새가 아침식사를 하도록 내버려두고 집으로 돌아왔다.

                                              (2018. 9.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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