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추월석(仲秋月夕)

2018.09.08 22:07

정용진 조회 수:39

중추월석(仲秋月夕)
                                                정용진 시인
 

고요히 잠을 청하는

뒷동산 마루에

한 아름 둥근 보름달이 솟아오른다.

 

아낙들이 수다를 섞어 빚은 햇 송편으로

차례를 지내고

돗자리를 둘러메고, 주과포를 차려

윗 어른들을 따라

조상님들의 산소를 찾아

성묘를 올리고

음복(飮福)을 끝낸 후

산길을 내려오면

소슬한 늦가을 바람이 옷깃에 스며든다.

 

붐비는 귀성길을 따라

고향을 단숨에 달려온 옛 친구들

이웃 처녀는 출가를 하고

낯선 새댁이 어색한 눈길을 준다.

 

한해의 농사를 땀으로 엮고

황금들에 고개를 숙인

오곡들의 성숙을 바라보면서

중추월석(仲秋月夕)의 계절에

너와 나의 염원도

알곡으로 영글기를 기원한다.

 

추석(秋夕)은

일터를 찾아 사방으로 흩어졌던

정든 사람들이 다시모여

한해의 추수를 감사하며

강강술레 합창을 부르며

사랑을 나누는 달

윤기 흐르는 보름달이

또 하나의 풍년을 약속해준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44 나와 너 정용진 2006.11.01 877
743 만남의 詩學/정용진 시인 정용진 2015.09.04 875
742 조포(潮浦) 나루 정용진 2009.03.18 875
741 장미 가시 정용진 2004.07.18 873
740 < 조시> 민주주의자 김근태님 영전에 정용진 2012.01.04 870
739 새소리 정용진 2007.09.16 870
738 심심하다 정용진 2010.05.12 869
737 원정(園丁) 정용진 2009.10.03 869
736 사랑 (Love) The International 정용진 2003.06.20 865
735 잡년들의 행진 정용진 2011.07.16 864
734 무지개 정용진 2009.09.17 863
733 흔적(痕迹) 정용진 2006.09.15 862
732 소리 정용진 2010.02.27 861
731 낙화암(落花巖) 정용진 2010.10.01 860
730 수박 꽃 정용진 2007.09.02 860
729 GU GOK WATERFALL Yong Chin Chong 2006.05.23 857
728 정용진 2007.09.08 856
727 먼 후일 정용진 2007.06.30 853
726 석류(2) 정용진 2009.11.24 852
725 달력 한 장 정용진 2006.11.28 851

회원:
2
새 글:
0
등록일:
2015.02.14

오늘:
0
어제:
3
전체:
291,5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