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릿길도 한 걸음부터

2018.09.25 10:45

임두환 조회 수:4

천릿길도 한 걸음부터 

 안골은빛수필문학회  임두환  

 

 

 

 

   가슴벅찬 날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918일부터 23동안 3차 남북정상회담을 갖고자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껴안고 반갑게 인사를 나눈 뒤 북한군의장대 사열에 들어갔다.  

  이날의 위용(偉容)은 남북정상의 카퍼레이드였다. 우리나라 대통령으로서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얼마나 의젓하고 당당하던지 가슴이 벅차올랐다. 순안공항에서 평양시가지 도로를 거쳐 금수산태양궁전, 백화원영빈관 코스로 이동하는 동안 연도에 나온 10여 만 평양시민들이 열렬히 환호했다. 형형색색의 한복과 양복차림의 시민들은 붉은 꽃술과 한반도기를 흔들며 조국통일을 외쳤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일은 있었다. 외국국빈을 맞이할 때면 으레 환영인파를 동원했다. 돌이켜보면, 나라살림이 어려웠던 이승만과 박정희 정권 때 더욱 그랬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918일 오후 340분쯤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본부 청사를 방문했다. 우리나라로 치면 청와대나 다름없는 곳이다. 먼저 나와 기다리고 있던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악수를 나누고는 로비에 마련된 방명록에 서명했다.

  “평화와 번영으로 계례의 마음은 하나! 2018. 9. 18. 대한민국 대통령 문재인"

 이어서 두 정상은 2층 회담장으로 이동했다. 오후 345분부터 545분까지 2시간동안 백두산천지사진이 걸린 회담장에서 1차 회담을 가졌다. 회담을 마친, 두 정상의 표정은 그리 밝아 보이지 않았다. 잘 돼야 할 터인데 싶으니 내심 걱정이었다, 이들은 평양대극장에서 열린 삼지연관현악단연주를 감상한 뒤, 저녁 7시부터 두 시간 가량 목란관 공식만찬을 끝으로 첫날 공식행사를 마쳤다.    

 

 919일 둘째날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묵던 백화원영빈관에서 2차 정상회담이 있었다. 회담을 마치고 나온 두 정상의 표정은 밝아보였다. 무슨 일이 잘 돼가고 있구나 싶었다. 이들은 전 세계인이 지켜보는 앞에서 공동선언합의문에 서명했다.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를 핵무기도, 핵위협도 없는 평화의 땅으로 만들기 위해 두 정상이 적극 노력했다.”고 선언했고, 김 위원장은

  “지난 봄 한반도에는 평화와 번영의 씨앗이 뿌려졌고, 오늘은 가을의 평양에서 평화와 번영의 결실을 맺었다.

고 강조하면서, ‘미국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한다면 영변핵시설의 영구적 폐기를 취하겠다.’고 확답했다. 그는 빠른 시기에 미국으로부터 종전선언을 얻어낸 뒤, 경제발전에 집중하려는 속셈을 내보였다.  

 

 23일의 평양정상회담 기간 중 가장 성공적이었던 것은, 15만 평양시민을 상대로 한 문재인 대통령의 연설이었다.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북쪽에서 대중연설을 하게 된 것이다. 평양 능라도 51경기장을 꽉 메운 관중들에게 김 위원장이 직접 나서 문 대통령을 소개했다.

   “오늘의 이 순간 역사는 훌륭한 화폭으로 길이 전할 것입니다. 우리 모두 문재인 대통령에게 열광적인 박수와 열렬한 환호를 보내줍시다.

라며, 관중들의 환호를 이끌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연설에서 ‘한반도에서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렸음을 8천만 겨레와 전 세계에 엄숙히 천명한다. 우리민족은 함께 살아야 한다. 우리는 5천년을 함께 살고 70년을 헤어져 살았다. 백두에서 한라까지 아름다운 우리 강산을 영구히 핵무기와 핵 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 후손에게 물려주자.’고 거듭 강조했다. 연설 한마디 한마디를 할 때마다 능라도 5․1경기장의 평양시민들은 열렬한 기립박수갈채를 보냈다. 대한민국 국민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 제일 감동받았던 것 중 제1순위는 단연코, 평양 능라도 51경기장에서 있었던 대통령의 연설이었다.

 

 평양방문 마지막 날,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함께 해발 2,750m 백두산정상, 장군봉에 올랐다. 민족의 역사에 기리 남을 한 편의 드라마였다. 1년에 30일 밖에 볼 수 없다는 백두산 천지는 그날따라 날씨가 어찌나 맑고 화창하던지, 모든 일이 잘 풀릴 듯싶었다. 김 위원장은 ‘중국에서는 천지를 내려갈 수 없지만 우리는 천지에서 손을 씻고 발을 담글 수 있다.’며 만면에 웃음을 띠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천지 깊이를 물어보자, 김 위원장은 머리를 긁으며 머뭇거렸다. 그때였다. 옆에 서있던 리설주 여사가 재치있게, 375m라고 대답했‘백두에서 해맞이를 하고 한라에서 통일을 맞는다는 노래가 있습니다.’라며 서먹해진 그 순간의 어색한 분위기를 넘겼다.  

   

 두 정상은 천지가 내려다보이는 장군봉에서, 맞잡은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기념촬영을 했다. 그러고는 뜻밖에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측 대표단도 대통령 모시고 사진을 찍으시죠. 제가 찍어드리면 어떻겠습니까?

참으로 재치 있고, 솔직하면서도 당당한 모습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920일 오후 536, 23일 동안의 평양방문을 마치고 돌아왔다. 3차 평양정상회담에서 13차례 20여 시간의 만남을 가졌다. 9월 평양 공동선언문의 6개 항목은 핵․ 전쟁 없는 한반도실현으로, 사실상 종전선언이나 다름없었다. 멈칫했던 북미간의 관계에 다시 물꼬를 터놓았으려니 싶다.  

 

 ‘천릿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속담이 있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올 안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서울을 방문할 것이라고 했다. 서울 방문이 이루어지면 북측 최고지도자로서는 분단 70년 역사상 처음 일이 된다. 너무 조급하게 서두를 일은 아니다. 차근차근 다가서다보면 언젠가는 평화와 통일의 그날이, 우리 곁에 찾아올 것이 아니겠는가?                                      

                                             (2018. 9.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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