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편지 / 성백군
가을에는 편지를 써요
하늘이 맑잖아요
저 맑은 하늘을 바람이 손끝에 찍어
나뭇잎에 새기네요
산도 들도
우리 집 마당의 감나무도
가을을 알고 싶어서
빨갛고 노랗고 단풍들었네요
살다가 지친 것
싸우다가 터진 것,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한 것들이
이제는, 혈기 세우지 않아도 된다고
햇볕이 잎맥에 새겨놓은 세월을 보네요
착하게 겸허하게
하늘의 뜻 받아들이면
내 여생의 노년도 아름다워질 것이라며
가을이 바람을 흔들며 나뭇잎에 새겨놓은
사연을 읽으라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