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곡사와 백범 김구 선생

2018.10.17 16:58

김길남 조회 수:12

마곡사와 백범 김구 선생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김길남

 

 

 

  서늘한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고 황금벌판이 눈을 부시게 하는 가을이다. 우리 안골수필반 28명이 충남공주의 마곡사를 찾았다. 35년 전에 가 보았지만 대광보전의 삿자리 생각만 나고 기억에 없었다. 더구나 백범 김구 선생이 피신했었다는 것은 나중에 알게 되었다. 관광을 가도 아는 만큼만 본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아무리 가치 있는 곳을 보더라도 소 바위 보듯 하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번 문학기행에서는 김구 선생이 피신했던 흔적을 찾으려 했다. 다리에 힘이 부족하기는 하지만 백범이 머문 백련암까지 기어이 올라갔다. 절에서 1.4 km이니 제법 멀었다. 쉬엄쉬엄 걸어서 도착하니 백련암이 ‘왜 이제야 왔느냐’?고 하는 것 같았다. 옆에는 요사채가 있는데 이곳이 바로 백범 선생이 머문 곳이다. 현판을 보니 세윤당(世允堂)이다. 벽에 백범의 사진이 걸려있고, 친필로 쓴 한시가 보였다. 백범이 좋아했다는 서산대사의 ‘답설야중거’ 란 시다.

 요사 밑의 절벽 아래에서는 약수가 졸졸 흘렀다. 한 모금 마시니 속이 시원했다. 이 물을 마시고 백범은 1년간 수도생활을 했을 것이다. 암자 뒤로 올라가면 한 가지 소원을 들어준다는 마애불이 있다하여 올라갔다. 바위에 사람 키만 한 마애불이 조각되었고, 앞의 제단에는 촛불도 켜져 있었다. 손자의 대학원 합격을 빌며 삼배를 올렸다. 복전함이 있어 조금 흉내를 냈다. 소원이 꼭 이루어지리라 믿는다. 백범 선생도 날마다 올라와 조국의 독립을 빌었을 게다. 그 염원이 이루어져 광복을 맞았는지도 모른다.

 백범은 이곳에 머물며 온갖 괴로움에 시달렸을 것 같다. 스님이 되었으나 나라 걱정으로 산속에서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었을 게다. 쓰러져 가는 나라를 구하려면 스님으로 남아 있는 것은 마음에 차지 않았으리라. 더구나 언제 일본 경찰이 들이닥칠지 몰라 항상 전전긍긍했을 게다. 그 많은 절 식구 가운데 누구라도 고발한다면 생명이 위태로운 상태이니 안심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큰 인물이 산속에 묻혀서는 안 되지….

 백범은 젊어서부터 애국심이 강한 청년이었다. 1896년 일제가 명성황후를 시해하자 이에 분노하여 황해도 안악에서 일본군 중좌를 살해했다. 집에 숨어 있다가 체포되어 1897년 사형이 확정되었다. 형 집행 직전 고종의 특사로 집행은 정지되었으나, 일본공사의 압력으로 출옥하지는 못했다. 기회를 엿보다가 1898년에 인천감옥에서 탈옥하는데 성공했다. 그 뒤 여주 신륵사, 하동 쌍계사, 칠불암 등을 전전하다 공주 갑사와 동학사를 거쳐 마곡사에 도착했다. 이 때 머문 곳이 백련암이다. 이곳에서 출가하여 원종(圓宗)이라는 법명을 받았다. 백범일지 초간본에 백범의 득도식(출가의식) 상황이 기록되어 있다. ‘호덕삼 스님을 따라간 냇가에서 머리가 섬뜩하며 상투가 모래위에 뚝 떨어진다, 이미 결심한 일이지만 머리카락과 함께 눈물이 떨어졌다.’ 그 뒤 서울의 새 절을 거쳐 평양근교 대보산 영천암의 방주가 되었으나 1899년에 환속했다. 환속 뒤에 중국으로 망명하여 임시정부의 초대 경무부장을 거쳐 국무위원과 주석을 지냈다.

 

 광복한 뒤에 백범이 찾아와 대광보전의 주련(柱聯)을 보고 끝의 두 귀()가 자기의 삶과 똑 같아 감회가 깊다고 했단다. 그 주련은 다음과 같다. ‘각래관세간(却來觀世間; 물러나와 세상을 돌아보니), 유여몽중사(猶如夢中事; 모두가 마치 꿈속의 일과 같네). 평생 동안 독립을 위하여 임정을 이끌며 일제에 맞서 싸운 모든 일들이 지나고 보니 무두 꿈속의 일과 다를 바 없어 자신의 심경과 같았다고 전한다. 방문기념으로 응진전 옆에 향나무 한 그루를 심었는데 그 향나무는 지금도 잘 자라고 있다.

 광복 뒤에도 신탁통치를 반대하고 남북분단을 막으려고 온갖 애를 다 쓰신 애국자다. 만약 백범 선생의 뜻대로 되었다면 남북이 분단되지도 않았을 것이고 한국전쟁도 일어나지 않았을 게다. 그렇게만 되었더라면 우리나라는 지금 선진국이 되었을 텐데. 지도자 두 사람의 정권욕 때문에 남북분단을 막지 못한 것이 한으로 남는다. 나를 버리고 오직 조국의 독립만을 위해 일생을 바친 거룩한 애국자 백범 김구 선생, 8천만 배달겨레는 길이길이 그 정신을 이어받아 나라 발전에 온 힘을 기우려야 하리라.  

                                  (2018. 10. 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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