옮겨가는 상자들

2018.10.18 05:13

최연수 조회 수:7

옮겨가는 상자들

8ddcb046134220e1b8c9450af02b6d4f_2018101


머리맡을 끈 한 채가 봉해진다
크리스마스 카드처럼,
이불을 목까지 끌어올리고 알람은 손잡이로 붙인다
고단함이 빠져나오는 건
뒤척이는 내일이 있다는 것
못을 친 상자를 잠으로 오역한 소스라침은
끝내 눈물을 쏟는다
안색을 무기로 휘두르며
자라고 늙고 굽어지는
일생이 고작 상자에 맞춤하기 위한 것
베개와 주고받는 생각 몇 올이 헝클어지다가 끊어진다
적재함과 맞지 않아도 완벽한 뚜껑은 눈꺼풀
접힘과 폄 끝에 스르르 닫히고
영영 눈꺼풀을 열지 못한 이는
남아있는 잠을 깔고 반듯해진다
후텁지근한 꿈이 걷어찬 배앓이는 쌀쌀해 다시
네모를 잡아당겨도
눈치채지 못하게 몇 가닥 기억이 탈모된다
잠꼬대를 털어 개켜놓고
상자에서 상자로 옮겨가는 부스스한 상자들
소식은 손에서 손으로 부지런히 이동한다


- 최연수, 시 '옮겨가는 상자들'


상자에서 나와서 상자로 이동하고
다시 상자로 들어가 하루를 마감하는 일상입니다.
네모 속에서 다시 네모 속으로 이어지는 일상이지만
마음만은 각지지 않게 둥근 하루를 이어가기를 바랍니다.

댓글 0

파일 첨부

여기에 파일을 끌어 놓거나 파일 첨부 버튼을 클릭하세요.

파일 크기 제한 : 0MB (허용 확장자 : *.*)

0개 첨부 됨 ( / )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227 밥알을 생각하십시오 맹사성 2020.11.30 4293
2226 현관문 비밀번호 두루미 2019.12.14 3568
2225 제목짓기 요령 김학 2020.10.12 3504
2224 정력과 건강에 좋은 발마사지법 두루미 2018.07.13 1709
2223 동백꽃 백승훈 2019.12.03 1509
2222 여름 가족나들이 김명희 2018.08.14 1456
2221 책 표지 모음 양봉선 2019.10.20 901
2220 새로운 생일 이준구 2018.08.26 895
2219 엘론 머스크의 꿈과 실행에 대한 명언들 머스크 2020.05.31 687
2218 더위를 이기려는 노력 정석곤 2018.08.27 676
2217 재를 넘는 무명치마 허세욱 2018.08.24 445
2216 영국의 자존심 엘리자베스 2020.09.10 444
2215 운을 상승시키는 9가지 습관 두루미 2019.10.19 348
2214 쪽지덕담 박제철 2020.02.13 323
2213 수필쓰기에 대한 생각 바꾸기 안도 2020.07.04 292
2212 준비하는 삶 권희면 2020.06.18 288
2211 제15회 광명 전국신인문학상 작품 공모 광명시 2016.10.15 270
2210 번역가가 된 작은 거인, 혜선 언니 김성은 2020.01.29 267
2209 예쁜 카드 잘 받았습니다. file 오연희 2017.09.12 260
2208 한국의 수필 강순필 2020.12.12 2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