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조국도 사랑해다오

2018.12.18 05:05

한성덕 조회 수:5

내 조국도 사랑해 다오

신아문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한성덕

 

 

 

  베트남 성인축구 국가대표팀이 10년 만에 ‘스즈키 컵’을 안았다. 나라전체가 들썩거리며 온 국민이 열광했다. 10년 동안 내로라 하는 유수한 감독들도 해내지 못한 우승을, 대한민국 사람 박항서(59) 감독이 일궈냈다.

  우승 직후 인터뷰에서 ‘성원해준 베트남 팬들에게 우승을 바친다.’며, ‘저를 사랑해주시는 만큼 내 조국 대한민국도 사랑해 달라’고 했다. 그 호소가 눈시울을 붉히게 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페이스 북에서 “축구를 통해 양국이 더욱 가까운 친구가 됐음을 실감했다”고 화답했다.

  베트남 사람들은 박 감독을 ‘쌀딩크’라고 부른다. 쌀이 명물인 베트남을 부각시키고, 2002년 한일 월드컵축구에서 한국을 4강으로 끌어올린 ‘히딩크’를 연상하며 붙여준 애칭이란다. 엄연한 대한민국 사람을, 네덜란드 히딩크와 비교해서 부르는 것 자체가 마땅치는 않다. 그럴 바엔 차라리 베트남과 동시에 대한민국을 연상하도록 ‘쌀항서’라고 불러야 하지 않겠는가?

 지난해 10, 박항서 씨는 베트남축구대표팀 감독으로 취임했다. 기자회견에서 “나를 선택한 베트남축구에, 축구인생의 모든 지식과 철학, 그리고 열정을 쏟겠다.”고 한 그의 말은 빈말이 아니었다. 정치하는 사람들의 말잔치에 비하면 매우 세련되고, 성실하며, 실천적인 사람이었다.

  사실,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녹록치만은 않았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거스 히딩크 감독을 수석 코치로 보좌했다는 프리미엄이 붙어서 여러 곳의 부름을 받았으나 성적은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부진한 성적에 꼬리표가 붙고 더 이상 설 곳을 잃었다. 축구인생에서 괴로움과 절망과 실의에 몸부림쳤다. 그러나 모든 것이 ‘끝났다’는 상실감 저 너머의 하늘 끈을 바짝 움켜쥔 채, 솟아날 구멍을 보여주시라고 눈물을 펑펑 쏟으며 울부짖었다.

  그토록 전전긍긍하고 있을 때, 베트남 사령탑 제의를 받았다. 하늘의 응답이라고 기뻐했으나 부진한 성적이 문제였다. 예상대로, 국내의 시선도 그렇지만 베트남의 여론은 더 싸늘하고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그래도 감독직을 수락하고 각종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자 상황은 달라졌다. 결국 동남아지역의 월드컵이라는 스즈키 컵을 품에 안았다. 그를 믿고 맡겨준 베트남축구협회, 극성스럽게 응원해준 베트남 국민들, 열렬히 성원해준 대한민국 국민들, 이 모두가 얼마나 감사하고 고마운 지원자들인가?

  글 쓰는 문인들 대부분은 문학작품으로 엮어 낼 것이다. 나도 이것저것 들먹이며 여기까지 썼으니 말이다. 이에 목사요 신자로서, 절실한 기독교 신앙을 가진 감독 박항서 집사를 기독교시각에서 몇 글자 적고 마칠 생각이다.

  기독교 신자들 중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우승의 감격을 ‘하나님의 영광’으로 돌리는 이들이 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게 아닌 것을 왜 모르겠는가? 그러나 자신의 영광을 묶어서 ‘저를 사랑해 주시는 만큼 내 조국 대한민국도 사랑해 달라’는 박 감독의 호소야말로 너무 감동적이어서, 내 마음을 달구고도 남았다.

 

  세계를 누비며 다져진 축구사랑이 애국심으로 발전한 모범사례가 아닐까한다. 각본에 나와 있는 것도, 코치가 일러준 것도, 어느 책에서 본 따 온 것도 아닐 텐데, ‘축구사랑이 곧 나라사랑’이라는 점을 보여주었다. 실은, 찰나적일 때 나오는 언어가 그 사람의 인격이자 신앙이요, 생각이자 사상인데 과연 박 감독은 애국자였다. 그의 진솔함에 가슴이 뭉클하고 진정한 나라사랑이 무엇인지를 깨달았으니, 내 어찌 가슴이 뭉클하지 않겠는가?    

 기자들이, 당신이야 말로 ‘진정한 영웅’이라고 말하자, 쑥스러움을 감추지 못한 채 ‘나는 영웅이 아니요, 결실에서 보람을 찾는 평범한 지도자일 뿐’이라고 했다. 베트남 자동차업체가 우승을 축하하며 10만 달러를 건네자 곧바로 기부의사를 밝혔다. 교만해질 수 있는 상황인데, 겸허한 마음에서 오는 겸손이 한 줄기 빛으로 다가왔다. 이를 지켜보는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박수를 받을만한 넉넉한 마음도 보여 같은 신자로서 더없이 기뻤다.

  사람의 가족이나 이웃이나 국가, 심지어는 원수나 그 어떤 것이라도 ‘사랑하라.’ 그리고 ‘겸손 하라.’는 것이 기독교의 교훈이자 핵심이다. 그 신앙심이 박 감독을 감싸고 있기 때문에 순간순간 ‘사랑과 겸손’이 묻어난다.

  팍팍한 현실에서 희망을 쏘아 올린 감독, 벤치에서 뛰쳐나와 특유의 행동으로 웃게 하는 코미디, 비주류의 서러움과 언저리에서 맴도는 자들에게 용기를 심어준 사람, 부드러운 리더십과 파파의 심장으로 ‘당당히 고개를 들어라’고 다독거리던 부성의 감독 박항서, 그는 늘 우리 곁에 있다. 이런 사람들이 우리사회를 지도하고, 곳곳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스라엘 사람들은 ‘나라사랑이 하나님사랑이요, 하나님사랑이 곧 나라사랑’이라는 개념으로 살아간다. ‘신과 나라사랑’은 하나다.

 우리 모두 ‘내 조국도 사랑해 달라’는 박 감독의 말을, ‘너’가 아닌 ‘나’에게 말하면서 살면 어떨까? 국민전체가 그 마음으로 조국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며 산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나은 삶이 되지 않을까?

                                                 (2018. 1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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