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마을의 벽화들

2018.12.24 06:08

김삼남 조회 수:4

()마을의 벽화(壁畵)들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김삼남

 

 

 

 

 우리 주거 문화가 아파트로 바뀌면서 돌담으로 둘러싸인 옛날 초막집 주택들은 마을을 지킨 노인들의 정담어린 옛이야기가 되었다. 아파트는 편리하고 문화적이지만 직사각형 직선문화의 상징으로 이웃 소통과 정담 없는 정서라는 단점이 있다. 훈훈한 정이 서린 양지 바른 옛고향 돌담집이 그립다.

 

 내가 사는 곳은 전주시 변두리 서학동(棲鶴洞) 아파트다. 옛날 6.25전쟁 피난시절 오갈곳 없는 어려운 사람들이 완산칠봉 산기슭에 판자촌을 이루어 살기도 한 그 모습이 오늘날까지도 지워지지 않아 미개발지구라는 인상을 받는다. 그러나 서학동이란 동이름처럼 학()이 깃든 명당터였던 것 같다.

 

 학은 서조(瑞鳥). 옛 어른들 옥좌 뒤나 큰 행사장에 으레 펼쳐진 병풍에는 둥근달 아래 노송과 학이 노닌다. 학은 중국 등지에서 번식하여 우리나라에서 활동한다. 수명이 천년이라하여 장수의 상징이며, 청초한 모습은 미인의 대명사로서 천연기념물 제199호로 보호한다.

 

  특히 학마을은 서학동 동명의 유래가 되는 듯싶다. 평화동 학산으로 둘러싸인 꽃밭정이 아파트촌은 학이 알을 품고 있는 명당자리라 하듯 서학동에도 옛날 유명했던 전주사범이 전주교육대학교로 바뀌어 수많은 인재와 교육자를 배출했고, 부속초등과 남초등학교 어린이들이 학처럼 뛰놀고 융성하는 걸 보면 서학동은 명당자리인 듯하다. 최근 공수내다리 서학광장에는 학이 알을 품은 학의 집을 힘차게 딛고 창공으로 비상하는 철제조형물이 세워져 지나는 이들에게 서학동을 새롭게 느끼게 한다.

 

 우리 아파트는 최근 벽화마을로 변신한 학마을 골목길을 지나서도 갈 수 있다. 공수내다리를 지나 학마을로 진입하는 세갈래 길이 있다. 첫길은 '학마을 벽화마을' 입구가 표시된 우체국 뒷길이다. 입구에 들어서면 한 쌍의 학이 달 밝은 노송아래 훨훨 날아가는 벽화를 시작으로 학들이 군무하는 벽화가 이어진다. 맞은편 벽에는 해바라기가 웃음지며 반기고, 계속하여 패랭이 돌리며 신나는 농학놀이와 널뛰기, 십이간지 짐승들의 재롱 등 옛 풍습을 그렸다. 구불구불 가운데길 양편에는 어린이들의 제기차기와 말타기 우산 셋의 정다운 학교길 등 어린시절 추억을 불러 일으켜준다.

 

 남쪽 골목길은 최근 신축한 드림스타트(희망 아이 꿈터)를 지나는 길이다. 곰의 어깨에 춤추는 원숭이들. 코끼리 재롱. 피아노 치며 노래하는 어린이, 섹스폰 반주에 춤추는 모습 등 꿈과 희망과 웃음을 주고 잊혀져가는 옛모습을 상상케 해준다.

 

 

 싸전다리(전주교) 건너 우측 초록바위 찻길을 따라가면 학마을 진입로 우측 높고 넓은 축대는 화판이 되어 큰 규모의 벽화가 펼쳐진다. 처음 인물화는 전봉준 장군과 세종대왕이 의젓하게 지켜보고 있다. 빨간 동백꽃과 철따라 피고 지는 장미, 코스모스, 국화가 만발하고 상단 높은 곳에 활짝 핀 무궁화와 옆에서 비눗방울 날리는 어린이가 동심 깃든 애국심을 일으켜 준다. 매곡교 새벽시장 채전장사들의 모습은 서민생활의 애환을 풍겨준다.

 

 벽화의 역사는 수만년 전 암벽화를 비롯하여 고분고총에서 많이 발견된다. 이들 벽화는 왕이나 상류사람들이 죽어서도 영생불멸 신변안전과 용호의 기상을 그린 상상적 벽화가 많다. 하지만 요즘 한옥마을 오목대 비탈길이나 학마을 벽화들은 환경미화적이고 각박한 세상에 훈훈한 정을 주고 어린이들의 정서 함양에 도움을 주는 그림들이다. 화랑과 전시실 작품이 예술문화적이라면 무딘 붓으로 화폭 아닌 담벽에 폐인트 물감으로 그린 그림은 지나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벽화다. 그 그림을 그린 화가들에게 고마움과 감사를 드리고 싶다.

 

 나는 벽화가 있는 세갈래 길을 하루에 두세 번씩 오가며 벽화를 감상한다. 아침에 나갈 때는 하루 일과의 시작을 웃음으로 계획하고, 저녁 귀가때는 하루 일과를 종합하며 건강한 하루에 감사한다. 벽화골목을 오가는 사람들도 무심히 벽화를 지나치지 말고 감상하며 어린 학동들에게도 벽화의 뜻과 옛날 풍습을 이야기해 주면 좋겠다.

 

 전주시는 올해 천 만 그루의 나무심기로 도시의 정원화를 계획한단다. 메마른 도심의 정서와 환경정화로 시민 건강에 도움을 주는 좋은 방안이다. 나무를 심어 생물학적 시각과 환경정화에 도움 주는 것도 좋지만 아파트촌의 메마른 시민 정서를 친화적으로 만들 수 있는 '벽화그리기 운동'도 함께 펴 나가면 아파트 숲도 정서 깃든 아파트촌이 될 것 같다. '벽화그리기 운동'은 경제의 원칙처럼 적은 투자로 큰 이득을 얻는 마을가꾸기의 또다른 세마을운동이 되어 세계적인 자랑거리가 될 것이다.

                                                             (2018.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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