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1.14 16:50
졸음
감기다 만 실타래처럼 잠은
혀의 뿌리부터 풀어진다
입의 모양이 풀어지고
탁상시계의 굳은 표정도 풀어진다
낮시간 동안 끼리끼리 몰려다니던 얼굴의 근육들이
길어진 밤의 한 모퉁이로 모두 쏟아지는데
늘어나는 오른쪽 뺨이 더욱 길게 늘어나 봄밤의 감촉에 닿고 싶다
땅속으로 꺼져만 가는 눈꺼풀은 어느 잠의 옆구리를 자꾸 찌르고
책 안팎으로 너저분하게 엎질러졌던 활자들이
노트와 컵과 모니터 너머 기웃기웃하던 활자들이
두서없이 하품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세상의 모든 것들이 풀어져도
다시 감겨져야 하는 것들이 있다
토막토막 끊겼던 잠들을 하나로 길게 잇는 것과
두 다리 길게 뻗어 단잠 자는 것
새벽 세시
새벽이 팽팽하게 다시 감긴다
-외지, 2016-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34 | 국적불명의 슬픔 | 전희진 | 2019.01.26 | 47 |
33 | 할 일 없는 닭처럼 | 전희진 | 2019.01.26 | 32 |
32 | 6월의 오후 3시와 4시 사이 [2] | 전희진 | 2019.01.29 | 132 |
31 | 맹장을 앓다 | 전희진 | 2019.01.29 | 52 |
30 | (시평) 전희진의 시 '늦은, 봄'을 읽다 | 전희진 | 2019.02.03 | 198 |
29 | 소금사막_창작가곡제 | 전희진2 | 2019.03.22 | 59 |
28 | 노라의 변신 | 전희진2 | 2019.12.17 | 95 |
27 | 토스터에서 두 쪽의 빵이 구워나오길 기다리는 시간 | 전희진 | 2020.03.03 | 49 |
26 | 선글라스의 귀환 | 전희진 | 2020.03.08 | 103 |
25 | 연극 관람평 ‘해나와 공포의 가제보’ [2] | 전희진 | 2020.03.14 | 89 |
24 | 일상의 무늬 | 전희진 | 2020.04.16 | 38 |
23 | 하늘로 날아간 두 마리의 학_영화 '맨발의 청춘'(시네에세이) | 전희진 | 2020.05.08 | 57 |
22 | 오렌지 향기가 진동하는 봄밤의 살인 사건 [1] | 전희진 | 2020.05.20 | 151 |
21 | 노인 | 전희진 | 2020.07.16 | 146 |
20 | 어느 목조 건물 | 전희진 | 2020.09.10 | 83 |
19 | 동쪽 마을에서 [1] | 전희진 | 2020.12.02 | 87 |
18 | 우리는 습관성 | 전희진 | 2020.12.03 | 38 |
17 | 주제별로 살펴본 시집‘우울과 달빛과 나란히 눕다’ | 전희진 | 2020.12.05 | 114 |
16 | 폐업 | jeonheejean | 2020.12.17 | 128 |
15 | 무모한 사람 | 전희진 | 2021.02.19 | 8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