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1.21 03:04
둥근비
전희진
일직선으로 오는 비도
사선으로 오는 비도
봄비나 겨울비나 여우비나 가랑비나
유리창에 머리 부딪치는 소낙비나
커피향에 살금 드는 비나
거센 파도에 뛰어드는 폭우나
비의 끝은 한결같이 모질지 못하다
하늘 아래 기댈 곳 없는
지난 겨울
바람에 꺽여진 시카모어 나무 둥치를 흘러내리고
뿌리를 적시고
이 땅을 적시는
쫓기듯 궂은 날들 지나가고
햇살 가득
뒷뜰이 곱게 물들어가는 사이
어떻게 지내, 어깨 툭 치는
오랫동안 소식 없던 친구의 둥근 손끝처럼
지나가는 비가 환하다
--시집 '로사네집의 내력'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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