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1.22 00:45
성묘/전희진
따사한 햇살을 차례로 놓으신
어머니 아버지
저 멀리
산타모니카 바다가
가재미 눈처럼 반짝이는,생전에
한 몸 들어가 누울 자리 손수 마련하시고
밥상 위 수저도
다 분수에 맞는 자리 있다며 제자리 찾아
교대로 누워보신 그 곳에
오늘은 길게 꽃들이 누웠습니다
해바라기 하얀 장미 맨드라미
나는 다녀간 발자국들을
꽃 셈의 방식으로 헤아려 봅니다
뒤늦은 발걸음
한아름 카네이션을
오월의 하늘에 묻고
하릴없이
애꿎은 비석만 닦고 또 닦습니다
어디서 뻐꾹새 한 마리
상주처럼
울고, 나는
엉덩이에 묻은 흙 털고 일어나
오늘 저녁은 또 무얼 해 먹을까
이승의 한 끼 식사를 걱정하며 산을 내려옵니다
--시와정신 2011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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