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

2019.02.22 04:48

이진숙 조회 수:5

자화상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이진숙

 

 

 

 매일 일기를 쓰려고 책상 앞에 앉으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조그마한 앉은뱅이 거울이다. 바로 앞에 있어 보지 않으려 해도 어쩔 수없이 보게 된다. 그 거울 속엔 웬 초라한 노파의 얼굴이 있다. 머리카락은 반백을 넘어 검은 머리카락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이고, 윤기가 사라진 푸석푸석한 머리카락은 마치 바짝 마른 지푸라기 같아 만지면 바스락 거리는 소리와 함께 부서져 먼지처럼 흩날릴 것 같다.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은 누르팅팅한 것이 꼭 지난 늦가을에 만들어서 잘 말려 이제 막 발효를 시작한 메주 같은 색깔이다. 어떤 이는 지구의 중력으로 인해 사람이 나이가 들면 살갗이 처지고 주름이 생긴다고 했다. 맞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서 일까? 내 얼굴도 이마에서 아래로 내려올수록 펑퍼짐해지면서 턱에 와서는 마치 호두껍질처럼 쭈글쭈글 주름투성이가 되었다. 또 입가에는 두 줄기 골짜기처럼 팔자 주름이 선명하다. 그래도 여기까진 아직은 그냥 보아 줄만하고 그런대로 괜찮다. 문제는 턱을 지나 목에 다다르면 그야말로 점입가경, 고개를 높이 처 들어봐도, 또 아래로 숙여 보아도 어떻게 해 보아도 그 흉측한 모습이라니, 어떻게 그렇게도 깊은 골이 파였는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나르시스(나르키소스)’는 우물 속에 비친 자신의 아름다운 모습에 취해 우물 속으로 빠져 죽었다는데, 거울 속에 비친 나의 흉측한 모습을 보며 그만 고개를 마구 흔들었다. 보기 싫으면 그 거울을 다른 곳으로 옮겨 놓으면 될 텐데 그냥 그 자리에 놓아두고 매일 얼굴을 보며 한숨짓는 까닭이 무엇일까? 내일이면 또 그런 아름답지 못한 얼굴을 마주 볼 텐데…. 그러다가도 스스로 위로해 주기도 한다‘괜찮아! 이 정도 세월을 살았으면 당연한 모습이 아니겠어?그러면서 나는 적어도 내 또래 다른 사람보다는 주름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시답지 않은 말로 위안을 삼는다.

 어떤 사람은 하얀 머리카락을 만드는데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단 몇 분 만에 없앨 수 있느냐, 또는 성형외과에 가서 얼굴에 생긴 주름을 없애고 만족해 하는 사람에게도 한마디 내뱉는다. 그런 것에 대한 비난은 온당치 않다고 생각한다. 각자 다른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으며, 그러한 행위에 대해 함부로 비난할 수 없는 일이다. 누구나 살아가는 방식도 다르고, 아름다움에 대한 생각도 다르기에 주관적인 잣대로 들이댈 수는 없다.

 

 가끔 동창모임에 나가면 그녀들의 얼굴에서 내 모습을 보곤 한다. 한껏 멋을 부리고 나왔지만 그 모습이 꽃보다 아름다울까? 하긴 어떤 이는 ‘호박꽃도 꽃이냐?’는 말에 ‘호박이 몸에 좋은 것을 아세요?’라고 여유 있게 받아 넘기는 사람도 있다.

 얼굴에는 한껏 분칠을 하고 나왔지만 어찌 고교시절에 보았던 모습 같을까? 하지만 우리끼리 만나면 ‘어쩌면 너는 하나도 변하지 않았니?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다.’며 반가워한다. 그야말로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이다.

 

 그러나 어찌 겉모습이 늙었다고 내면의 모습까지 늙은이로 지낼 수 있을까? 부지런히 내 속 모습을 아름답게 가꿔나가야겠다. 친구들을 만나면 먼저 웃으며 다가가고, 그 친구의 아름다운 모습을 찾아서 이야기해 주자. 혹 마음의 상처를 입은 친구가 있으면 같이 아파해 주고 위로 해 주어야겠다. 세월이 흐르면서 얼굴과 몸에는 주름이 덕지덕지 앉아 있지만 마음만은 때가 끼지 않은 깨끗하고 순수한 마음으로 살아가고 싶다. 그래서 마음에서 향기로운 꽃내음이 나도록 가꾸면서 살아가고 싶다.

                                                        (2019. 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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