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관계

2019.02.24 07:37

이우철 조회 수:5

좋은 관계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이우철

 

 

 

 

 사람은 누구나 행복하게 살기를 원한다. 행복하기 위하여 열심히 공부도 하고 밤낮없이 일하며 저마다의 목표를 추구하고 살아간다. 의식이 비슷한 친구들을 만나 속마음을 터놓기도 하며 나를 아껴주는 은사님을 멘토로 삼아 생의 진로를 상담하기도 한다.

 

 하버드대 연구팀은 75년간 행복에 관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700여 명을 母집단으로 하여 그들의 삶을 계속적으로 추적하고 분석한 결과 ‘사람을 진정으로 행복하게 하는 것은 부와 명예가 아니라 좋은 관계’라는 결론을 얻었다. 사회적으로 인간관계가 좋은 사람은 대부분 장수하였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고독하여 단명할 수 밖에 없었다. 친구의 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단 한 명이라도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관계의 질이 중요하다고 했다. 좋은 관계는 뇌를 보호하고 정신적으로 안정감을 준다는 분석이다.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그물망처럼 수많은 관계를 이루며 산다. 부모형제처럼 당연히 주어지는 관계도 있지만, 점점 자라면서 친구, 스승 그리고 종교적 신념에 따라 맺어지는 성도와의 관계도 있다. 부모관계야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살면서 맺어지는 친구는 잘못 사귀면 평생 헤어나지 못해 수렁에 빠지기도 한다. 친구따라 강남 간다는 말처럼 친구를 통해 많은 영향을 받는다.

 

 행복은 ‘생활에서 기쁨과 만족감을 느껴 흐뭇한 상태’ 를 말한다. 기쁨, 만족, 즐거움, 재미, 웃음보람 등도 비슷한 용어들이다. 돈으로 살 수도, 거래할 수도 없는 일이다. 스스로 느끼며 창조해나가야 한다. 2012년 부탄의 행복지수는 세계 1위였다. 온갖 인권이 유린되고 문맹율이 50%가 넘는데도 그런 결과가 나왔다는 것은 부와 명예가 행복이 아님이 증명된 것이다. 행복의 기준을 무엇으로 측정하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경제적 문화적 기준에 따라 좌우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서로를 비교하지 않으며 오늘의 삶을 숙명으로 받아들이는 단순한 민족에게 더욱 그렇다.

 

 우리는 이미 단순한 민족이 아니다. 정보화 사회를 지나오면서 남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바라보게 되었고 서로를 비교하고 경쟁하며 여기까지 오지 않았던가? 매슬로우는 인간의 욕구를 5단계로 분류하고 있지만 하위욕구를 아무리 충족한다 하더라도 자아실현을 위한 상위욕구를 계속하여 좇아가기에는 끝이 없다, 사회에서 부와 명예를 누리고 모든 것을 다 가진 것처럼 보인 사람도 오히려 고독하고 우울증에 시달리며 자살도 서슴치 않는다. 일상생활속에서 만족을 느끼지 못하면 이처럼 사회는 병들게 된다.

 

  방송인 김제동은 2009년 노무현 대통령 장례식에서 사회를 맡았다. 당시 안기부에서는 이를 못하도록 갖은 압력을 가하고 결국 블랙리스트에 올려 방송출연을 정지시키고 말았다. 살아있는 당시의 권력이 두려워 밤마다 화장실에서 샤워기를 틀어놓고 남몰래 울었다고 한다. 남이 슬플 때 슬퍼해주고 눈물 흘릴 때 같이 울어주는 것이 인간의 도리라고 생각해서 그 일을 포기할 수 없었다니, 용기있고 따뜻한 사람이다.

 

 살면서 힘들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예수님께서도 십자가에 못 박히시기 전날 밤 제자들에게 ‘내 마음이 죽게 되었으니 나와 함께 깨어있으라’ 하며 도움을 요청했다. 약한 모습을 보여주며 도움을 구할 때 관계가 깊어지며 뜨거운 정이 생기는 것이다. 내가 약점을 보이면 누군가 비난하며 떠날 것 같은 느낌, 속마음을 시원히 털어놓지 못하여 답답할 때가 있다. 하나님의 능력을 가지고 태어나신 예수님도 그러는데 우리 같은 범인이야 아쩌겠는가?

 

 신흠 선생은 야언(野言)이란 글에서

 ‘문 닫아 걸고 마음에 맞는 책 뒤적이기 / 문 열어 마음에 맞는 벗 맞이하기 / 문을 나서 마음에 맞는 경치 찾아가기’ 이것이 인생의 세 가지 즐거움이라 했다.

 이제 따뜻한 봄을 맞으며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할 답답함이 몰려 올 때, 마음에 맞는 벗을 찾아 찻잔을 기우리며,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아름다운 관계가 이어지기를 소망해본다.

                                                          (2019. 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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