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수필)
언젠가 어렸을적에 나무를 옮기던 기억이 있다. 묘목은 아니었는데 나무를 좀 더 큰 곳으로 옮기는 작업이었다. 아마도 중학교 다닐때 였던거 같은데…, 그때 알았다. 크고 오래된 나무일 수록 조심에 조심을 더 해야 한다는 사실을….
이유를 물어본즉, 어린나무는 뿌리가 연해, 옮기다 상처가 나도 금방 아물고 제 기능을 다시 하지만, 나이가 많은 나무일 수록, 그 재생속도가 느려져 약간의 상처에도 크게 지장을 받고 금방 죽는다고… 그래서, 고목은 왠만해서는 옮기는게 아니라 들었다.
근데, 요즘 살아가다 보면, 이 이야기가 굳이 나무에게만 속한게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람도 그런게 아닐까? 어렸을적엔 바르게 자라나라고 이리 혼내고 저리혼낸다. 그래도, 밝게 잘 자란다. 아니, 오히려 잘 자란다. 가지도 이리치고 뿌리도 홑아주면 오히려 잘 자란다. 근데, 어느정도 성숙되어지면 더이상 손을 볼 수가 없게 된다. 아니 오히려 잘못된 만짐은 상처를 주고 성장을 방해하는 요소가 되어 버린다. 자신이 깊이 내려놓은 뿌리가 더이상 겉잡을 수 없게 되고 자라난 환경에 이미 동화되었기 때문이다. 이젠 놓고 싶어도 놓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가끔, 그렇게 깊이 내려놓은 뿌리를 정리하고 싶어한다. 특히, 남의 뿌리를 말이다. 분명한것은, 그 뿌리를 내린 나무에겐 다 이유가 있는 것인데, 3자의 입장에서 이러면 보기 좋을것 같다는 이유를 싹둑 잘라 내버리면, 더이상 그것은 도와줌이 아닌 상처를 주는 거다. 특이, 세월을 이겨내 오랫동안 자란 고목일 수록, 더더욱…. 우리네 부모님들도 그런건 아닐까? 자식된 입장에서 좀더 좋은거, 좀더 편안하게 해 드리고 싶은 마음으로 한다지만, 오히려 그 마음이 오랜세월 그들을 지탱해준 뿌리를 상하게 하는 것이라면, 오히려 하지 않는 편이 낫다.
어차피, 이 세상에 숨을 쉬는 모든 것들은 또 다른 생명을 향해 다가간다. 그것은 그 어떤 누구도 멈추게 할 수도, 바꿀수도 없는 법이니까… 고목에도 가끔 꽃이 피어 오른다. 그리고, 아름다운 향기로 세상을 적신다. 고목처럼 버팀목이 되어준 우리네 부모님들께… 우리 이런생각을 하는 것은 어떨까? 나무를 가지치기나 뿌리를 정리하려 하지 말고 그냥 바라보는 것은 어떨까?
-작은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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