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꽃

2019.03.28 06:57

김세명 조회 수:5

 진달래꽃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김세명

 

 

 

  무주는 병풍처럼 아름다운 산들로 둘러싸였다. 나는 그곳에서 낳고 자랐다. 봄이면 참꽃을 따서 먹고 화전놀이 가시는 어머니를 따라 나섰다. 여름의 무성한 수풀과 맑은 시냇물은  삼복더위를 식혀주고, 가을이면 붉은 치마를 갈아입은 듯 곱디고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그 곳이 내 고향 무주다.

 

 안서우(1664-1735)1700년대에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청산으로 울을 삼고 녹수로 띠를 둘러 벽봉 창파에 시름없이 왕래하니 이 중에 채산 조수로 기갈이나 면할까? "

 

 또한 무주출신 문학평론가 김환태(1911-1944) 는 '강선대'라는 수필에서 다음과 같이 무주를 묘사하였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 쌌다. 아침해도 겨우 기어오르는 병풍 같은 덕유산 준령에서 흘러나온 남산 기슭에서 아침해가 떠오른다. 봄에는 남산에 진달래 곱고, 여름에는 시냇가 버드나무 숲이 깊으며, 가을이면 멀리 적상산에 새빨간 불꽃이 일고, 겨울이면 산새가 눈보라를 피해 동네로 찾아든다."

  할아버지, 아버지 그리고 나는 대를 이어 그곳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아버지는 학교 갈 나이에 지게를 지었다고 하셨다. 일제 강점기인 1917년 태어나시어 17세에 어머니를 만나 8남매를 키우셨다. 6.25를 겪고 춘궁기를 초근목피로 때우시면서도 자식들을 거두셨다. 어려서부터  아버지는 나를 꼭 데리고 다니셨다.  밭과 산 심지어 시장에 소를 팔러 갈 때도 고삐는 내가 쥐었다. 나를 분신처럼 데리고 다닌 건 세상 물정과 장남에게 대를 이어 일을 가르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할아버지 산소에 손수 벌초를 하시고 슬하의 6형제를 둘러보면서 6.25때 머슴이 빨치산이 되어 밤에 인민군을 데리고 와 할아버지를 내놓으라며 아버지를 두들겨 패고 소를 잡아갔다는 이야기를 하실 때는 비통한 표정을 지으셨다. 그러면서 ‘아는 사람이 무섭다. 세상은 아는 사람이 너를 좋게도 나쁘게도 평한다. 친구를 잘 사귀어야한다’. 고 가르치셨다. 철없는 우리 형제는 귓전으로 듣고 가을하늘을 보고 맴도는 고추잠자리에 관심을 보이곤 했었다.

 

 흘러간 세월 진달래꽃만 생각난다. 참꽃이라고도 하며 잎보다 꽃이 먼저 나온다. 개 꽃은 철죽을 말하는데 먹지 못한다. 화전은 찹쌀을 반죽하여 기름을 두른 솟 뚜껑에 불을 때고 익히다가 참꽃을 놓아 익히면 된다. 봄이면 온 산이 진달래꽃으로 붉게 물들었다.  그 시절이 그립다. 진달래가 피는 계절, 고향산천에 누워계시는 부모님의 음덕에 고마움을 느낀다.

                                          (2019.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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