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가 없는 세상에 살아보니
2019.04.26 14:06
전기가 없는 세상에 살아보니
전기가 없는 세상 한 번이라도 상상해 본 적 있는가. 전기가 없다면 모든 것이 마비가 되어 아무것도 못할 것이다. 집안에 있는 전기제품인 냉장고 TV 세탁기 개스렌지 컴퓨터 스마트 폰 등은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밤에는 전기 대신 촛불을 켜야 하니 그 불편함이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나는 얼마 전 집에 전기가 나가 이틀동안 전기를 쓸 수가 없었다. 아침에 TV 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따다닥 소리가 나더니 TV 뒤에서 시커먼 연기가 삽시간에 응접실을 까맣게 덮었다. 나는 직감적으로 전기합선으로 인한 불이 났다고 생각하였다. 꽂아 둔 전기코드 마다 스파크가 계속 일어나면서 불꽃이 번쩍번쩍 튀면서 연기가 났다. 순간적으로 너무 놀랐지만 신속하게 코드를 모두 아웃렛에서 빼 버렸더니 시커먼 연기도 그치고 집안이 조용했다.
십 년감수한 느낌이 들어 눈물이 핑 돌았다. 제일 급한 것은 왜 TV에서 불이났는지 그 원인이 무엇인지 알아봐야 해서 전기기사를 불러 조사를 했다. 브레이커(Breaker)를 열어 다 조사를 해 보더니 자기가 고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며 전기공급회사에다 전화하면 긴급구조대가 있어서 언제라도 와서 고쳐준다고 했다. 땅 속에 파 묻어 둔 그라운드 전선 (ground wiring)에 문제가 생겼다고 알려주고 갔다. 전기회사에다 전화해서 불이 날 뻔 했다고 떨리는 음성으로 말 했더니 20분 만에 달려 왔다. 정밀하게 다 검사를 마친 후 땅 속에 있는 전선에 문제가 생겼다며 콩크리트 바닥을 팔 때까지 임시적으로 전기를 쓸 수 있게 해 주겠다고 했다.
회사에 가서 큰 머신을 가지고 와서 바깥벽에 있는 브레이크 옆 그라운드 전선으로 내려가는 선에다 연결해 두었다. 120 볼트가 정상인데 우리집은 190볼트가 되어서 너무 전력이 세어서 불이났다고 했다. 이 머신은 120 볼트가 되도록 나머지 70볼트를 땅속 전선에다 내 보내야 한다고 했다. 5일 후에 전기회사에서 나와서 드라이브 웨이 콩크리트 바닥을 4 피트 까지 파서 새 전선으로 바꾸어 주고 꽂아 둔 머신은 가져가고 전기가 정상으로 가동이 되어 안도의 한 숨을 내 쉬었다. 모든 것이 전기회사의 책임이라면서 무료로 다 해 주었다. 고객에게 불편을 주어서 미안하다고 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아찔한 순간이었다. 만약 내가 집에 없었다면 190 볼트로 올라간 전압 때문에 우리집은 분명 불바다가 되었을 것이다. 식품점에 쇼핑을 갈려다 몸이 좀 아파 병원 약속을 해 놓고 시간 되면 외출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나를 지켜주신 하나님께 얼마나 감사기도를 올렸는지 모른다. 그리고 전기를 발명한 에디슨 발명가에게도 감사했다. 옛날 조상들은 전기가 없을 때 호롱불 켜 놓고 살았던 옛날을 생각하니 우리는 지금 얼마나 많은 복을 누리고 살고 있는지 새삼 고마움이 솟아 올랐다./중앙일보 '이 아침에' 2019년 4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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