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고민

2019.05.20 07:01

홍성조 조회 수:3

착한 고민      

신아문예대학 목요반 홍성조

 

 

 

 

   지금은 새벽 2시, 묵직한 괘종소리가 두 번 울리는 시각에 맞추어 어디선가 아름다운 멜로디가 들려왔다. 한 밤중이기에, 소리의 근원지를 알 수는 없었다. 나는 그 소리 때문에 잠은 이미 달아나고, 눈만 말똥말똥했다.

“이 밤중에 누구야? 시끄러워 죽겠네!

짜증스런 불쾌음이 내 입에서 거침없이 쏟아져 나왔다. 도레미파솔..... 음률을 따라 퍼지는 소리는 무척 얄밉지만, 한편으로는 정신없이 건반을 두드리는 그 당사자가 무척 궁금했다.

 

    요즈음 매스컴에서 논란이 일고 있는 현상이 우리 아파트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층간 소음 문제였다. 요즈음에는 손자들이 있는 집들은 항상 죄책감을 가지고 산다. 단독주택에서 신나게 뛰놀던 아이들을 보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명절날 서울 손자들이 내려오는 날이면, 나는 항상 긴장한다. 아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제멋대로다. 모처럼 놀러온 할아버지댁에서 마음껏 뛰놀고 싶었으리라. 왜냐하면 서울 아파트에서도 마음껏 뛰어놀지 못하다가 시골 할아버지댁에서만이라도 실컷 뛰놀려고 내려왔을 것이다. 허나 기대가 한 순간 무너지고 말았으니, 얼마나 서운해 할까?  나는  미안한 마음 그지없었다. 이럴 때 아파트 건설업자들을 원망도 해보았다. 거실 바닥 두께를 두껍게 하고 방음 장치를 했더라면 이런 마음의 고통은 겪지 않았을 텐데. 공사비절감으로 충분한 자재를 쓰지 않는 건설업자의 양심을 원망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매스컴들은 “아파트 층간 소음 문제로 이웃 간에 종종 다툼이 발생하고 소송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전한다. 그래서 돈 있는 집안들은 단독 주택을 선호한다고 한다. 우리 아파트 아래층은 칠순을  넘긴 노부부만이 살고 있어, 내 손자들이 올 때면 항상 애들 때문에 죄송하다내가 먼저 말을 건넨다. 그러면 “아이들이 무슨 죄가 있겠소!”하고 오히려 우리를 위로하곤 한다.  또한 바로  윗층은 다행히 고학년의 초등학생이 있어,“우리 집도 어린애들이 있어 아이들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너그럽게 말해주니, 나는 무척 안심이 되었다. 아파트는 이웃을 잘 만나야 행복하다. 나는 진정 이웃들이 무척 고맙다. 그렇다면 이 한 밤중에 피아노를 치는 소리는 어떻게 할까?  관리실에 신고를 할까?  이 야밤중에 직접 우리 라인 아파트를 돌면서 소리 근원지를 찾아볼까?  이리저리 궁리를 해봤다. 허나, 만약 찾으면 어떻게 하지? 거센 항의를 할까? 지금까지 나는 이웃들의 많은 도움을  받았고, 매일 만나는 고마운 이웃들이다. 나는 착한 고민이 생겼다. 우선 얼마나 피아노 연습을 하고 싶었으면, 잠도 안 자고 한 밤중에 연습을 할까? 아노 치는 당사자는  얼마나 마음이 괴로울까? 피치 못할 사정으로 한밤중에 어쩔 수 없이 피아노 연습을 하지만, 이웃주민들에 대한 죄책감으로 무척 미안해하고 있으리라 생각하니, 내 마음이 더 아팠다이날처럼 나는 역지사지의 심정을 절실히 느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2019. 05.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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