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꽃

2019.05.28 16:34

곽창선 조회 수:10

 장미꽃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곽 창 선

 

 

 

 

 

 어버이 날 유리 볼에 담긴 장미를 받으면서 어머니를 떠올려 보았다. 어머니도 떡시루처럼 작은 옹기그릇에 장미꽃을 키우셨다. 초겨울이 되면 묵은 가지는 잘라내고 햇가지만 남겨 겨우내 윗방에 들여놓았다가, 봄이 되면 장독대 옆 따뜻한 곳에서 햇볕을 머금고 장미꽃이 붉게 피었다. 꽃이 너무 아름다워서 춘궁기를 잊게 해준 위안 거리였다.

 

 옛날에는 희귀한 꽃나무였는데, 이웃이 이사하며 주고 간 것을 기르셨다. 겨울에 밖의 기온이 너무 낮아 얼어 죽지 않도록 방에서 지내야 하니 형제처럼 정이 깊어졌다. 방에 꽃나무가 있어 습도를 쾌적하게 유지해 주어 겨울철 감기예방에 도움이 되었다어려서 본 장미꽃은 탐스럽지는 않아도 가지마다 붉게 핀 꽃이 너무 아름다웠다. 여리게 피던 장미의 모습은 어머니의 얼굴과 어우러지는 모정의 꽃이기도 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세상에 제일인 양 뽐내던 오색의 철쭉들이 떠난 자리에 장미꽃이 붉게 채색되었다. 맑고 푸르른 하늘빛에 더욱 붉어진 덩쿨장미는 마치 바람결에 흔들리는 요염한 여인의 머릿결이 춤을 추듯 휘날리고 있었다. 그윽이 내뿜는 장미의 향기가 여인들의 비밀스런 속내에 불을 댕겨, 잊혔던 5월의 정열을 태우는 촉매가 된 듯 곳곳에서 웃음이 넘쳤다. 그래서 장미薔薇는 만인의 가슴 속에 계절의 여왕으로 자리메김되었나 보다.

 

 아파트 출입문을 열면 향긋한 향이 코 점막을 통해 폐부 깊숙히 흐른다. 향기를 쫓아 눈길을 돌리니 화단 창가에 핀 하얀 꽃에서 뿜어나는 향이었다. 처음에는 라일락 향같아 자세히 살펴보니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그래서 휴대폰에 담아 글벗에게 문의하니 잘 몰랐다. 답을 스스로 알기까지 숙제로 남겨 두기로 했다. 이름 모를 향기에 끌려 다가서면 붉은 장미는 창가에 꽃술을 요염하게 빼물고 탐스럽게 피어오르고 있다. 이름 모를 꽃향기 때문에 기분이 덩달아 좋아졌다.

 

 장미꽃 향기에 취하다 보면 기쁨으로 마음이 평안해진다. 슬금슬금 다가오던 헛된 욕망이나 시기, 질투도 사라지고 온몸이 한결 가벼워지는 느낌이 든다. 장미가 핀 곳에는 여러 꽃들이 외롭지 않게 어울려 피고 있어 꽃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꽃들이 피고 지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지나온 내 삶을 보는 느낌이다. 세월을 지나 빛이 바랜 장미가 고개를 숙인 것처럼, 배역을 마친 배우가 무대 뒤로 사라지듯, 세월 따라 무대에서 떠나야 할 시간이 임박했음을 깨닫게 된다. 만물은 돌고 도는 술래가 아닌가 싶다.

 

 꽃은 모두 아름답다. 하물며 호박꽃까지도. 저마다 독특하고 고운 빛깔로 피고 지면 아름답기에 모두의 사랑을 받는다. 꽃 중의 장미가 제일 아름답다는 말은 추리력이 왕성한 미적 감각을 가진 분들의 예찬이다. 이런 예찬은 사물을 관찰하면서 느끼는 미적 감동이 남아도는 여운일 뿐이다. 각종 기념일에 사람들의 가슴을 사로잡는 장미는 좀 과해도 제일 아름다운 꽃이 분명하다.

 

 장미는 세계 도처에서 각양각색으로 재배 되고 있다. 원래 덩쿨장미를 울타리가에 키워 왔으나 지금은 절화용이나 분화용으로 품종이 다양하게 분화되어 취향에 맞는 꽃을 구할 수 있게 되었다. 현재 농작물 중 단위 면적당 가장 높은 부가가치를 지닌 효자 상품이다. 한때 경쟁적으로 재배하다 일본의 기만으로 농가에 어려움을 준 시절이 있었으나, 지금은 전문화된 기술과 판매망을 확보하여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더욱 부단히 노력하여 세계인의 기호에 맞는 새로운 상품이 개발된다면 세계 시장에서 크게 환영을 받을 것이다.

 

  장미는 유난히 날카로운 가시가 많다. 장미에 가시가 생긴 이유는 큐피드가 진홍빛 장미에 키스를 하려다 벌에 쏘여 화가 난 어머니 비너스가 벌의 침을 뽑아 줄기에 심었기 때문이라니, 여인의 모성은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그래서 사람들은  장미에 흠이 있다면 가시가 있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장미에 가시가 없다면 혹은 아름다운 꽃잎이 없다면 장미라 부를 수 있을까?

 장미에도 가시가 있다는 격언은 모든 사물에 지나침을 경계하라는 방부제 같은 말이다. 흥미에 과하게 취하다 보면 언젠가 후회가 남는 법, 우리 모두는 과유불급過猶不及에 유념할 일이다.

 

 요즘 여성들은 로즈데이나 부부의 날에, 나이에 상관없이 누구나 장미꽃을 받고 싶어한다. 어느 날 아내가 엎드려 절 받기라며 장미꽃을 받고 싶다고 했다. 그것도 백 송이 장미 꽃다발을 받고 싶다고 했다. 왜 이럴까? 평소 그녀답지 않은 행동에 당혹스러웠다. 귀가도중 화원에 들러 알아보니 오늘이 로즈 데이라고 했다. 생각 끝에 한 송이 장미를 안개꽃에 싸고 메모를 적어 넣었다. 한 송이 곱하기 백이라 적고 오만 원 권 지폐도 함께 접어 넣었다. 장미 한 송이에 오백 원씩 백송이 몫을 넣었더니 지금까지 흉으로 남았다.  

 

 사랑스런 사람에게 주는 선물인 만큼 그 의미를 알고 주면 더욱 뜻깊은 선물이 될 것이다. 장미의 꽃말로 붉은 장미는 사랑의 꽃이다. 분홍장미는 사랑의 맹세, 흰 장미는 순결과 새로운 시작, 노랑 장미는 질투, 시기, 완벽한 성취라고 한다. 상대에 따라 기분 좋은 꽃을 선물할 줄 아는 매너도 필요하다.    

 장미를 사랑하는 진정한 의미는 감사하는 눈과 마음일 것이다. 감사한 마음에 감사가 깃들고 불평하는 마음에 불평의 문이 열린다니 잘 음미해 볼 일이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모처럼 아내에게 장미 바구니를 배달 시켜야겠다.

                                                                             (2019,5,28.)

 *장미꽃의 의미

한 송이 장미= 오직 당신만을 사랑한다.

22송이 장미= 둘만의 사랑

30송이 장미= 성숙한 사랑

44송이 장미= 사랑하고 사랑한다.

100송이 장미= 정말 사랑합니다.

101송이 장미= 프로포즈

 

 

 

 

댓글 0

파일 첨부

여기에 파일을 끌어 놓거나 파일 첨부 버튼을 클릭하세요.

파일 크기 제한 : 0MB (허용 확장자 : *.*)

0개 첨부 됨 ( / )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07 박경리문학공원을 찾아서 윤석순 2019.06.06 9
706 청와대 방문기 한일신 2019.06.05 3
705 쥐똥나무 꽃 백승훈 2019.06.04 5
704 나비 송병호 2019.06.03 6
703 우리 집 3대가 신흥고등학교 동문 정석곤 2019.06.03 9
702 새로운 시대 한성덕 2019.06.02 4
701 동유럽 7개국 여행기(6) 이종희 2019.06.02 4
700 봄날의 진객들 최상섭 2019.06.02 3
699 전쟁에서의 사실과 연출 강우택 2019.06.02 3
698 [김학 행복통장(75)] 김학 2019.06.01 5
697 중국 여행기(1) 최동민 2019.06.01 3
696 엄마 찾아 3만리 정남숙 2019.06.01 3
695 나를 슬프게 하는 일들 홍성조 2019.06.01 5
694 청와대를 관람하고 김길남 2019.05.31 6
693 꽃을 보며 변명옥 2019.05.31 5
692 제주도에서 한 달 살아보기(6) 최은우 2019.05.31 10
691 6월에는 나인구 2019.05.31 3
690 찢어진 날씨 최수연 2019.05.30 11
689 함박꽃나무 백승훈 2019.05.28 9
» 장미꽃 곽창선 2019.05.28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