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어진 날씨

2019.05.30 06:57

최수연 조회 수:11

찢어진 날씨

6589a3052674fc470f94878485432226_2019053


그해, 우리에겐
여러 개의 문이 있었다
구름이 걸어와
진창을 열어젖혔지만
이미 다녀간 햇살에 대해서만 우리는 말했다

비를 괴려면
박쥐날개를 펼쳐야 했지만 입술은 성급한 잇몸부터 보여주었다
마을에선
두꺼비를 찾는 눈들이 소주병을 열고 들어갔다

여름을 열면
꽃무늬가 흐드러졌다
습지에 익숙한
외출이 해를 펼쳤지만 내일은 미리 시들었다
녹슨 한낮은 자주 삐걱거렸다

어디선가 울퉁불퉁 계절 한 겹 껴입었을
사라진 두꺼비들
마른 혀가 쉴 새 없이 핥는 정오는 금세 닫히고
나는 자주 눈을 감았다

행운을 뒤지던 눈들이 사라진 날씨는
사소한 기분에도 자주 찢어졌다

- 최연수 시 '찢어진 날씨'


오래전 소주병 뚜껑 속 금두꺼비로 행운을 얻는 때가 있었지요.
요즘 등장한 술 광고의 두꺼비는 요즘에 맞게 변해있더군요.
행운을 찾는다는 건 막연한 기대감 같고
기다리는 동안의 막연한 떨림이 있습니다.
아주 막연해서 맞아도 그만, 안 맞아도 웃고 넘어갈 것 같습니다.
그래도 그 기다림은 즐겁습니다.


 

댓글 0

파일 첨부

여기에 파일을 끌어 놓거나 파일 첨부 버튼을 클릭하세요.

파일 크기 제한 : 0MB (허용 확장자 : *.*)

0개 첨부 됨 ( / )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227 다름을 인정할 줄 알아야 김길남 2020.03.21 0
2226 몽돌 정근식 2020.08.26 0
2225 비빔밥 두루미 2020.01.02 0
2224 2019년 우리 집 10대 뉴스 정성려 2020.01.02 0
2223 2019년 우리 집 10대 뉴스 김용권 2020.01.02 0
2222 창임 섬 김창임 2020.02.05 0
2221 새로운 다짐 곽창선 2020.02.24 0
2220 묵언 전용창 2020.02.24 0
2219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야 박제철 2020.02.24 0
2218 달팽이가 간다 강순 2020.02.24 0
2217 엘리베이터를 타는 날 정석곤 2020.02.24 0
2216 방콕생활 열하루 째 김학 2020.02.29 0
2215 강제휴가 홍성조 2020.03.16 0
2214 김상권 후배의 선종을 애도하며 김길남 2020.05.04 0
2213 알아야 면장을 하지 박제철 2020.04.27 0
2212 나도 확찐자 정남숙 2020.05.02 0
2211 마음의 빚 정남숙 2020.05.04 0
2210 새로운 일상 하광호 2020.05.06 0
2209 뻐꾸기의 심술 한성덕 2020.07.16 0
2208 나그네 이우철 2020.07.16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