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목(死木)에 돋는 싹 / 성백군
뿌리 잘린
나뭇등걸에서 싹이 돋는다
파릇파릇 세상을 향하여 잎새를 흔들며
출생신고를 한다
저가, 알까?
삶이 결국 죽음으로 가는 길이라는 것을
그렇다고 안 살 수는 없는 일
생명은 내 것이 아니라는 게 천만다행이다
한평생 살면서
죽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었겠느냐 마는
아직 살아있는 걸 보면
삶은 생명으로 말미암아 단단해지는 것
이제는
삶이 생명에게 보은하겠다고
십자가 앞에 고개 숙이며 죽음을 밀어낸다
저 새싹처럼 부활을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