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불짜리 주스

2019.06.19 13:59

김창임 조회 수:3

백만불짜리 주스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금요반 김창임

 

 

 

 

 

   믹석기 돌리는 소리에 잠을 깼다. 주방으로 나오니 남편이

  “요사이 잠을 잘 자니 참 예뻐!

라고 했다.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이 나이에 잠을 잘 잔다고 예쁘다니! 젊은 사람들이 들으면 푼수처럼 들릴 것이다. 그나마 요사이 내가 잠을 조금 잘 잔 이유가 있다. 기억력이 나빠져서 지인에게 물어보니 정읍 고려병원이 진료를 잘 한다하여 바로 그곳에 갔었다. 23일간 입원하여 여러 가지 검사를 하더니 뇌가 영양이 부족하면 그런 증상이 생긴다며 그에 대한 처방을 내려 약을 먹고 있으니 마음이 편안하고 잠이 더 잘 온 것 같다. 기억력은 그렇게 쉽게 회복되지 않고 더 나빠지지 않기를 바란다. 가장 무서운 치매도 예방된다니 열심히 치료해야겠다.

  남편은 일찍 일어나 아침 기도를 30분 하고 운동을 40분 한 다음 기쁜 마음으로 주방으로 향한다. 오렌지 두 개를 겉껍질만 벗기고, 사과 반쪽, 홍삼 1 t 스푼, 불루베리 10개 정도, 생강 약간을 넣어서 주스를 만든다.

 노트북에서 글을 쓰는 나에게 한 잔 주고 남편은 남은 것을 한 잔 가져와 컵을 부닥치며 짠하고 마신다. 그것들은 내 몸이 냉한 체질이어서 주로 따뜻한 성질의 과일이나 약초로 만든 것이다. 홍삼 농축액이 많아서 어떻게 할까 생각 끝에 남편이 좋은 생각을 했단다. 그것을 꺼내어  달콤한 과일을 섞어서 마시니 맛도 좋고 건강에도 좋아서 이렇게 했다고 자랑삼아 이야기하기에 남편의 엉덩이를 토닥거려주었다. 살집이 보기 좋게 생긴 엉덩이를 내민 남편이나 손으로 토닥거려주는 나나 둘 다 푼수다.  

  젊은 시절 직장에 다니면서도 3년 동안 하루도 빠뜨리지 않고 당근과 생강을 넣어 즙을 내어 우리 가족 모두에게 주었다. 그러면 꿀꺽 꿀꺽 잘도 마셨다. 그것을 만들려면 사서 들고 오기가 무거워서 우리 큰아들의 세발자전거에 당근을 가득 싣고 왔다. 그러면 조금 편했다.    

 그 당시 남편은 직장 일에 푹 빠져 열심히 일하느라 건성으로 마셨지 이것을 어떻게 샀는지, 그리고 어떻게 들고 왔는지, 어떻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고 마시기만 하면 되었다. 그렇게 고생한 결과 남편은 혈관성 질환이 흔한 요즘 아무 문제가 없다. 그리고 오늘 아침처럼 매일 한 컵씩 얻어 마셨다. 그래서 그 주스는 내가 말하기를 ‘백만 불짜리 주스’라고 이름을 붙였다. 그 주스 한 잔 마시게 되면 식욕이 더 생기고 생기가 돋는다.

 그리고 쓰리고를 잘한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싼다. 그리고 그 주스에서는 향긋한  냄새와 함께 이상한 냄새가 난다. 이상한 냄새란 남자만 낼 수 있다. 여자는 아무리 요리를 잘하는 사람이라도 도저히 낼 수 없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당시 우리 집엔 승용차가 없던 시절이었다. 택시도 어지간하면 타지 않고 내가 들고 와 버렸다. 거리가 그렇게 멀지 않아서 택시 타기가 아까웠다. 요사이 아침식사 전에 먹는 주스 한 잔이 나를 행복하게 만든다. 나는 남편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고 싶다. "여보!, 고마워요!"

                                                             (2019. 6.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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