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안의 푸른 보석, 천리포 수목원

2019.08.31 14:48

신효선 조회 수:7

서해안의 푸른 보석, 천리포 수목원

꽃밭정이수필문학회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금요반 신효선

 

 

 

 

  집을 떠나 여행으로 추억을 만들며 힐링하는 즐거움을 만끽하려면 어디로 가는지가 중요하다. 친구들과 안면도로 갔다. 여행은 언제나 즐거운 나들이다. 충남 태안군 ‘안면도 자연휴양림’은 소나무뿐만 아니라 중부지방의 다양한 야생화를 볼 수 있는 휴양림이다. 국내 최고의 소나무 천연림인 휴양림은 국내에서 유일한 소나무 단순림으로서 수령 100년 내외의 소나무가 울창하게 들어서 있다. 휴양림 인근에 조성한 ‘안면도 수목원’에는 한국전통정원인 아산정원을 비롯해 안면도 자생수원, 생태습지원, 방향수원, 식용수원 등 각종 테마공원이 들어서 있다.

  ‘안면도 수목원’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천리포 수목원’으로 갔다. 천리포 수목원은 미군 정보장교로 한국에 왔다가 1979년 한국인으로 귀화한 민병갈 박사가 설립해 기증한 우리나라 최초의 사립 수목원이다.

  1962년 사들인 6,000평의 토지를 기반으로 1970년부터 부지를 확장해가면서 기후가 비슷한 외국과 국내 여러 곳으로부터 현지 기후와 토양에 적응할 수 있는 식물들을 수집해 체계적으로 관리해 왔다 한다. 국제수목학회가 세계에서 12번째,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세계의 아름다운 수목원'으로 인증받았다.

  서해와 접하고 있어 바다와 숲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수목원은 우리나라의 자생식물은 물론, 국내에서 가장 많은 식물 종을 보유하고 있는 곳으로 비공개로 운영되다가, 2009년 일반에 일부 지역(밀러 가든)을 개방했다. 한 사람의 자연에 대한 사랑과 신념이 얼마나 아름다운 결과를 보여주는지를 알게 해준다.

  평생 혼자 살면서 수목원을 단 한 사람의 힘으로 이루었으며, 설립 후 40년간 연구목적 이외에는 개방되지 않은 수목원이다. 그는 200248, 81세로 숨을 거두었고 ‘천리포 수목원’ 내에 수목장으로 묻혔다. 세계 60여 개 나라에서 들여온 도입종까지 약 16,000여 종류의 온갖 식물들의 낙원이라 할 정도로 아름답게 잘 꾸며져 있다. 특히 호랑가시나무와 목련, 단풍나무, 동백, 무궁화를 주요 5속으로 꼽아 관리했으며 그중에서도 호랑가시나무와 목련을 가장 아꼈다 한다.

 

   우리는 ‘천리포 수목원’ 내 숙박시설을 이용했다. 한옥으로 수목원 뒤편 23일 동안 행복하게 묵었던 배롱나무집은 아늑한 시골집에 온 느낌이었다. 마당 가운데 배롱나무가 있고 겉모양은 전통 한옥의 모습이지만, 내부시설은 최신식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뜰의 큰 거목 배롱나무 곁에 대리석 탁자와 버섯처럼 앙증맞게 생긴 돌, 한창 꽃 필 한여름이면 하늘을 덮은 배롱꽃 아래 앉아 여름밤을 보내면 더욱더 멋진 시간이 될 것이다. 정말 이런 집 한 채 갖고 있었으면 좋겠다.

  이곳 수목원 내 숙박은 회원에게만 개방하는데, 고맙게도 한 친구가 회원권이 있는 지인을 통해 사용하게 되었다. 짐을 풀어놓고 상큼한 풀 냄새를 맡으며 천리포 바다가 보이는 색다른 산책길을 걸었다. 수목원 호수를 중심으로 초록빛 나무들과 형형색색 꽃이 가득했다. 천리포 수목원은 화려하지도 크지도 않지만, 우리가 보지 못한 꽃과 나무, 산책길의 꽃에 취하고 향기에 취하는 환상적인 분위기에 젖는다. 마음이 평화롭고 행복감이 느껴진다. 아름다운 숲길을 따라가면 발걸음은 왜 그리도 가볍고 즐거운지, 정말 좋았다. 너무 아름다웠다. 완전 힐링이다. 꽃들이 어우러진 멋진 길을 걷노라니, 저절로 꽃동산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바로 눈앞에 보이는 ‘닭섬’은 썰물 때면 두 섬이 서로 연결되며, 자연적인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는데, 해산물을 채취할 수 있는 청정해안이다. 우리는 이곳에서 조개를 캐어 죽을 끓여 먹었는데, 준비물로 조개 캐는 호미도 가져갔었다. 첫날은 물때를 몰라 바다에 가지 못하고 다음 날 바다로 나갔다. 물이 빠질 때면 모세의 기적을 보이는 길을 따라 건너가 조개도 캤다. 모두가 조개를 많이 캘 줄 알았는데 제일 많이 캔 사람이 조개 22, 제일 적게 캔 사람은 10개 정도였다. 조개로 죽을 끓여 제일 많이 캔 사람은 두 그릇을 먹는 특권을 주었다.

  밤에는 윷놀이를 하는데 함정을 만들어 거기에 빠질 때 환호의 웃음과 박수 소리는 천국 잔치가 열린 듯했다. 너무 즐거운 웃음이 가득한 이 시간이 지나면 추억이 되겠지만, 이런 시간을 언제 또 만들까?

  다음 날도 수목원 산책길을 천천히 걸으며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었다. 봄철 수목원의 대표 주자는 목련이 분명했다. 목련류는 전 세계 500여 종 중 410여 종을 모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의 목련 색깔은 하얀색부터 자색, 붉은색, 심지어는 노란색까지 있다고 한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목련 축제’를 개최하며 올해로 4회를 맞는 목련 축제의 주제는 ‘목련꽃 그늘 아래’이다. 민병갈 선생은 고국에 계시는 어머님이 가장 좋아하는 꽃 목련을 심어 두고 아침마다 “굿 모닝, 맘!” 할 정도로 어머니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한다. 이틀을 그곳에서 함박꽃과 같이 활짝 웃으며 우리만의 멋진 시간을 장식했다.

 

  한 친구의 막냇동생이 보령 중부발전소에 근무하는데, 점심을 초대해 발전소 구경도 하고 대천해수욕장에서 바다가 훤히 보이는 횟집에서 융숭한 대접을 받았다. 그 근처에 ‘보령팔경’의 하나로 손꼽히는 자연미와 조화를 이루는 섬 월전죽도에 있는 한국식 전통정원인 ‘상화원’ 전체를 둘러싼 1km에 이르는 회랑을 바다를 보며 걸으니 하늘 정원을 걷는 느낌이었다. 이번 여행은 아름다운 추억의 한 페이지를 꾸민 의미 있는 나들이였다

(2019. 5.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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