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 둔데기

2019.09.08 07:20

최순복 조회 수:20

고향 둔데기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최 순 복

 

 

 내가 태어난 곳은 전라북도 임실군 오수면 둔덕리 삭녕최씨 집안이다. 전국에 둔덕리라는 마을 이름은 많다. 둔덕리란 나지막한 산으로 길쭉한 언덕을 이룬 형상을 '둔덕'이라고 부른다. 바로 이런 지형을 배후로 형성된 마을들이 대부분 '둔덕리'라 이름지어졌다.

 오수면 둔덕리는 옛 이름으로 삼계라고도 불렀다. 삼계는 둔덕리에서 합류하는 섬진강의 원류가 되는 세 개의 냇물을 말한다. 제1계는 진안 성수산에서 발원하는 오수천이고, 제2계는 팔공산줄기 천왕봉에서 발원하는 사미천이다. 제3계는 남원 풍악산에서 발원하는 서도천이다. 세 개의 냇물이 둔덕리에서 합수하여 구로정을 휘돌아 적성강을 이루고 순창에서 운암호 물줄기와 합류하여 섬진강을 이룬다. 다시 구례에서 보성강과 합류하여 하동을 거쳐 광양 앞바다 남해로 흐른다.

  옛날에는 수명이 짧아 환갑을 넘기기가 힘든 단명한 시대였다. 둔덕방에 환갑 넘는 노인이 아홉 분 계셨다고 한다. 이를 구로(九老)라 했다. 노옹들을 공경하고 즐겁게 편히 사시라고 계를 조직하고 이곳에 정자를 지어 매년 봄이면 경로심을 고취하려고 마을 사람들이 모여 잔치, 화전놀이를 베풀었다. 정자 이름을 아홉 노인의 정자라 하여 구로정(九老亭)이라 명명하고, 백척절벽의 당구대 중간에 짓고 절벽 이름을 닷구대라고 부른다.

 지리상으로 북으로는 임실의 응봉산맥, 남으로는 남원의 풍악산맥, 동으로는 장수 팔공산맥, 서쪽으로는 순창의 원통산맥이 감싸고 있어 오수천이 흐르고 비옥한 들녘이 있어 농경사회에서 자급자족하기에 적합한 마을이다. 또한 산세의 정기를 이어받아 형성된 명소로 오백여 년간 조상 대대로 충효 사상과 미풍양속을 숭상하고 학문이 끊이지 않아 명사들이 많이 배출되었다.

 둔덕리 내에 있는 전주이씨 효령대군파 대종중 이웅재고가가 있다. 이 집은 1500년대에 춘성정 이담손이 마을에 입향하여 지은 것이라고 한다. 사대부 집안의 대종가 문화재로 전라북도 민속문화재 제12호로 지정되었다. 안채사랑채안행랑채대문채사당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서 마을 사람들의 대소사를 의논하고 외부에서 와서 강의를 하기도 한다. 마을사람들이 함께 모여 이웅재고가의 집안팍 청소도 한다.

 또한 전라북도 유형문화재 제160호로 지정된 삼계강사계안이 소장된 삼계강사가 있다. 삼계강사는 둔덕방 출신의 학동들이 선생님을 모셔다가 공부하던 곳으로서, 450여 년 전 중종 중엽에 태종의 둘째아들인 효령대군의 증손 춘성중을 중심으로 강사를 창립하여 7개 부락, 7(최씨·한씨·김씨·하씨·장씨·양씨)이 모여 동계를 실시하였다. 동계란 임진왜란 이후에 고을 단위로 일종의 가 조직되었는데 마을 단위로 조직된 계가 바로 동계이다. 삼계강사는 서울로 과거시험을 보러 갈 때는 걸어서 한 달이 걸리기 때문에 명사를 모셔서 1차 시험을 치러 합격해야 서울로 과거시험을 보러 가도록했다고 한다. 이렇게 둔덕리 마을에는 다양한 역사문화 자원이 잘 보존되어 있다.

 또한, 7개 마을이 지은 권역, 마을학교를 건축하는데 임실군에서 지원해줬다. 운영은 사무장이 관리하고 있으며 동네 입구 정각, 정자나무, 마을회관이 제대로 조성된 아름답고 살기가 좋은 마을이다. 임실군에서 생활을 지원해줘서 마을의 수호신 정자나무 밑에 앉아 오손도손 노후를 즐기면서 생활하고 있다. 전주에서 1시간 남짓의 거리여서 점심시간을 이용해 자동차로 사람들이 견학하러 오기도 한다. 또한 타지역 학생들이 관광차 자주 견학을 온다. 학생들이 견학 중에 하루나 이틀밤을 자고 가기도 한다.

 올해로 5년째 7월 음력 보름 백중날을 맞아 임실군 지원으로 둔데기백중술맥이축제가 열렸다. 둔데기 백중절은 우리 농촌 고유의 문화유산과 전통놀이가 함께 하면서 마을공동체를 이어가기 위한 축제다. 일본 강점기인 1933년에 마을의 풍요와 다산, 새로운 세상을 염원하는 마음을 담아 그려진 5m×3m 크기의 거대한 황룡기(黃龍旗)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이 황룡기는 KBS1-TV에서 일요일 오전 11시에 방송되는 진품명품 프로그램에서 3,500만 원의 감정가를 평가받은 바 있다. 매년 백중날 선보여 마을 주민들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며, 이미 놀이와 함께 술맥이 행사를 통해 임실에 있는 필봉 풍물악단들이 5년째 농학 놀이를 2시간 이상 하고 간다.

 2018년부터 마을 어머니 24명이 시를 써서 낭송하고 액자에 넣어 종갓집 들어가는 입구에 진열하는데 올해는 오수에 몇 명, 둔덕마을에서 몇 명이 참가하여 시 낭송 대회가 열렸다. 대상 금상 은상 동상 순으로 상장을 수여했다나는 자작시를 써서 읽어서 동상을 받게 되었다.

 이렇게 지리적으로 문화적으로 아름답고 살기 좋은 둔덕리 마을에 살던 150호 가구가 점점 줄어들어 지금은 남자 16, 여자 19명밖에 살지 않는다. 이촌향도(離村向都)로 고향을 떠나는 사람들은 많고 농촌을 지키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든다. 몇십 년만 지나면 고향이 사라질 것 같아 안타깝다. 선조들께서 허리를 조여매고 맨손으로 일궈놓은 전답들, 조상님들의 발자취와 얼이 서려 있는 동네, 조상님들이 보물처럼 아끼고 사랑하셨던 마을, 두루두루 후손들이 물려받아 가꾸고 보존하여 자손만대 길이길이 번창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2019. 09.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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