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9.15 17:02
밤참
내 밥 주머니는 새는 바가지
너무 낡아 속이 쉽게 텅 빈다
자정이 지나면
올빼미 울음소리에 밤 잠을 설친다
밤참 먹으라는 신호
먹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어느새 부엌에서 서성인다
나무랄 사람이 없어도
야밤중이라 누가 볼세라
후닥닥 먹어 치운다
잠자리에 몸을 눕혀도
밥통이 눈을 부릅뜨고 일어나란다
오냐 하며 책상에 앉아
피아노 건반을 두드린다
멜로디 대신 시가 건반 위에서
내 세상 만났다고 춤을 춘다
덕택에
구월 초하루에 거뜬히
시 세 편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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