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 뭐길래

2019.09.16 06:02

백남인 조회 수:6

명절이 뭐길래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금요반 백남인

 

 

 

 

  이번 한가위 때도 귀성 및 귀경행렬로 고속도로는 몸살을 앓았다. 연휴 첫날부터 하행하는 차량들로 꽉 메운 도로는 은하수처럼 불빛이 텔레비전 화면을 가득 메웠다. 경기도와 인천에 살고 있는 큰애와 작은애 가족들이 저 전쟁을 치르면서 이곳으로 오고 있었다. 출발하면서 알려온 시각과 도착한 시각을 대략 계산해 보니 여덟 시간이 넘었다. 엄청난 고생들을 감수하고 찾아온 것이다.    

 

  더러는 자식들이 고생하며 고향에 오는 것이 안쓰러워 요즘은 부모가 역귀성을 하기도 한단다. 부모의 마음은 자식들이 객지에 가서 살아가느라고 힘드는데 명절 때조차 그 고생을 하며 귀성하는 것이 안타까울 것이다. 명절을 쇠고 집으로 돌아갈 때는 또 얼마나 고생해야 할 것인가?

 

  명절을 피해서 주말쯤에 다녀가면 어떻겠느냐고 하면, 그렇게 하면 명절의 의미가 없을 뿐더러 온 가족이 모이기가 어렵고, 성묘할 때 산에서 친척들도 만나지 못하게 되므로 추석 전 날 오겠다는 것이다. 아주 단단히 고생할 것을 각오하고 명절에 맞춰 다녀가겠다는 이야기다.    

  명절이 무엇인지 아내와 나는 며칠 전부터 농협하나로마트와 전통시장에 가서 추석에 필요한 식재료와 멀리 있는 아이들에게 싸 보낼 것들을 사오는가 하면, 고춧가루를 빻고 참기름을 짜서 준비해두는 일에 정성을 쏟는다. 대목에 임박해서는 거실과 베란다 정리는 내가 맡고, 음식장만과 친척과 이웃에 보낼 선물 챙기는 일은 아내가 맡았다.  

 

  통신수단이 극도로 발달한 요즘, 아이들이 떨어져 살고 있지만 자주자주 전화도 하고 나와 아내의 생일 때 만나고 어버이날에도 다녀가지만, 명절에는 부모님과 형제들이 한곳에 모여 음식도 함께 장만하고, 조부모를 비롯하여 선조들께 차례를 올리며, 선산의 조상님들의 산소에 가서 성묘를 하려고 고향으로 온다. 명절에 고향에 오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우리아이들에게 조상숭배의 정신이 아직은 살아있는 것인가 싶어 기특하기도 하고 안심이 되기도 한다.

 

  추석 당일엔 차례를 올리고 성묘를 서두른다. 산소에 가면서도 귀경할 시간을 염두에 두고 스마트폰을 두드려 고속도로 사정을 틈틈이 탐색한다. 나는 열심히 선조들의 위업에 관하여 설명을 하고 유훈을 일러준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일이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증조부모님, 고조부모님 산소까지 다녀오면 약 세 시간 정도 걸린다. 시장할 만도 하지만 간소하게 차려간 제물을 성묘 끝날 때마다 음복하니까 그런 대로 든든하다.

 

  오늘 돌아가겠다는 큰애와 내일 가겠다는 작은애에게 싸 줄 것을 챙기느라고 아내는 바쁘다. 갈비, 식혜, 김치 같은 명절 음식, 그밖에도 고춧가루, 참기름, , 생선, 과일, 꿀 등 체크해가면서 열 댓 가지를 싸 준다. 애들이 떠날 때까지 아내는 머릿속이 쉴 틈이 없다. 주고 또 주어도 무엇인가 더 줄 것이 없는지 챙긴다. 명절에 오면 주려고 사 두었던 이부자리, 주방기구 같은 것들까지….  

   

  자식들 다 보내고 난 아내는 피로에 지쳐 몸살이 난다. 커피를 마신다. 기분이 좋아진 것 같다가도 개운치 않으면 박카스도 마신다. 마음 푹 놓고 쉬도록 배려한다. 두 세 시간을 자고 나면 거뜬해지기도 하는데, 어쩐지 피로감이 남은 듯하면 판콜을 찾는다. 판콜은 약사들이 만류하는데도 아내는 판콜을 마시면 두통이 긋는다. 난 커피와 박카스와 판콜을 늘 준비해 놓고 있다. 이것이 흔히 말하는 명절증후군인 듯하다. 명절을 거뜬히 치러낸 아내가 오늘은 기분이 상쾌해 보인다.    

 

  추석과 설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뇌리에 깊이 박힌 양대 명절이다. 교통대란과 명절증후군을 가져오는 괴로운 날이기도 하다. 흩어져 살고 있는 가족이 모일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부모자식간, 형제자매간, 친척과 이웃간에 정을 주고받을 수 있는 아름다운 전통이다. 고생을 덜 하면서도 즐겁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두 명절을 보낼 방법을 생각해 보아도 뚜렷한 묘안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때그때 형편에 맞춰 슬기를 발휘하여 최대로 행복한 명절을 만드는 수밖에….    

                                                         (2019. 9.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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