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천지를 만나다

2019.10.11 16:43

김순길 조회 수:4

백두산 천지(天池)를 만나다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김 순 길

 

 

 

 

 

 엊그제 추석이 지나더니 아침,저녁으로는 제법 시원한 바람이 분다. 금방이라도 낙엽 지는 가을 소리가 들리는 듯하여 세월의 무게를 훌훌 털어버리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충동이 느껴진다.

 

 2019921일, 오늘은 백두산 천지를 만나러 가는 날이다. 17호 태풍 「타파」가 제주도에 상륙하여 북상 중이어서 결코 마음 편한 여행은 아니었다. 그러나 올봄 모임에서 패키지여행으로 결정되었기에 모든 것은 하늘에 맡기고 계획대로 진행했다. 우리 부부는 평소 여행과는 또 다른 설렘으로 밤잠을 설치고 새벽 4시에 일어나 승용차로 청주공항으로 달렸다. 공항에서 합류한 우리 일행 10명은 아침 10시경 이스타항공 비행기에 탑승하여 중국 심양에 도착했다. 심양에서 숙소가 있는 통수지역까지는 5시간여의 장거리 버스 여행으로 밤늦은 시각에 도착하니 피곤하여 곧바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둘째날백두산 천지와 만나는 날이다. 코스는 북파(北坡)라고 한다. 다행히도 염려했던 날씨는 청명하기 그지없었다. 가이드는 백두산 천지의 날씨가 변화무쌍하여 쉽게 가늠할 수 없다고 했다. 숙소에서 백두산 입구까지는 버스로 5시간 이상 소요되는 장거리이기 때문에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야만 했다. 가는 길은 끝없이 이어지는 대평원의 옥수수밭이다. 비옥한 토지의 풍요로운 옥수수밭을 보고 있노라니 잠시 상념의 나래가 펼쳐졌다. 비록 지금은 중국에 속해있지만 분명한 것은 그 옛날 고구려의 땅이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천리를 쉬지 않고 바람처럼 달린다는 적토마를 타고 오직 부강한 나라와 백성을 위하여 이곳을 지키고 호령하며 39세의 짧은 생을 마친 광개토대왕의 숭고한 업적이 나의 감성을 자극했다. 아, 우리 한민족의 자랑인 광개토대왕이시여!

 오후 2시경, 우리는 봉고차와 지프를 번갈아 타고 이동하여 가파른 정상 부근에서는 걸어서 천문봉(2,670m)에 올랐다. 하늘에 구름만 간간이 흘러갈 뿐 날씨는 쾌청했다. 얼마 전 눈이 내려서인지 곳곳에 잔설이 남아있고, 세찬 바람으로 몹시 추웠으나, 천지는 문을 활짝 열고 우리 일행을 반겨주었다. 북파에서 바라본 천지는 웅장하였으며, ()적으로 신비스럽게 다가오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 민족의 성산(聖山)으로 단군의 개국 신화 속에 수천 년의 역사를 함께한 백두산 천지는 보는 것만으로도 벅찬 감동 그 자체였다. 이렇게 대자연의 신비함과 웅장함 속에서도 한편에서는 가슴이 미어지는 분단의 서글픔이 앞섰다. 지금 내가 서 있는 반대쪽은 결코 자유로이 오갈 수 없는 북녘땅이기 때문이다. 곳곳에 중국과 북한의 경계 표시가 되어있고, 차단벽이 설치되어 있었다. 부디 멀지 않은 날 중국 장백산을 거치지 않고 우리나라 개마고원을 거쳐 백두산 천지에 오르게 되기를 염원했다. 우리 일행은 첫 번째 천지와의 만남을 뒤로하고 내일 일정을 위하여 숙박지로 이동했다.

 

 셋째 날, 오늘은 서파(西坡)를 통한 천지와의 두 번째 만남이다. 숙소인 「송강하」에서 백두산까지는 버스로 약 30분 정도 소요되는 거리였다. 천지를 자유롭게 더 많이 보기 위해 새벽부터 일어나서 맨 처음 출발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우리는 끝없이 이어지는 관광객 행렬을 뒤로하고 정상을 향해 1,422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아내가 무척이나 힘들어하며 가다서다를 반복했다. 그동안 이런 난관을 극복하기 위하여 나름대로 운동을 열심히 했는데도 세월의 무게에는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이미 정상에 올라선 우리 일행은 힘내서 올라오라고 응원의 손짓을 했다. 우리 부부도 일행의 격려에 힘입어 마침내 정상에 올랐다. 정상에 올라선 큰 기쁨도 잠시, 천지 쪽을 바라본 순간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대자연의 극치가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너무도 순수하게 맑아서 혹여 오염이라도 될까 봐 쳐다보기조차 아까운 청정 하늘. 그 밑에 펼쳐진 시리도록 맑고 깨끗한 짙푸른 천지. 천지를 포근히 감싸고 있는 웅장한 봉우리들. 지금껏 사진과 그림으로만 보았던 천지와 그 주변의 아름답고 신비로운 광경으르보니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어제와는 또 다른 감동이 솟구쳐서 환희의 기쁨과 눈물이 교차한다. 그야말로 하늘이 내려주신 세계 유일의 보물 중의 보물이다.

 

 오늘 이렇게 우리 민족의 염원이 서린 곳, 민족의 성산 그곳에 내가 서 있다. 그 성스러운 곳을 나는 마음으로, 눈으로, 카메라로 담아 본다. 다 담을 수 없기에 가슴으로, 영혼으로도 담는다. 백번을 올라야 두 번 볼 수 있다는 백두산 천지!  3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백두산 천지! 나는 이렇게 아름답게, 행복하게, 소중하게 백두산 천지를 만났다.

                                                                (2019. 10. 10.)

댓글 0

파일 첨부

여기에 파일을 끌어 놓거나 파일 첨부 버튼을 클릭하세요.

파일 크기 제한 : 0MB (허용 확장자 : *.*)

0개 첨부 됨 ( / )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267 임대받은 서재 신효선 2019.10.11 4
1266 나만의 서재 만들기 정성려 2019.10.11 4
1265 치즈마을과 구절초 꽃동산 이윤상 2019.10.11 6
1264 칠순 아이들의 가을 나들이 최인혜 2019.10.11 10
» 백두산 천지를 만나다 김순길 2019.10.11 4
1262 꽃할머니들의 목포 나들이 호성희 2019.10.11 9
1261 내가 본 나이아가라 폭포 호성희 2019.10.12 14
1260 호남의병의 선봉장, 박춘실 최기춘 2019.10.13 4
1259 임실 치즈축제 박제철 2019.10.13 3
1258 고난 속에 핀 행복 전용창 2019.10.13 7
1257 내가 나에게 띄우는 편지 김학 2019.10.14 5
1256 고추 모종 이형숙 2019.10.14 41
1255 자식들에게 전하고 싶은 7가지 이야기 두루미 2019.10.14 29
1254 마음의 고향, 농촌 이우철 2019.10.15 5
1253 시장에서 보낸 반나절 이진숙 2019.10.15 6
1252 익모초 백승훈 2019.10.15 11
1251 전주한옥마을 구경 이진숙 2019.10.16 41
1250 행복한 동행 정근식 2019.10.16 3
1249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 김창임 2019.10.17 8
1248 동전의 양면 같은 하루 박제철 2019.10.17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