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의 양면 같은 하루

2019.10.17 20:44

박제철 조회 수:8

동전의 양면 같은 하루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금요반 박제철

 

 

 

 

 자동차를 세차도 하고 기름도 가득 채웠다. 아내와 그 친구들을 태우고 정읍 산내 구절초축제와 임실 치즈마을 구경을 가기 위해서였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가을하늘과 시원한 바람결에 기분이 상쾌했다. 비교적 일찍 갔는데도 자동차가 많이 밀렸다. 천천히 가면서 평범했던 산과 강이 구절초축제장이 되기까지의 지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구절초 축제장은 나와 인연이 있는 곳이다. 축제장이 있는 곳에서 그리 멀지않은 태인지서장으로 근무하던 30여 년 전의 일이다. 여름이면 많은 사람이 시원한 계곡 등을 찾아 물놀이를 갔다. 태인면은 평야지대라 마땅히 물놀이 갈 곳이 없었다. 마침 지역 의용소방대에서 물놀이를  같이 가자고했다. 미리 잡아놓은 장소가 정읍군 산내면 매죽리에 있는 작은 산을 감싸고 도는 추월천()이었다. 구절초축제가 열리고 있는 지금과는 달리 그때 그 산은 소나무와 가시 넝쿨이 우거진 그저 평범하고 작은 산이었다. 추월천은 맑고 깊었으며 강변은 은모래와 자갈이 깔려 보기에도 좋았다. 강변에 천막을 치고 일부대원은 물고기 사냥에 나서기도했다. 팔뚝만한 쏘가리를 잡아 살코기는 회를 떠서 먹고 뼈와 나머지 물고기로는 매운탕을 끓여 먹었다.

 

 그저 평범한 산에 누군가의 아이디어에 의해 구절초를 심고 가꾸어 200710월에 처음으로 2일간의 구절초축제를 열었다. 기간도 짧고 규모도 작았지만 4만 여 명의 관광객을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그 뒤 2009년에는 6일간으로 축제기간을 늘렸으며, 가보고 싶은 축제 20선에 선정되고 관광객도 30만을 넘었다고 한다. 그 뒤로 꾸준히 발전하여 올해는 105일부터 1020일까지 16일간으로 축제기간을 대폭 늘렸다. 2012년에는 한국 관광공사에서 선정한 대한민국 10월의 대표축제 5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주차장에 들어가니 주차할 곳이 없었다. 이곳저곳을 찾아 헤매다 자동차 한 대가 빠져나가는 것을 목격했다. 후진으로 가야했다. 빠져나간 공간만 보고 급한 마음으로 후진하다 뒤에 주차해 놓은 차와 부딪치고 말았다. 내려와 보니 범퍼가 약간 어긋났으나 큰 문제는 없을 성싶었다. 내 차도 뒤 범퍼에 약간의 상처를 입었으나 심하지는 않았다. 사람이 다치거나 크게 부서진 것은 아니었기에 그래도 다행이구나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모처럼 아내와 친구들을 태우고 나들이를 하는데 왜 이런 일이 있을까? 그렇다고 아내와 그의 친구들이 있는데 짜증을 낼 수도 없지 않는가? 아내와 친구들도 걱정스런 얼굴이었다. 마음을 다잡고 피해자에게 전화로 사정을 말했다. 자기네도 이제 왔으니 꽃구경 마치고 만나 해결하자고 하여 꽃구경에 나섰다.

 

 말이 꽃구경이지 꽃이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사고처리를 어떻게 할까? 보험처리하면 할증이 붙는다는데 수리비가 적게 나오면 현금으로 해결할까? 문제가 있으면 보험으로 처리하면 되겠지? 내 차는 아직 흠집 하나 없는 새 차인데 하는 생각으로  마음이 뒤숭숭했다.

 

  2시간쯤 지나자 피해차량 주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분들은 자동차에 해박한 지식이 있는지 무엇도 갈아야 하고 뭣도 갈아야 한다며 수리비가 200여 만 원은 족히 나올 것이라 했다. 그러면서 보험 들었으면 보험으로 처리하자고 했다. 나도 그렇게 하자고 하며 보험회사에 사고 접수를 했다. 보험처리를 하니 짜증나던 마음도 안정을 찾았다. 하지만 원래 기쁘던 마음으로 오롯하게 돌아오지 않고 마음의 찌꺼기가 남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마음의 찌꺼기까지 완전히 없애려면 시간이 다소 걸릴지 모른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마음을 돌릴 수 있어 다행이었다.

 

  그리곤 생각했다. 왜 내가 잘못했으면서도 짜증이 날까? 세차하고 기름 넣고 아내와 그의 친구들을 태우고 주차장에 들어올 때까지는 얼마나 즐거운 마음이었던가? 즐거움과 괴로움은 동전의 양면이라고 하던데 정말 그런 것일까? 즐거움이 있으면 괴로움이 있고, 슬픈 날이 있으면 기쁜 날도 온다던데 바로 이런 것인가? 그래! 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하지 않던가? 요란했던 마음을 구절초축제장에 내려놓고 임실 치즈축제장으로 달렸다. 입구에 들어서니 활짝 핀 국화가 나를 반겼다. 축제는 이미 막을 내렸지만 활짝 핀 천만 송이의 국화는 축제 때보다 더 아름다웠다. 오히려 한가함과 느긋함이 있어서 더 좋았다. 남았던 마음의 찌꺼기까지 훌훌 털어 버렸다. 구절초축제가 괴로움이었다면 치즈마을의 천만 송이 국화꽃을 보는 것은 즐거움이었다. 동전의 양면과 같이. 즐거움 뒤에는 괴로움이 오고 괴로움 뒤에는 즐거움이 온다는 진리와, 괴로움도 즐거움도 마음 먹기에 달렸다는 평범한 진리를 체험하는 하루였다.

                                                                                          (2019.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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