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스러운 삼계인상을 받고

2019.10.18 17:28

김학 조회 수:22

자랑스러운 三溪人賞을 받고

三溪 金 鶴

삼계 김학이 자랑스러운 삼계인상(三溪人賞)을 받았다. 기쁘고 자랑스럽다. 내가 상을 받은 것은 나의 모교인 삼계초등학교 개교 100주년 기념식이 열린 2019년 10월 12일 오전 11시 30분 모교 운동장에서였다.

운동장에는 수십 개의 몽고 게르식 천막이 설치되어 있고, 그 천막에는 졸업 횟수에 따라 동창끼리 앉을 수 있도록 좌석이 마련되어 있었다. 개막시간이 가까워지자 삼계초등학교 선후배 동문들이 서울에서, 광주에서, 전주에서 꾸역꾸역 모여들었다.

오랜만에 모교 운동장에 들어서니 학교는 내가 다녔던 옛 모습이 아니었다. 그때는 목조 1층 건물이었는데 지금은 2층 벽돌집이다. 운동장도 잔디밭으로 바뀌었고, 교문 옆 우물과 숙직실은 사라지고, 그 자리엔 이순신 장군의 동상이 서 있었다. 모든 게 낯설었다. 행사장에서 만난 선후배들도 얼굴을 아는 이들은 겨우 손가락으로 헤아릴 수 있을 정도였다. 고향에 왔는데 고향의 산천과 인물들이 바뀌어 타향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내가 이 행사에 참석한 것은 세 가지 이유 때문이다. 내가 삼계초등학교 31회 졸업생이고, 개교 100주년 행사를 준비한 모교 동창회가 자랑스러운 삼계인상 수상자 여섯 명 가운데 하나로 나를 선정해 주었기 때문이며, 나의 할아버지 金자學자述자 어르신이 삼계초등학교 초대 교장이셨기 때문이다. 그러니 얼마나 감회가 새롭겠는가?

자랑스러운 삼계인상 수상자는 27회 심국무(뇌천), 30회 이정근(두월), 31회 김학(삼계), 33회 하계환(삼은), 39회 이상갑(두월), 40회 이재홍(덕계) 등 여섯 명이다.

동창회는 개교 100주년 기념 『100년의 발자취』를 212쪽의 책자로 만들어 나누어 주었다. 그 자료를 보니 지금까지 졸업생 수가 5,508명이라고 했다.

우리의 모교 삼계초등학교는 3.1독립만세운동이 요원의 불길처럼 번지던 1919년 10월 2일 삼계사립보통학교로 인가를 받아 개교했다. 그 뒤 1922년 4월 1일 삼계공립보통학교로 승격했다고 한다.

올해 개교 100주년을 맞은 학교는 전라북도의 경우, 나의 모교 삼계초등학교를 비롯하여 전주 풍남, 장수 번암, 완주 조촌, 진안 주천, 장수 장계, 정읍 칠보, 고창 부안, 무주 안성 등 9개 학교다. 그 행사장에서 이형구 시인을 만났다. 어쩐 일이냐고 했더니 자기가 이웃 순창동계초등학교 동창회장인데 100주년기념행사를 준비하려고 동창회 임원들과 함께 견학을 왔다고 했다.

내가 삼계초등학교 다닐 때는 그렇게 넓어보였던 운동장이 지금은 부잣집 안마당처럼 좁아 보였다. 그때 우리 집은 학교 뒤쪽에서는 유일한 기와집이었는데 그 집은 지금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그 동네 뒷산은 미산(米山)이다. ‘쌀산’이라 불러야 했는데 그때는 ‘싹산’이라고 불렀다. 뇌촌리와 삼은리 출신 어린이들은 그 산을 넘어서 학교에 다녔으니 얼마나 힘들었겠는가?

우리가 학교에 다닐 때는 전교생이 8백여 명쯤 되었다. 아침에 일찍 등교한 남학생들은 축구시합을 하면서 놀았고, 여학생들은 고무줄놀이나 공기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냈었다. 학교가 아침마다 시끌벅적했었다.

그때는 겨울에 눈이 자주 내렸고, 날씨도 무척 추웠다. 학부모들이 장작을 한 짐씩 지고 와야 교실마다 난로를 피울 수 있었다. 점심때엔 그 난로에 도시락을 따뜻하게 데워서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참 아름다운 추억이다.

지금은 삼계면 소재지에 중학교와 우체국과 농협도 있지만 옛날엔 면사무소와 지서와 초등학교밖에 없었다. 그 시절에 우리는 학교 선생님과 면서기 그리고 지서 순경만 보면서 자랐다.

삼계가 면소재지인데도 그때는 버스도 다니지 않았다. 하늘의 비행기는 볼 수 있었지만 기차나 배는 볼 수도 없었다. 그만큼 첩첩산중이었다. 그런 내 고향 삼계가 전국 제일의 박사고을이 되었다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삼계가 전국 제1의 박사골이 된 것은 동네별로, 성씨별로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자녀들을 가르쳤기에 그리된 것이다. 내 고향 삼계는 누가 박사학위를 받거나, 고시에 합격하면 면소재지 거리에 축하 현수막을 걸고 면민들이 오가며 볼 수 있게 자랑을 한다. 7년 전 내 작은아들이 미국의 명문 공대인 카네기 멜론대학에서 전자공학박사 학위를 받았을 때도 현수막을 내걸고 축하하며 그것을 사진으로 찍어서 카톡으로 보내준 적이 있었다. 그러니 박사골 삼계의 전통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삼계초등학교 동문들은 돈을 멋지게 쓸 줄 안다. 동문들이 십시일반으로 성금을 모아 여행경비 1,000만원과 발전기금 500만원을 지원하여 후배 초등학교 전교생을 제주도로 여행을 보내주었는가 하면, 또서울의 성공한 선배들이 전교생을 초청허여 서울구경을 시키기도 했다. 이번 100주년 기념행사도 동문들의 성금 1억 5천만 원으로 이렇게 푸짐하게 치르게 되었다.

삼계초등학교 총동창회(회장 金學洙)는 이번 개교 100주년기념 5대 중점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개교 100주년 기념비를 제막했고,『100년의 발자취』를 책자로 제작했으며, 재학생들에게 진로탐색 및 추억 쌓기 제주도 여행을 시켰고, 모교 발전기금을 기탁했으며, 개교 100주년 기념사업으로 자랑스러운 삼계인상 6명을 선정허여 시상하기도 했다. 그런데 100년만에 선정한 수상자들에게 상금이나 기념품도 없이 기념패와 꽃다발 하나씩만 건네주어서 아쉬웠다. 더구나 행사 진행은 매끄러웠지만 신문이나 방송 홍보를 소홀히 한 것은 옥의 티였다.

행사 때 참석자 모두가 운동장에서 먹었던 뷔페 점심식사는 동창생들로서는 또 하나의 멋진 추억 쌓기였다. 무대에서 이어진 다채로운 축하공연은 삼계초등학교 선후배들에게 즐거운 웃음을 선사할 수 있어서 좋았다. 앞으로 100년 뒤 개교 200주년 기념행사는 어떻게 치러질까? 100년 전 개교식 때 참석했던 분들이 개교 100주년기념식에 참석할 수 없었듯이 200주년 기념식에는 오늘 참석자 어느 누구도 참석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때를 상상해 보는 것은 즐거운 일일 것 같았다.

(2019. 1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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