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가시
2019.12.08 05:59
장미가시
정용진 시인
장미농장을 경영하면서
제일먼저 친해진 것은
사나운 가시다.
사랑을 받으려면 먼저
사랑을 보내야 하는 것처럼
껴안으면
가슴을 찌르고
어루만지면
손바닥에 박힌다.
그것은
미모와 향기의 이면에
깊숙이 숨겨둔 비수(匕首)
우리 내외는
밤마다 돋보기 안경을 끼고
뾰족한 바늘로
나는 아내의 손에
아내는 나의 손에 든
가시를 파낸다.
어떤 한의사는
가시에 찔리면
수지침(手指針)을 맞는 효험이 있어
장수할거라고 위로하기에
우리 내외는 아픔을 꾹 참고
크게 웃었다.
오늘도
장미 가시가
혼미한 세상 속에서
나를 파낸다.
*The Best Pome & Poems by The International Library of Poetry(07)
제4회 동주 해외작가 특별상 수상작(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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