솟구치는 분수에 가슴이 뛴다
2019.12.22 22:25
솟구치는 분수에 가슴 뛴다
김수영 ( 2019년 2월 20일 )
분수를 보면
연어가 회귀할 때
물살을 헤치고 폭포를 뛰어오르는
생명의 약동을 본다
위로만 뻗는 저 의지
푸른 하늘을 향해
태양을 바라보며 외치는 저 절규
물방울을 튀겨
나의 고막을 두드린다
햇빛에 반사되어 무지개가 되는
저 눈부신 비약
분수처럼 솟구치는
이 기쁨, 이 감격
하늘 높이 독수리 한 마리 비상하고 있다.
2019년 미주문학 가을 호
이재무 시인 평
이 시는 병치은유로써 사상을 전개시키고 있다. 각 연의 ‘약동’ ‘절규’ ‘비약’ ‘독수리’ 등 속은 원관념 ‘분수’에 대한 보조관념들인데 이 보조관념들 간에는 유사성이 존재하지 않는다.
병치은유는 서로 다른 사물들이 당돌하게 병치됨으로써 빚어지는 새로운 결합의 형태이다. 자연계의 요소들이 새로운 방법으로 결합하여 새로운 자질을 생성하듯이 시에서도 이전에 없었던 방법으로 언어와 이미지들을 병치시킴으로써 새로운 의미가 생성될 수 있다.
휠라이트는 병치은유의 예로 “군중 속에서 유령처럼 나타나는 이 얼굴들/까맣게 젖은 나뭇가지 위의 꽃잎들”( <지하철 정거장에서>) 이란 에즈라 파운드의 시를 인용했다. 이 시에서 병치되어 있는 것은’얼굴들’과 ‘꽃잎들’이다. 이 두가지가 서로 같은 것인지 또는 다른 것인지 판단이 유보된다는 점에서 병치은유는 헤체주의적 관심까지 불러일으킨다.
위 시편에서 시적 화자는 대상인 ‘솟구치는 분수’에서 약동과 절규와 비약을 거쳐 마침내 독수리 한 마리를 연상하고 있는데 이는 무기물을 유기물로 전환하는 활물적 상상력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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