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요즘 걷기가 트렌드다. KBS1TV 6시내고향에 ‘오만 보’ 나 ‘동네 한 바퀴’는 내가 즐기는 프로그램이다. 특정지역을 걸어 다니며 소개하여 대리 만족케 한다. 에세이집 ‘걷는사람 하정우’가 출간되어 사 보았다. 그는 매일 3만 보를 걷고 가끔 10만 보와 서울에서 인천공항까지 8시간을 걸었다고도 한다. 나는 그런 40대의 걷기 마니아들을 흉내낼 수는 없다. 내가 매일 만 보 이상을 걸은 건 10여년쯤 된다. 누구나 사는 동안 걷지만 요즘처럼 각종 성인병이 만연하니 노년들에게 걷기를 강조하고 싶다. 걸으면 건강에도 좋고 많은 생각이 떠오른다.

내가 사는 전주는 걷기 좋은 도시다. 얕은 산과 평지가 안배되어 건지산과 완산칠봉과 치명자산과 삼천천변 등 걷다보면 춘하추동 변화하는 자연을 느낀다. 옛부터 식보食補나 약보보다 행보行補라 했다. 웬만한 병은 걷다보면 자연 치유되고, 건강에 좋아 동참하는 사람이 많다. 전주 아중저수지 수변을 일주하도록 수상 다리를 설치하여 시민과 관광객이 애용하고 있다. 나도 매일 아침 그곳을 걸으니 즐겁다. 수변도로는 약 6km가 되어 공기도 맑을 뿐 아니라 경치도 좋아 전주의 자랑이다. 시멘트와 아스팔트 미세먼지의 공해에서 잠시 벗어나 아침 물안개와 물위에 그려진 산 그림자가 더없이 시원하다.

미국 버클리 연구소의 성인병 발병 조사에 따르면 걷는 것은 심폐기능 향상, 체지방 감소, 혈액순환 촉진, 근 골격질환 감소, 뇌기능 활성화, 우울증 완화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걷는 사람은 남의 탓을 하지 않고 여건이나 분위기를 따지지 않는다. 그저 건강한 두 다리가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자신 앞에 펼쳐진 길을 즐기며 걸어간다. 사람들과 걷고, 맛있는 것을 먹고, 많이 웃고, ‘걷기’는 두 발로 하는 기도고 계속되는 ‘삶’ 그 자체다. 산다는 건 누구나 건강하게 걸어가는 것이다. 살면서 불행한 일은 누구나 당할 수 있다. 걷기는 불행의 늪에서 자신을 건져 준다.

일본의 작가 무라 카마 하루키는 수필집에서 일상의 소소한 확실한 행복을 강조했다. 걷기의 효과는 뇌를 자극하여 건망증을 극복하고, 의욕을 북돋우며, 밥맛이 좋아 진다. 비만 치료제고 요통 치료에 효과가 있다. 스트레스가 쌓이거나 몸이 찌뿌둥하면 걸어야한다. 자신감을 잃었거나 울적하고 고민과 분노가 일면 일단 걷기를 권한다. 생로병사의 과정을 뉘라서 부정할 것인가? 나는 사는 동안에 걷기라는 원초적 본능에 충실하려고 한다.

(2019.1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