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행복

2020.01.01 12:32

이진숙 조회 수:1

작은 행복

 신아문예대학수필수요반 이진숙

 

 

 

 

 오늘은 월요일이어서 슬픈 날이다시내 ㅁ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고 나오면 으레 조금 걸어가서 사거리 2층에 있는 ㄱ음식점으로 올라가 피자를 시켜 먹곤 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고르곤 졸라 피자’를 시키고 또 ‘마르 게리 타 피자’도 빠질 수 없다. 피자의 기본이니까. 이렇게 시켜놓은 피자가 나오면 나도 모르게 입 꼬리가 올라가고 포크를 가지고 ‘고르곤 졸라 피자’ 한 조각을 돌돌 말아 같이 나온 꿀을 듬뿍 발라 한 입 베어 물면 이미 나는 행복의 나라로 둥둥 떠다닌다. 맛있다. 참 맛있다.

 

 그런데 그 음식점에 올라가려고 막 한 발을 들었는데 아뿔싸, 하필 오늘이 휴무라니! 원래는 화요일이 휴무였는데 월요일로 옮겼다는 안내문이 쓰여 있었다. 아이고머니나, 짜증나! 하필 오늘이 월요일인거야? 아니 왜 오늘부터 이 날을 휴무일로 바꾼 거람? 내가 얼마나 피자가 먹고 싶었는데, 특히 ‘ㅁ음식점’ 이 집 피자를…. 그렇다면 올해는  더 이상 피자를 먹을 수 없다는 거야? 그 시간이 오후 2시가 조금 넘었다. 가려던 음식점을 못 가게  되니 그렇게 많던 음식점이 하나도 보이지 않고 생각도 나질 않았다.

 

 주차장에서 차를 타고 무작정 나와 펑소 가끔 가던 ‘바지락 칼국수’ 집으로 갔다. 주차장에 차를 막 주차하고 들어가니 주인이 손사래를 친다. Break time’이란다. ‘흥, 언제부터 이런 시간이 생겼나?배가 갑자기 더 고파졌다. 마치 배가 아픈 것 같았다. 다시 차를 타고 신도시 쪽으로 가다가 남편이 차를 돌리더니 차라리 우리 동네 국수집으로 가자고 했다.

 

 ‘혹시나 그 집마저도…. 휴 다행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어서 오세요.’하며 상냥하게 맞아준다.  "여기 멸치 국수 두 그릇이요." 잠시 뒤 그릇 가득 김이 모락모락 나는 멸치국수가 나왔다. 눈이 점점 크게 열리고 손에는 이미 젓가락이 들려 있었다. ~ 저어 한 젓가락 크게 집어넣으니 눈이 절로 감기며 감탄이 나왔다. 그릇채 들고 한 입 후루룩 마시니 목을 타고 내려가는 그 따끈한 국물 맛이라니! 남편과 나는 행복감에 감탄사가 저절로 나왔다. 땀을 뻘뻘 흘리며 국물까지 깔끔하게 비운 남편, 나는 한 가닥의 국수라도 놓칠세라 꼼꼼하게 건져 먹었다. 기분이 더욱 좋았다. 역시 뱃속이 든든해야 모든 것이 제대로 보인다. 피자를 먹지 못해 살짝 짜증이 나고 슬프기까지 했던 기분이 뜨끈한 국물과  함께 넘어가 버리니 기분도 덩달아 상쾌해졌다

 모처럼 좋은 영화를 보고 감동, 또 맛있는 국수에 감동하여 감동이 배가 되니 이것이야말로 행복이 아닌가?

                                                               (2019.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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