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자년 새해 첫날 아침에

2020.01.16 12:01

하광호 조회 수:1

경자년 새해 첫날 아침에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하광호

 

 

 

 

 경자년 새해가 밝았다. 나는 KBS - 1TV에서 방송되는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프로그램을 좋아한다. 56 프로그램은 서울 남산에서 영하의 강추위를 뚫고 구름위로 떠오르는 붉은 태양을 보며 소망을 비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지역사람들의 살아가는 고즈넉한 분위기, 훈훈한 인심에 꿈과 희망을 주는 프로그램이기에 호감이 간. 각자의 삶속에서 여유를 즐기며 인간미가 넘치는 모습이 곳곳에서 묻어났다.

 

 지난  진안군 해맞이 행사를 한다는 소식을 참여키로 했다. 새벽 6시에 집에서 출발하여 해맞이 행사가 열리는 성뫼산으로 갔다. 성뫼산은 성뫼산성이 있던 곳으로 진안읍내 문예체육회관 부근에 있다. 성뫼산성은 진안군의 향토문화유산 4호로 지정된 곳으로, 퇴뫼식 석축산성으로 삼국~고려시대 유물이 출토되기도 했다. 진안의 역사가 흐르는 곳이다. 어둠을 뚫고 성뫼산 성산정에서 2020 경자년 진안고원 해맞이 행사가 열리니 가슴이 벅차 올랐다. 성산정에서 남서쪽을 보니 귀를 쫑긋 세우고 서있는 한국의 명승 12호인 마이산이 진안을 지켜보고 있었다.

 

 구름에 가려 아쉬움은 있었으나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새해에는 경제가 술술 풀리고 국민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기대를. 가족들의 건강과 꿈을 기도하기도 했다. 문화원에서 준비한 떡국을 먹으며 화합을 다짐했다. 성산정에서 고향쪽을 바라보니 시절이 떠올랐다. 삶터는 진안읍 은천마을이다. 이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농촌에서 어렵게 지내다보니 부모님 따라 농사일을 거들며 학교를 다녔다. 쉬는 날이면 망태를 메고 소꼴을 베는 것이 임무였다. 주말에는 지게로 나무를 짐씩 해오곤 했었다.

 

 쇠죽도 끓여주고 군불도 지펴 방을 따뜻하게 했다. 누에를 키울 사자꼴 밭에서 뽕을 따다가 누에를 키우는 일은 다반사였다. 뽕이 부족하여 아버지가 산으로 뽕을 따러갈 때는 마중 나가 기다리다 함께 돌아오곤 했다. 시절 소가 가정의 경제를 지켰고 누에를 키워 학비도 마련해주고 농촌의 어려운 삶을 해결해주는 유일한 방도였다. 그래도 때는 그게 농촌의 풍경이었고 삶을 위한 몸부림이었다고나 할까?

 

  새해에는 인생을 배로 사는 ‘아침형 인간’이 되고자 다짐했다. 그동안 가쁘게 살아온 나에게 박자 늦추며 쉬어갈 여유도 운동과 산책을 하고 싶다. 하루를 시작하는 일과는 새벽운동으로 몸을 푼다. 테니스운동을 못할 시는 건지산 편백나무의 꿋꿋함을 보며 단풍잎을 모두 나뭇가지가 속살을 보며 드러낸 겨울의 정취를 맛보곤 했다. 때로는 까치의 아침 인사에 야호로 답했다. 나무들과 작은 나무들의 공생의 질서에 경이로움을 느끼며 걷고, 소소한 행복을 맛보 일상이다.  

 

 모처럼 기대한 눈은 오지 않고 기온이 내려가 을씨년스럽다. 화단에 있는 감나무는 전만해도 푸른 잎에 대봉시가 주렁주렁 열렸었는데 속살을 내보이며 서있는 모습이 허전하기만 하다. 겨울인데도 옷을 벗어버리고 안쓰럽기까지 하니 말이다. 감나무는 제자리에서 묵묵히 자기 할 일만 하며 서있다. 말이 없다. 타인에 의존하지 않는다. 누가 기대어도 말없이 견딘다. 절기가 지나면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면 푸른 잎이 나고 감꽃도 피우리라. 자연에서 인생을 배우게 된다. 감나무를 보면서 새해를 맞아 되새겨본다.

 

 어릴 때의 기억이다. 장독에는 눈이 소복소복 쌓였. 어머니는 감을 장독에 넣어 보관했다. 깊은 겨울밤에 배가 촐촐 때는 장독에서 꺼내다 먹곤 했다. 빨갛고 달콤한 홍시를 좋아하시던 어머니를 생각하니 가슴이 뭉클해진다.

                                                        (2020. 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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