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돗물

2020.01.30 12:21

하광호 조회 수:80

수돗물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하광호

 

 

 

 저녁식사 중에 아내가 불쑥 말했다. 어디에 관심 갖고 생활하는지 궁금하다면서 ‘부엌 수돗물을 닫아도 방울씩 떨어지니 고쳐주세요.’하면서 집안일에 관심 가져달라는 핀잔이었다. 알았다면서도 낭비되는 수돗물을 줄이게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비단 수돗물 뿐만 아니라 가정 일에 좀더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하는 뜻도 있지 않나 싶었다.

 

 오늘은 모처럼 여유가 있어 용담댐을 돌아보기로 했다. 궁금했던용담호사진문화관이다. 차창 풍경은 겨울철인데도 아름다운 산야와 용담호에 담수된 물결이 넘실거렸다. 유난히도 물빛이 부셨다. 용담호가 있는 곳은 진안의 북부 지역으로 예전에 근무했던 곳으로 2 고향이다. 불로티 터널을 지나 안천면 망향의 동산에 올라서서 넘실대는 용담댐 모습을 보니 만감이 교차했다. 예전의 면소재지는 고스란히 물에 잠겼다. 현재의 소재지는 새로 이전하여 조성된 곳에 있다. 수몰된 면소재지내의 상보마을, 하보마을, 안천시장, 안천초등학교, 안천중고등학교, 우체국, 안천교회, 안천병원 등에 머물렀던 시절이 주마등처럼 머리를 스쳤다.

 

 용담댐수변구역에는 물이 만수위로 피어나는 물안개와 더불어 파란물결 위로 올라온 나뭇가지들의 모습은 애잔하기만. 예전엔 이곳이 안천면 삼락리 풍암, 장등, 안자동마을이다. 삼거리에는 막걸리주장집이 있고 옆에는 이발소도 있었다. 앞마을에는 흥덕리 마을이 있고, 뒤로 2km 떨어진 승금마을이 있다. 냇가를 건너가면 성남마을이 아닌가. 여름철 야유회시 보건소직원들과 함께 삼락리 승금마을 냇가에서 물놀이할 직원들이 함께하여 팀장을 물에 퐁당 빠뜨렸던 기억이 났다. 이것저것 생각하니 기억속의 일들이다. 지금은 용담댐 물로 가득하니 추억도 용담호물에 잠겼.

 

 용담댐 댐의 위치는 우안으로 안천면 삼락리 구곡, 경대마을이 있던 곳이다. 좌안으로 용담면 월례리 월계, 황산, 와룡, 성남마을이다. 지금은 수몰되어 온데간데 없고 댐이 조성되어 물만 넘실거린다. 청정수가 햇빛에 반사되어 호수의 마음까지 담아본다.  

 

  용담호사진문화관을 둘러보았다.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이철수’의 수고가 묻어났다. 용담댐 공사기간 1995년부터 2001년까지 6년여 동안의 기록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당시 고향을 떠난 슬픔, 학교의 마지막 졸업식, 마을의 생생한 모습 등을 찍은 흑백사진들이다.

 

 안천, 용담, 정천 반대투쟁대책위원회가 구성되어 집단으로 활동했던 , 물이 차도 나간다고 끝까지 이주하지 않던 마을사람들, 문패, 가훈, 일기장, 도리깨, 호미 돌아보는 내내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지역민들의 생각이 떠올랐다. 당시 서울 대전 금산 전주 봉동 등으로 이거하였으며 뿔뿔이 헤어졌다. 군에서 이주대책을 적극적으로 세웠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용담댐을 막은 진안군 인구가 12,000여 명 이상 감소되었으니 말이다.

 

 용담댐은 담수의 과정 속에서 고향을 가슴에 묻고 떠나야했던 지역민의 애환이 서린 곳이다. 돌아오다 용담면 구소재지를 바라보았. 진안군 용담면 수천리와 완주군 고산면 소향리를 잇는 도수터널 3.2m 공사현장을 들어가 봤던 기억이 났다. 2001 댐과 함께 21.9km 도수터널이 완공되어 담수가 되고 고산발전소를 통해 만경강으로 유입된다. 고산정수장에서 금강물을 받아 정수하여 전북의 전주, 익산, 군산, 김제, 완주, 군산산업단지, 충남의 금산, 서천의 한산면, 기산면, 장항읍에도 물을 공급하고 있다.

 

 그동안 가뭄에는 식수와 걱정을 했지만 요즈음엔 걱정을 하지 않는다. 진안군과 용담댐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뚝뚝 떨어지는 수돗물을 보면서 수몰민의 애환을 생각한. 수돗물을 마시면서 세삼 수몰민의 아픔이 마음에 다가오는 이유는 뭘까?

                                                    (2020. 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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