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2.02 20:46
낮달
안서영
낮달 걸린
L A Gramercy 길
등굽은 버찌나무 가로수 이고
아이처럼 작고 주름 자글자글한 한국 할머니
앉아 있다
하루가 가도
사람 몇 볼 수 없는 한적한 뒷 길
늦은 나이에 타의로 뿌리 옮겨 와
갇힌 듯 살고 있는 아파트
짇 무른 외로움
허공에 기대 매일을 살고
마을 앞 돌 우물
잠시 맡겨진 어린 내가 안쓰러워
조심스레 목욕 씻켜 주시던 주름 얼굴
박꽃 핀 초가 지붕 위에
떠 있던 창백한 달
외할머니
낮달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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