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호 산악자전거를 타고

2020.02.06 12:56

홍성조 조회 수:1

11호 산악자전거를 타고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목요야간반 홍성조

...

코로나 때문에 하루 종일 방콕 신세를 짓다보니 몸이 개운치 않아 기지개를 펴고 나의 전용 11호 산악자전거를 가지고 밖으로 나왔다. 내 자전거 수명은 어느덧 71년이 되었다. 고장 날 뻔한데 오늘까지 잘 버티고 있다. 지금까지 수리점에 간 적은 없다. 오늘은 화산공원을 목표로 정했다. 화산공원에 오르기 위해서는 120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우선 시동을 걸고 천천히 페달을 밟았다. 처음에는 속도가 붙지 않았다. 허나 힘을 다해 한 계단씩 오르기 시작했다. 우선 숨을 고르고 천천히 내뱉으면서 전진했다. 산길 주위에 여러 나무 구경꾼들이 힘을 내라고 응원하는 것 같았다. 속으로 계단 숫자를 세다보니 정상까지 남은 숫자가 점점 줄어들어 완주할 용기가 생겼다. 처음에는 포기할까 했는데, 주위 나무구경꾼들이 그것도 못하느냐고 핀잔을 주는 것 같아 도중하차가 너무 부끄러웠다.

나의 11호 산악자전거는 튼튼한 두 발의 바퀴와 두 무릎의 축이 있어 안심하고 올라갈 수 있었다. 바퀴를 보호하기 위해 무릎에 보호대를 채우니 더욱 더 안심이 되었다. 발이 건강하지 못하면 만병의 근원이 될 수 있다고 의사들은 경고한다. 나의 속도계는 만보기이다. 보통 만보 거리를 운행해야 하는데 보통 7,8천이 나온다. 산악자전거는 페달에 기름을 잘 쳐주어야 제 기능을 다할 수 있다. 기름은 우리 몸의 혈액과 같다. 혈액은 신선한 산소와 영양분을 전달하고, 탄산가스와 노폐물을 신장과 간장으로 옮기는 역할을 한다.

20분이 경과할 때쯤 정상에 도달했다. 원래 주위의 숲들은 메숲졌지만, 지금은 겨울철이라 듬섬듬섬 있었다. 미리 와 있는 사람들이 간이 운동기구에서 열심히 운동을 하고 있었다. 나도 허리 돌리기 기구로 가서, 왼쪽 100번 오른쪽 100번을 돌렸다. 그리고 앞뒤로 흔드는 기구에 가서, 50번씩 두 번 세면서 움직였다. 발을 움직일 때마다 눈은 전방의 나무에 시선이 닿았다. 한 50년쯤 되어 보이는 상수리나무인데, 샐긋하게 서 있어서 우리한테 마치 인사하는 것처럼 보였다. 갈색 잎으로 줄기가 약간 노르스름했다. 자세히 상수리 잎을 보니 보독하여 수분이 부족한가 보다. 여기는 산 정상임으로 수분을 섭취할 기회가 적었을 것이다. 상수리 나무는 운동기구의 파수꾼으로서, 비가 오나 눈이오나 삭연히 옆에서 불침번을 서 왔으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인가? 언제나 외로웠을 것인데, 우리가 가끔 와서 운동을 하니 그 나무도 심심치는 않았을 것이다. 한 편으로는 우리를 얼마나 기다렸을 가 생각하니 애처롭기까지 하다. 옆에 있는 철봉으로 갔다. 원래 나는 철봉은 자신이 없었다. 철봉대는 반질반질 윤이 나 있었지만 거기서 양팔 집고 어깨 운동만 앞뒤로 50번을 했다. 그리고 좌측에 있는 윗몸 일으키는 기구로 갔는데 양손을 머리에 대고 두 팔로 상체를 일으키려고 하니 몸이 비둔하여 잘 움직이지 않았다. 오롯이 누워서 맑은 하늘만 쳐다보니 구름 한 점 없이 화폭에 파란 물감을 쓰으윽 칠해놓는 듯 파랬다. 이때 참새 한 마리가 서슴거리다가 오른쪽으로 휑하고 날아가니 나뭇잎들이 사르르 떤다.


이 산에는 어르신들이 많이 오신다. 늦게나마 건강의 중요성을 알고 남은 삶이나마 행복하게 살기위해 노력하는 모습이어서 더 아름다웠다, 젊은이들은 보이지 않는다. 나도 그랬다. 퇴직 전에는 일을 핑계삼아 운동을 해보지 못했다. 지금은 퇴직 후라 시간이 있어 산에 올라와 봤는데 기력이 미약하여 왜 짐짓 운동을 시작하지 않았는지 후회가 된다.

우리는 태양이 찬란하게 빛나는 대자연 아래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기 위해 산길을 걸어 봐야 한다. 이 산길을 걷다보면, 자연 속에서 느림의 미학을 체험하는 기회도 맛볼 수 있다. 우리가 종종 사회에서 실패를 맛보는 경우가 있는데 이곳에서 인내심과 느림심을 배울 수 있어 좋다. 한마디로 산길을 걷는 것은 나로서는 인생의 참 스승을 만나는 것과 같다.

꼬불꼬불한 산능선을 따라 끝까지 완주하고 내려오니 자못 승리감에 취해 있다. 시간은 두 시간쯤 소요되었다. 저녁이 가까워서 콩나물국밥집으로 갔다. 수고했다고 나의 두 다리를 어루만져 주었다. 나는 내려오면서 지금부터 240여 년 전에 세상을 떠난 프랑스 문인 루소가 남긴 말을 생각했다.

“인간들이여, 자연으로 돌아가라!”

(2020.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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