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와 보이스 퀸

2020.02.06 13:29

김창임 조회 수:38

트로트와 보이스 퀸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금요반 김창임

 

 

 

  “매주 토요일 5시에 미스터 트로트 대회가 있으니 꼭 보아라.

  죽마고우인 이점숙 화백의 전화가 왔다.

  “그래, 꼭 볼께.

  나는 미스 트롯까지 재미있게 보면서 송가인이라는 아마추어 가수를 알고 그 매력에 푹 빠져 사는 중이다. 그 뒤부터 송가인 이름만 나오면 유튜브나 방송을 재미있게 본다. 그러던 중 그 전화를 받고 그 시간을 기다린다. 아니나 다를까, 미스터 트로트가 A방송 사에서 토요일 오후 5시에 방송되었다. 원래 나는 남자 가수를 좋아하던 터라 귀가 쫑긋했다.

  우리 부부는 낮은 TV 앞에 앉아 있지 말자. 운동이나 글쓰기, 붓글씨 쓰기만 하자고 약속했다. 이번에는 그 좋은 프로를 한다고 하니 놓칠 수 없었다.

  5시가 되니 매력 있는 젊은 남자들이 모두가 다 꽃미남이었다. 남자들도 여자처럼 화장도 하고 패션도 여자 이상으로 산뜻하고 멋졌다. 노래만 하는 것이 아니라 태권도를 하면서 하는 사람도 있고, 장구를 멋들어지게 치면서 노래하는 사람도 있었다. 춤도 아이돌 이상으로 잘 추는 사람도 있다. 노래 역시 기가 막히게 잘한다. 나는 음악성이 부족해서인지 모두가 잘하는 것 같았다. 목소리도 맑고 성량이 풍부하여 중간에 불안감을 주지 않고 음을 잘 소화했다. 타고난 소질도 있지만 대부분이 음악을 전공했거나 노래자랑 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사람들이다. 또는 행사에 가서 노래 봉사를 자주 한 사람들이다.

 

  이제는 10대들이 트로트를 하는데 일곱 살 어린 홍잠언이라는 아이가 나와서 부르는데 매우 귀여웠다. 마스터들도 귀여워서 어쩔 줄 모른다. 도대체 누구의 자식인지 부럽기 짝이 없다. 얼굴이며 노래며 말솜씨까지 부족한 점을 찾으려 해도 찾을 수가 없었다. 말하자면 트로트 천재라고 했다. 또 어떤 어린이는 초등학교 5학년인데 외할머니의 생신 선물을 사드리기 위해서 출연했다. 그분은 그 손자만 쳐다 보아도 행복할 것 같았다. 듬직한 몸매에 말솜씨 그리고 노래는 성인 못지않게 잘했다. 그 말을 하면서 울음을 참지 못했다. 나도 따라서 눈물을 참지 못하고 남편한테 들켜버렸다. 자식 키우는 입장에서 그가 매우 기특하니 눈물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보이스 퀸에서는 무명 가수들이 나와서 하는데 현 가수 못지않게 잘했다. 정수연이라는 이혼자가 최고상을 탔다. 오천만 원의 상금과 상패를 받았다. 그 친정엄마는 딸의 노래를 들으면서 눈물을 계속 흘리고 있었다. 키와 몸매 얼굴 심성까지 마음에 들었다. 왕관을 씌워주니 워킹까지 멋지게 하고 있다. 신혼여행을 가지 않고 이 대회에 출연한 조엘라라는 가수는 2등이 되었으니 미국 여행 숙박과 비행기표를 상금으로 탔다. 그것으로 이제 신혼여행을 가겠다고 한다. 부모가 아직 젊고 여유가 있는 집에서 키운 모양이다. 항상 웃음이 몸에 배어 있다. 부러웠다. 제일 멋진 것은 둘이서 같이 노래할 때 어울리는 화음이 기가 막혔다.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 않았다.

 

  나는 이런 대회를 하기 전에는 노래하는 프로가 별로 끌리지 않았다. 왜냐하면 나는 노력을 해보아도 안 되는 분야여서 그냥 마음을 비우고 살았다. 그래서 다른 곳으로 채널을 돌리고 살았었다. 이번 트로트대회 이후부터는 노래하는 방송을 좋아하게 되었다.

  트로트란 4분의 4박자를 기본으로 하는 한국 대중가요의 한 장르다. 1990년대는 트로트가 급격히 쇠퇴하고 암흑기를 맞이했었다. 이를 발라드가 치고 들어왔다. 1992년 서태지와 아이들을 시작으로 댄스 힙합 그룹이 대거 등장했다. 가요계의 판도가 10대∽20대 위주로 재편되었고 트로트는 설 자리를 잃었다. 2000년대 초에는 젊은 트로트 가수들의 등장으로 어느 정도 인지도가 높아졌다. 1990년∽현재 젊은 트로트 가수들의 등장으로 어느 정도 인지도가 높아졌다.

 

  행사 무대나 가요무대 같은 트로트 무대에서 여전히 중년 가수들이 상당히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래서 내가 트로트를 좋아한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그 노래가 내가 좋아하는 나훈아, 남진, 그리고 이미자, 진성, 박상철 가수들의 노래이다. 내가 젊은 그 시절에 좋아했던 노래여서 그런 것인가 생각했다.

  노래를 좋아해야 건강하다. 친구들과 잘 어울릴 줄 안다. 그렇지만 억지로는 안 된다. 이번 대회 이후부터는 그 프로그램이 나를 트로트 음악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얼씨구 좋다!' 행복도 뒤따라 나에게 달려온다.

                                                         (2020. 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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