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보호사, 임두환

2020.03.15 21:45

임두환 조회 수:4

<요양보호사 체험수기>

 

                                              

                    요양보호사, 임두환                                                                              

 

                                                               임두환

                                                  

 지난 어느 날이었다. 아내가 심중한 표정으로 다가서더니 무슨 말을 할 듯 말 듯 망설이지 않는가? 웬일인가 싶어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당신, 혹시 요양보호사에 대해서 알고 있어요? 뜬금없이 요양보호사 이야기를 끄집어냈다.

 "뜻밖에 요양보호사라니, 무슨 일이 있어요?"

 아내는 말을 꺼내면서도 연신 내 눈치를 살폈다. 92세 되신 어머니께서 노환으로 요양원에 계시고, 본인 역시 뇌졸중증세로 약을 먹고 있다 보니 신경이 쓰이고 마음이 불안하다고 했다. 아파트 노인정에서 들었는데 요양보호사자격증을 따놓으면 이로울 점이 많다며 내심 부추기는 게 아닌가? 그도 그럴 것이 3년 전, 어머니께서 아파트주변을 산책하다가 넘어지는 바람에 다리골절상을 입으셨다. 원인은 치매초기증세였다. 입원치료를 받았지만 후유증으로 일상생활을 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막상 어머니가 일을 당하고 보니 슬하에 일곱남매가 있는데도 누구 하나 모실 형편이 못되었다. 나름대로 이유는 있었다. 모두들 먹고 살겠다고 버둥대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경기도 수원, 어느 요양원에 모시게 됐다. 아내 역시 나이가 들어가니 아픈 데가 많아지고 걸핏하면 어지럼증을 호소했다.

 곰곰 생각해 보았다. 마침, 초등학교 동창 K가 재가복지센터를 운영하고 있기에 요양보호사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나더러 용기가 대단하다며 한 번 도전해보라는 게 아닌가? 친구 말에 따르면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하는데는 나이제한이 없고 배워두면 본인에게도 유익하지만 집안에 무슨 일이라도 있으면 크게 도움이 될 거라며 적극 권유를 하지 않는가?

 아내와 친구의 권유를 들으니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놓으면 괜찮을 성싶었다. 기회는 이 때라 싶어 전주시내에 있는 요양보호사교육원을 찾았다. 교육은 요양보호이론 4주, 실습 2주를 받아야 하고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1일 8시간씩 240시간을 이수한 뒤 국가고시에 합격하면 자격증이 주어진다고 했다. 내 나이 일흔을 넘겼는데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을까 조바심이 생겼다. 나는 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한 눈 팔지 않고 강의에 집중했다. 시험에 떨어지면 어쩌나 걱정이 되었지만 다행히도 좋은 점수를 얻어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었다.

 34년간을 다녔던 직장에서 퇴직하고는 마냥 놀고 있을 수 없다는 생각에서 아파트경비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전주시내 어느 요양원에서 요양보호사를 모집한다는 공고가 있었다. 내 나이 적은 나이가 아닌데 나를 뽑아 줄 것인가 의문이었지만 마음을 다잡고서 요양원을 찾았다. 원장님은 나에게 몇 가지를 물어보시더니 요양보호사로 일하게 되면 어떤 마음으로 근무할 것인가를 자필로 써내라고 했다. 평소 마음먹었던 소신을 그 자리에서 적어드렸다. 원장님께서는 나이가 좀 걸리긴 한데 신념이나 경륜으로 보아 잘해줄 것으로 믿는다며, 구비서류를 갖추어 며칠까지 출근하라고 했다. 나이 들어도 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구나 싶으니 나는 하늘을 날 듯 기뻤다.

 내가 중학교에 다닐 무렵이었다. 젊어서는 살림을 일구느라 갖은 고생하면서도 손주들을 그렇게 예뻐하시던 할머니가 계셨다. 연세가 일흔을 넘어서자 서서히 일손을 떼더니 곧바로 마음까지 내려 놓으셨다. 그 당시 사람들은 할머니가 노망이 들었다고 했다. 지금으로 말하면 치매현상이다. 그때를 생각하면 마음이 더욱 짠하고 가슴이 아프다. 부모님께서는 논밭에 나가시면 날이 어둑해서야 집으로 들어오셨고, 나는 학교에서 돌아오기 바쁘게 할머니가 사립문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보살펴야 했다. 할머니에게 온 가족이 매달렸지만 날이 갈수록 병세는 깊어만 갔다. 매일 함께하던 가족들까지 까맣게 잊으시고 자꾸만 밖으로 나가시려는 게 문제였다. 돌아가실 즈음에는 똥을 싸서 주물럭거리고 심지어는 벽에 칠까지 하셨다. 이를 어쩌겠는가? 할머니 뒤치다꺼리는 몽땅 어머니 몫이었다. 그 바쁜 와중에도 몸을 씻기고 방 청소를 하는 등 뒷바라지를 하노라 어머니는 고생이 많으셨다. 어머니는 모든 걸 숙명으로 여기고 사시지 않았을까 싶다. 그 당시에 지금처럼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있었더라면 내 어머니가 그렇게 큰 고생을 하시지 않았을 텐데 싶으니 몹시도 마음이 아프다.

 내가 요양원에 첫 출근하던 날이었다. 몸가짐을 단정히 하고는 설레는 마음으로 요양원에 들어섰다. 새로 지어진 건물에 내부 환경이 깔끔하고 모든 분위기에서 온화함이 느껴졌다. 어르신들의 생활실은 1, 2층으로 나뉘었는데, 내가 배정받은 곳은 2층 사춘기마을이었다. 2층에는 사춘기마을(남자어르신 방)과 푸른마을(여자어르신 방)로 구분돼 있었으나 생활실은 함께 사용하고 있었다. 요양보호사 케어실장 안내를 받아 생활실에 들어서니 어르신들이 아침식사를 하고 계셨다. 케어실장으로부터 내가 맡아할 임무와 생활규칙을 상세하게 전해 듣고는 근무하던 선임자들과 첫인사를 나누었다. 선임자들은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며 선임자들이 하는 것을 눈여겨 보고 따라 하다 보면 점차로 익숙해질 것이라며 내 마음을 안정시켜 주었다.

 내가 근무하는 요양원의 구호는 “사랑 합니다!”였다. 모든 종사자들은 생활실을 드나들 때마다 어르신들을 향하여 정중하게 ‘사랑 합니다!’라고 인사를 한다. 업무인수인계를 마치고서도 다 같이 둘러서서‘정중하고 당당하게 사랑합니다. 00요양원, 아자! 아자! 아자!’를 힘차게 외치며 마음을 충전시킨다.

 요양원에서 근무하다 보니 밖에서 듣던 것과는 크게 달랐다. 제3자들은 어르신들을 요양원에 맡겨 놓으면 그걸로 끝인 줄 안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요양원에서는 요양보호사를 주축으로 간호사, 사회복지사, 조리사, 위생관리담당자들이 각 분야에서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 특히, 요양보호사는 식사시간이 되면 모든 걸 멈추고 어르신들에게 집중을 해야 한다. 어르신들의 건강상태에 따라 메뉴와 식사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연하장애, 편마비, 치매어르신들에게는 식사가 끝날 때까지 옆에서 차분하게 챙겨드려야 한다. 또 다른 일상으로는 기저귀 갈아주기, 대소변 보행하기, 기능회복운동, 근력강화운동, 말벗 해주기, 간식 드리기, 산책동행 등의 서비스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어르신들에게는 무엇보다도 청결이 우선이다. 요양원에서는 한 달에 한 번씩 이발서비스가 있고, 주일마다 목욕서비스를 하고 있다. 욕실에 들어가기 전에는 반드시 어르신들의 몸을 살펴보아야 한다. 몸에 이상이 있으면 즉시 간호사에게 알려 처치를 해야 한다. 이상이 없는 어르신들에게는 목욕을 마치고 나서 온몸에 보습제를 바르고 손발톱을 깎아드려야 한다. 그다음으로 깨끗한 환자복을 갈아입히고 양말을 갈아신겨야 한다.

 어르신들의 건강을 위해서는 실내청결이 최우선이다. 또한, 어떻게 하면 어르신들에게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된다. 그래서 실시하고 있는 프로그램이 오락서비스와 기능훈련서비스다. 매월 어르신들의 생일을 찾아 공동으로 어르신들을 즐겁게 해드린다. 나 자신이 요양보호사로 근무한 지 얼마 되진 않았지만 요양원은 어르신들의 천국이라 자부할 수 있다. 종사원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으로 어르신들을 자기 부모처럼 정성을 다해 모신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마련되면서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은 물론이고 보호자에게도 많은 혜택이 주어지고 있다. 세상일이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누구나 건강하게 살다가 생을 마감하고 싶은 건 모든 이들의 소망일 게다. 너나할 것 없이 늙어서 자식들에게 부담되지 않으려고 갖은 애를 다 써보지만 그게 어디 마음대로 되는 일이던가? 내 어머니도 노망으로 고생하시던 시어머니를 숙명으로 받아들이며 지극정성을 다하셨다. 그러시던 어머니였는데 아흔 살을 넘기시더니 치매라는 몹쓸 병을 앓고 계셔서 요양원에서 계신다. 슬하에 일곱남매가 있지만 누구하나 모시겠다는 자식이 없으니 누구를 탓할 것인가?

 노령화시대를 살면서 치매와 전신마비, 편마비에 걸릴까 걱정이다. 그 중에서도 치매라는 병은 너무도 가혹하다. 원하지 않던 병으로 고생하시는 어르신들도 시대적 흐름에 따라 나라발전에 기여했음은 기정사실이다. 그러기에 국가에서는 노인세대를 인정하고 따뜻하게 보답해 드리기 위하여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지금 내 나이는 일흔 둘이다. 내 주변 친구 중에는

 “이 사람아, 자네 나이가 몇인가? 자네가 요양원에 있어야 할 몸인데 요양보호사로 일을 하고 있다니, 참으로 대단하네.”

찬인지 비아냥인지 모르지만 나는 상관하지 않는다. 오직, 요양보호사라는 이름으로 오늘도 내일도 열심히 살아갈 뿐이다.

 "어르신,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댓글 0

파일 첨부

여기에 파일을 끌어 놓거나 파일 첨부 버튼을 클릭하세요.

파일 크기 제한 : 0MB (허용 확장자 : *.*)

0개 첨부 됨 ( / )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 요양보호사, 임두환 임두환 2020.03.15 4
906 성악가의 품위 한성덕 2020.03.15 5
905 헛되지 않는 기다림 박제철 2020.03.16 1
904 강제휴가 홍성조 2020.03.16 0
903 인류 최초의 할생제 랑은 2020.03.16 3
902 방콕생활 열하루 째 김학 2020.03.16 1
901 전주한옥마을의 아침 한일신 2020.03.17 1
900 별꽃 백승훈 2020.03.17 6
899 엄마는 할머니가 되면 안 돼 두루미 2020.03.17 4
898 나는 격리 중 정근식 2020.03.17 4
897 3우러 13일의 행복 한성덕 2020.03.17 3
896 요양보호사 한일신 2020.03.17 2
895 일곱남매 표류기 최정순 2020.03.18 1
894 작은 아씨들 조의 말 정여울 2020.03.18 2
893 소중한 우정과 사랑을 위하여 두루미 2020.03.18 10
892 3월의 봄나들이 한성덕 2020.03.19 5
891 산다는 것 전용창 2020.03.19 12
890 불청객, 코로랍19 소종숙 2020.03.19 17
889 30초의 기적 두루미 2020.03.20 1
888 방콕은 수필쓰기 좋은 때 한성덕 2020.03.20 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