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휴가

2020.03.16 13:23

홍성조 조회 수:0

강제휴가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목요야간반 홍성조

 

 

 

  이상야릇한 흙내음이 지독하다. 공기와 맞닿는 면에서 무서운 기운이 엄습한다. 내 코로 들어올까 봐 마스크로 감싸고 철통 방어벽을 쳤다. 조그만 틈새도 없이 말이다. 답답하다. 숨 쉴 때마다 우산을 폈다 접는 식으로 들렁들렁 거린다. 갑갑하다. 이래야 산다고 메스컴에서는 오늘도 소리치고 있다. 결하지세로 밀려오는 바이러스 때문에 고두리에 놀란 새처럼 벌벌 떨고 있다. 사망자 숫자가 자꾸 올라갈수록 나는 공참한 느낌을 가진다. 다겁한 마음이 온몸을 감싼다.

 

  작년 이맘때쯤이면 여기저기서 세상에 고개를 내미는 여러 가지 진다홍 빛 꽃봉오리가 앙증스럽게 올라올 때다. 그런데 요즈음은  올라올 기미가 없다. 성장 발육이 늦다. 올라와 봤자 반겨줄 이가 없어서가 아닐까?  밖에서 산책하는 이들이 없기 때문에. 절기상으로 꽃들이 산야에 분분할 터인데 말이다. 또한 샛노란 개나리가 굿판을 이룰 때도 되었는데 말이다. 마스크를 쓰지 않았던 시절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공기의 고마움을 절실히 느낀다. 마음대로 말하고 웃고 하품을 하면서 일상을 지냈던 시절이 다시는 오지 않을까 걱정이다. 지금 우리들은 벌을 받고 있다. 자연 앞에서 고통을 당하고 있다. 겸허한 자연 앞에서 보다 더 고개를 숙여야 한데 너무 자만하지나 않았는지 반성해 본다.  

 

  모처럼 밖으로 나오니 발이 무겁다. 쇳덩이를 달고 다니는 기분이다. 한 발 한 발 띄기가 무척 힘든다. 우선 마음이 허락지 않는다전쟁터에 나가는 기분이다. 밖에 나가면 전부 병에  걸리는 것처럼 말하곤 한다. 사람들이 무섭다. 사람과 마주칠 때면 나는 머리끝이 쭈뼛거려진다. 혹시 코로나 확진자가 아닐까 하고 말이다. 최소한 2미터쯤 떨어져서 말을 하란다. 눈짐작으로 계산을 해봐야 한다. 이 정도면 되겠지 하고 안심했다가는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상대방이 움직이면 나도 2미터 거리를 유지하면서 동선을 잡아야 하니 말이다. 특히 청춘남녀 애인들은 곤욕을 치르고 있다. 밀접한 간격을 억지로 띄어놓았으니 말이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개구리 낯짝에 물 붓기 식으로 듣지 않고, 바짝바짝 붙어 다니는 사람들이 있어, 방역당국에서도 무척 고민하고 있다.

 

  난 지금 강제휴가를 당하고 있다. 강제휴가가 길어지면 심리적으로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우렁이처럼 콕 박혀 방안에만 있으니 삭연한 느낌이 든다. 정서불안증세가 발생할 것 같다. 심리적으로도 강박증이 도진다. “코로나 블루” 라는 신조어와 같다. , 코로나 블루는 “코로나 우울증”이다. 답답함, 두려움, 불안, 공포, 우울, 외로움, 무기력, 울홧병 등을 호소한다. 미상불 이것은 분명 무서운 전염병이다. 특히 가랑잎에 불 붙듯한 성미를 갖는 사람은  무척 고생스러워 할 것이다.

 

  오늘도 나는 창살 없는 감옥에서 하루를 어떻게 지낼까 걱정이다. 요즈음 하루 종일 잠만 자도 누가 뭐라 하지 않는다.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면 된다. 그런데 좋은 일이라도 자꾸 반복되면 싫증이 난다. 획기적인 무엇이 있어야 한다.  획기적인 그 무엇을 수필 읽기로 시간을 때운다. 동료 작가님들의 수필을 읽는 것이 무척이나 재미있다. 동료작가님들의 수필을 모아서 제본을 해봤다. 벌써 9권 째다. 이것들은 가고(可考)할 만한 가치가 있다. 나의 기억창고인 것이다. 한 권당 260페이지로 통일하여 제본을 했다. 동료 작가님들의 착상들이 대단하다.

 글을 쓰려면 우선 글감을 정해야한다. 실은 이것이 무척 어렵다. 주제를 정하기가 쓰기보다 더 어렵다. 한참을 생각해야 한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어느 날 갑자기 먹통이 된다는 사실이다. , 착상 실종이 일어난다. 착상의 마디가 싹둑 끊어진 것 같다. 허지만 한 번  술술 풀릴 때는 두루말이 화장지처럼 또는 실타래처럼 착상이 줄줄 떠오른다. 난 한 번 풀릴 때면 날마다 한 편씩, 2주 동안 14편을 쓴 적도 있다.

 

, 코로나19 바이러스 창궐이 수굿할 그날까지, 방콕에서 읍읍한 날 나만의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그러면 수필 원고가 많이 쌓일 것이다.

                                                          (2020.03.17.)

 

 

 

 

 

 

댓글 0

파일 첨부

여기에 파일을 끌어 놓거나 파일 첨부 버튼을 클릭하세요.

파일 크기 제한 : 0MB (허용 확장자 : *.*)

0개 첨부 됨 ( / )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227 다름을 인정할 줄 알아야 김길남 2020.03.21 0
2226 몽돌 정근식 2020.08.26 0
2225 비빔밥 두루미 2020.01.02 0
2224 2019년 우리 집 10대 뉴스 정성려 2020.01.02 0
2223 2019년 우리 집 10대 뉴스 김용권 2020.01.02 0
2222 창임 섬 김창임 2020.02.05 0
2221 새로운 다짐 곽창선 2020.02.24 0
2220 묵언 전용창 2020.02.24 0
2219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야 박제철 2020.02.24 0
2218 달팽이가 간다 강순 2020.02.24 0
2217 엘리베이터를 타는 날 정석곤 2020.02.24 0
2216 방콕생활 열하루 째 김학 2020.02.29 0
» 강제휴가 홍성조 2020.03.16 0
2214 김상권 후배의 선종을 애도하며 김길남 2020.05.04 0
2213 알아야 면장을 하지 박제철 2020.04.27 0
2212 나도 확찐자 정남숙 2020.05.02 0
2211 마음의 빚 정남숙 2020.05.04 0
2210 새로운 일상 하광호 2020.05.06 0
2209 뻐꾸기의 심술 한성덕 2020.07.16 0
2208 나그네 이우철 2020.07.16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