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뮈'에게 배우는 지혜

2020.03.29 14:54

전용창 조회 수:12

‘카뮈’에게 배우는 지혜

꽃밭정이수필문학회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목요야간반 전 용 창

 

 

 

 “이제 그럼 가망이 없는 건가요. 선생님?

 “죽었습니다.

 ‘리유’가 말했다. ‘페스트의 포로들은 저마다 발버둥을 쳤다. 두 달 동안 페스트는 도시 전체를 자기 발밑에 꿇어 앉혀 놓았다.’ 작가 ‘알베르 카뮈’는 1913년 북아프리카 알제리 ‘몽도비’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가 태어난 이듬해에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 부친이 사망하자 청각장애인 모친 슬하에서 어렵게 성장했다. 알제대학교 철학과에서 만난 철학자이자 소설가인 ‘장 그르니에’ 스승을 만난 게 그에게는 인생의 전환기가 되었다. 결핵으로 대학교수 길도 포기하고 신문기자가 되었다. 1942년 소설 「이방인」을 출간하여 1957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그 뒤 7년여 기간에 걸쳐 집필하여 1947년에 내놓은 장편소설이 「페스트」다.

 

 작가는 ‘페스트’가 창궐한 도시에서 인간은 어떤 모습으로 그 재난을 극복할까,라는 물음표를 던지며 관찰했다. 사건은 1940년 알제리 해안 도시 ‘오랑’ 시에서 시작된다. 그해 416일 의사인 주인공 ‘리유’는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진료실을 나오다가 계단에서 죽은 쥐 한 마리를 밟았다. 그날 저녁 아파트 복도에서도 비틀거리는 쥐를 목격한다. ‘리위’는 그 뒤 얼마 되지 않아 ‘오랑’ 시 여기저기서 떼죽음을 당한 쥐를 발견했다. 그는 관할 여러 기관에 전염병의 심각성을 알렸다. 그러나 이를 소각하라는 명령만 내리는 무능한 공무원들, 자신의 영역이 아니라는 의사협회장, ‘페스트’가 사악한 인간에게 내려진 질병이라며 회개하고 기도하면 낫는다는 ‘파늘루 신부, 자살을 시도하려던 ‘코타르’는 페스트 상황을 보며 시 전체가 불행해지자 그에게는 상대적으로 위로가 되고 기쁨이 된다. 초기 대응 실패로 ‘페스트’는 ‘오랑’ 전체로 번지고 마침내 시가 봉쇄된다. 파리에서 취재차 오량에 와 있던 ‘랑베르’ 신문기자도, 여행객 ‘타루’도 갇혀버린다. ‘오랑’ 시는 혼란 속에 빠지고 부익부 빈익빈이 가중되며 헛소문이 난무한다. 행복을 찾아 고향으로 탈출하려던 ‘랑베르’는 아픈 아내를 멀리 요양 보내고 빈민촌을 돌며 치료에 헌신한다는 ‘리유’ 의사의 사정을 듣고는 자신도 ‘오랑’에 남아 페스트와 싸우기로 결심한다. 한편, 여행객 ‘타루’가 제안하여 구성된 ‘보건대’는 현지인도, 외지인도 가담하여 봉사 활동을 한다.  

 

  “페스트가 신이 원하지 않는 불행이라면 이 어린아이는 대체 무슨 죄가 있어서 고통을 받아야 합니까?

‘리유’는 ‘파늘루 신부에게 반문한다. 고통에 몸부림치는 아이를 위하여 제발 살려 달라고 애원하며 기도했으나 끝내 죽어가는 어린아이를 보고는

 “하느님, 이 아이가 무슨 죄가 있습니까?

라며 하느님을 원망한다. 신부님은 기도만이 최선의 해결책이 아니라고 생각하고는 ‘보건대’에 합류한다. 어린아이를 잃고 자신마저 감염되었다가 가까스로 살아난 ‘오동’ 판사도 합류하여 환자를 돌본다. ‘리유’는 말한다.   

 “우리가 할 일은 희망을 놓지 않는 것입니다. 믿고 싸우면 끝내 이길 것입니다.

 목숨을 걸고 ‘페스트’와 싸운 사람들 덕분에 ‘페스트’는 사라지고, 마침내 ‘오랑’은 생기를 되찾았다. ‘리유’처럼, ‘타루’처럼, ‘랑메르’처럼, ‘오동’ 판사처럼, ‘파늘루 신부처럼,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해야 한다며 묵묵히 봉사한 사람들 덕분이다.

 

 이 작품은 ‘카뮈’가 알제리 ‘오랑’ 시에서 신문기자 생활 중 지병인 폐결핵으로 요양하고 있을 때 ‘디프테리아’가 발병했다. 본인의 고통도 있지만, 사랑하는 아내와도 헤어져 있는 아픔의 경험 등이 작품에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80여 년 전 상황이 오늘 날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코로나’ 사태를 예견이라도 하듯 너무도 상황 전개가 판박이다. ‘코로나’ 초기에 우리나라도 우왕좌왕했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책임은 질병을 확산시키고 방역을 힘들게 한 신천지다. 중등 교육을 받고도 어찌 그런 유사종교에 빠졌는지 참으로 안타까웠다. 신도 명단 제출도 차일피일 미루어 방역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했고, 그 결과 확진자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범법을 돈으로 막으려고도 했다. ‘법과 원칙에 따라 앞만 보고 간다.’며 무소불위의 칼을 휘두르던 검찰 수장 Y는 무대응으로 침묵했다. 표창장 하나에도 표범처럼 사정없이 달려들었던 검찰이 국가의 안위가 걸려있는 중차대한 난국에 왜 그리 관대했는지 모르겠다.

 

 

 정부 관리의 헛발질도 많았다. 직접 대면하지 않으면 ‘면마스크’도 지장이 없다는데 방역 마스크만 써야 한다고 했고, 일시에 사러오면 수급 혼잡이 빤할 텐데도 성급한 발표를 하여 마스크 대란을 초래했었다. 주무장관인 보건복지부 P 장관은 어떠한가? 의원들이 ‘코로나’ 초기대응 실책을 질타하며 “창문 열고 모기 잡는 격”이라고 하자 “겨울이라 모기는 없다.”며 말장난을 했고, 의료진이 보호구가 부족하다고 하자 “의료진 욕심에 마스크가 부족”하다는 엉뚱한 망언을 했었다. 그는 전공이 경제학 분야와 사회복지학으로 의료에 대한 학식은 전무했다. 최근에 모 구청장도 마찬가지다. 외국 유학 중 돌아와서 2주간의 격리기간이 필요했다. 그런데도 모녀간에 제주도 여행을 다녀와서 확진 판단을 받았다. 제주도민의 원성이 빗발치는데도 강남구 J 구청장은 자신의 지역구민을 두둔하며 ‘제주 여행 모녀는 선의의 피해자’라며 국론을 분열시키는 막말을 하여 온 국민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헛발질하는 그들만이 있다면 대한민국은 희망이 없다. 그런데 세계인은 우리나라를 방역 모범국으로 칭송하고 있다. 그 뒤에는 생명을 담보로 헌신적으로 봉사해온 의료진과 자원봉사자가 있었고, 정부의 지시에 따르며 생필품 사재기를 하지 않는 양심적인 국민이 있었다. 지금도 ‘거리 두기’를 이행하지 않는 종교기관이 있다. ‘파늘루 신부는 기도만이 능사가 아님을 깨닫고 ‘페스트’ 환자를 찾아가 봉사했다. ‘오동’ 판사도 그리했다. ‘카뮈’는 ‘페스트’가 인간이 자연환경을 오염시킨 결과 발생한 산물이라고 했다. 오염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그들도 강해졌다. 우리가 필리핀에 수출한 쓰레기가 오염물질이라며 되돌아왔고, 많은 양의 쓰레기를 중국으로 수출하였기에 중국은 한국과 인접한 동해안에 십여 개의 쓰레기 소각장을 건립했다. 그 결과 오늘날 쓰레기는 미세먼지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지금 ‘코로나’ 확진자가 다소 줄어들었다고 안도할 것만도 아니다. 환경이 오염되면 더 센 ‘코로나’가 나타날 것이다. ‘코로나 19’는 세계인에게 ‘지구촌이 운명 공동체’임을 깨닫는 교훈을 주었다. 각국이 환경을 보호하며 서로 돕고 살아야만 ‘코로나’도 자기 고향으로 돌아갈 것이다.

 

                                                  (2020. 3.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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