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왔는데

2020.04.11 14:57

김금례 조회 수:4

봄은 왔는데

안골은빛수필문학회 김금례

 

 

 창밖을 본다. 화창한 봄날이다. 그런데 우리는 밖으로 나갈 수 없다. 고령자, 임산부, 만성질환자는 야외활동을 자제하라는 문자 때문에 눈이 따갑다. 불청객 코로나19가 중국에서 건너와 우리나라, 일본, 미국과 유럽을 넘어 지구촌 전역을 뒤흔들고 있다. 삽시간에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전염된 전 세계 확진자는 1.350.523명이며 사망자는74.856명이다. 방심했던 미국은 39일 만에 코로나 확진자 256.942에 사망자 1만 명이 넘었다. 천하무적 미국 트럼프 대통령도 얼굴 없이 덤비는 코로나19 앞에 수척한 얼굴로 정신이 없다. 세계 대통령들을 벌벌 떨게 하는 코로나19의 정체는 무엇일까? 로켓트가 우주로 날아가는 세상인데 그까짓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가 세상을 지배하며 사람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하고 있다. 허겁지겁 매달리는 의료진과 자원봉사자의 모습이 애처롭다. 인간은 자유 안에서 정을 나누며 사는 만물의 영장이다. 그런데 포옹과 악수도 못하고 사회적 거리를 두면서 걸어야 한다. 코로나19가 도둑고양이처럼 사람의 입과 코로 들어오기 때문에 마스크를 쓰는 것은 필수가 되었다. 예쁜 미소도 표정조차 알 수 없는 '얼굴 없는 봄날'이다.

  우리야, 나이가 들어 집에 있어도 괜찮지만 어린 학생들이 겨울방학이 끝나 학교에서 공부해야 하는데 걱정이다. 학생들의 수업을 미루더니  급기야 49일부터 고3학년. 3학년 학생들은 온라인 수업을 한다고 한다. 3학년인 손녀에게 전화하여 물었다. 처음이라 잘 모르지만 잘해보겠다며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어려운 시기는 네가 잘 극복하면서 불평하지 말고 학교지시에 잘 따라주기 바란다고 했다. 통제불능의 전염병으로 공항에 빠진 세상이 되었다. 서민들은 시장 보기 두렵고, 도로는 쓸쓸하다. 소상공인, 재택근무. 예술인 등의 발목을 잡고 있으니 날고 싶어도 날지 못하는 심정이 오죽할까?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19 확산 장기화로 소득 하위7 0퍼센트에 해당되는 국민 4인 가구 최대 100만원을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잘한 일이다.

  당분간 코로나 바이러스는 물러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전주는 청정지역이라지만 17번째 확진자가 나왔다. 나 역시 외출을 자제하고 예방수칙을 지키자고 다짐하며 대청소를 했다. 막내아들이 사다준 유산소 운동기구를 닦아 거실에 놓았다. 아침저녁으로 100번을 하면 기분이 상쾌하다. 어느 여름에는 폭염으로 발을 묶어놓더니 올해는 불청객 코로나19가 와서 모든 것을 가져갔다. 폭염보다 더 무섭다. 자녀들은 밖에 나가지 말라고 전화를 한다. 일체유심조(唯心造)라 했던가?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 노년의 외로움은 암보다 무섭다고 했다. 그동안 읽지 못했던 메일과 문우들이 보내준 수필집을 읽고 독후감도 보내며 정을 나눈다. 수필친구가 외로움을 달래준다. 남편은 삼시세끼 집밥을 함께하니 좋다며 지난 50여 년 세월보다 지금이 행복하다며 호탕하게 웃는다.

 

  앞마당에 나가 어린 잡초를 뽑았다. 틈새를 뚫고 나오는 잡초는 생명력이 강하여 어릴 때 뽑아 주어야 한다. 어느 해인가 나돌아다니며 제거하지 못한 잡초가 터전을 이루자 아들이 재초재를 뿌려 주기도 했던 기억이 새롭다. 텃밭에 상추, 고추, 시금치도 심어야겠다.

  전화벨이 요란히 울린다. 며느리의 목소리가 전화벨을 타고 들려왔다. 아버지, 어머니 집에 계시지요? 오늘 날씨도 화창하니 자동차로  벚꽃구경이나 갈까요? 답답하던 차 며느리의 제의는 구세주였다. 그래? 좋지! 며느리는 들어서자 집안에만 있으니 답답하지 않느냐면서 가시고 싶은 곳으로 가자고 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가족 돌보기에도 힘들 텐데 늘 웃는 며느리가 고맙다. 그래 매년 가던 소양 송광사로 가자고 했다. 창밖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가슴이 확 트인다.

  송광사 진입로에 들어서니 흐드러지게 핀 벚꽃들이 벚꽃터널을 이루고 손짓하며 마중한다. 우리는 마스크를 한 채 눈으로 환호했다. ‘코로나19가 무섭긴 무섭구나! 예년 같으면 자동차는 들어갈 수 없고 사람들만 들어가 꽃과 바람이 하나 되어 햇살을 받으며 쑥도 깨고 봄을 맞이했었다. 살랑살랑 웃는 나뭇가지마다 구름처럼 피어 오른 새하얀 벚꽃을 만져주고 포옹을 하고 싶지만 차에서 내릴 수가 없다.

 꽃향기에 몸을 싣고 위봉산 자락에 올라가 차에서 내렸다. 봄바람이 이마를 스치며 꽃향기가 콧속으로 들어온다. 봄은 역시 대지를 흔들어 푸른빛을 물들이고 있다. 역시 봄은 좋은 계절이다. 나지막한 벚꽃이 다가서며 귓속말로 사람들이 왜 입을 가리고 있느냐고 묻는 것 같았다. 나쁜 코로나19가 와서 사람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고 대답해 주었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피하기 위하여 외출을 자제하라고 했지만 너희들이 보고 싶어 찾아 왔다.

 사람들이 서로 피하며 예전같지 않다. 마음이 물먹은 솜처럼 무겁다. 사람과 사람의 신뢰가 깨지고 불신의 눈초리로 바라보아야 하는 세상이다. 이게 사람 사는 세상인가? 묵묵히 운전하던 아들이 대아리 저수지를 보라며 아무것도 생각 말고 자연의 아름다움과 벚꽃만 바라보란다.

 영국시인 엘리엇의 서사시 <황무지> 첫머리에 남긴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는 말을 되새겨본다. 죽은 땅에서 새 생명이 자라나는 4월을 왜 잔인한 계절이라 했을까? 4월이 잔인하다는 것은 언 땅에서 태어난 새싹들이 새롭게 시작하기 때문일 것이다. 갑갑하고 불편한 마스크를 벗어던지고 가족. 친우들과 함께 벚꽃향기에 취하는 봄날을 맞이하고 싶다.

 

 코로나 19, 너로 인해 많은 것을 배우고 뉘우쳤단다. 우리의 평범한 일상들이 행복이었음을 깨달았다. 지금 지구촌 사람들은 몸과 마음이 지쳐있단다. 세계 경제는 도탄에 빠져 울고 있다. 한국 국회의원 후보자들은 서로 자신이 경제를 살릴 적임자라며 마스크도 쓰지 않고 손을 흔들고 있다. 우리는 나라를 위해 몸과 마음을 바칠 줄 아는 진실한 일꾼을 뽑아야 한다.

 415일은 국회의원을 뽑는 날이다. 손에 손을 잡고 국민을 위해 일을 잘 할 수 있는 적임자를 뽑을 수 있게 코로나19가 꽃바람을 타고 훨훨 날아가 주면 좋겠다.                                            

                                          (2020. 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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