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퇴치의 여왕, 정은경

2020.05.03 13:37

한성덕 조회 수:1

코로나19 퇴치의 여왕, 정은경

                                                              한성덕

 

 

 

 

 

 

 

 “진지함, 측은함, 장난기, 이 세 가지가 지금까지 제 문학을 지탱해 온 축이었던 것 같아요. 만약 진지함이 없다면 진실에 대한 지향이 없을 것이고, 측은함이 없다면 윤리적 책임감 같은 것이 없을 것이며, 장난기가 없다면 예술가라 할 수 없을 테지요.

 

  시인 이성복 교수의 책, ‘극지의 시’ 중 한 구절인데, 나도 한 번 인용해 보았다. 달리 그런 게 아니라, 중앙방역대책본부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을 생각하며 떠올린 생각이다. 매일 아침 그의 입에 전 국민적 관심이 쏠리는 걸 보았다. 그분이야말로, 진지함과 측은함에 이어 장난기까지 겸하고 있었다.

 

  진지(眞摯)함이란, 무조건적인 엄숙함이나 매사를 무겁게 바라보는 게 아니라, ‘태도가 참하고 착실한 것’을 뜻한다. 나는 이 진지함을 목회자에게서 본다. 물론, 대통령의 신년사나, 한 기업 회장이 전하는 중대한 발표에서도 진지함이 묻어난다. 허나 그것을 진리라고 말하진 않는다. 목회자는 세상보다 하늘나라의 것을 전하는 사람이요, 이 땅의 학문이나 철학사상보다 진리의 선포자이며, 한시적이고 스쳐가는 말보다 일점일획도 변함없는 말씀의 대언자다. 그래서 늘 진지하게 말하고, 진지하게 행동하며, 말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을 가진다. 교인들과 함께 웃고 즐기는 시간에도 진지함을 밀어내고 허투루 행동할 순 없다. 그 같은 진지함을, 나는 정은경 질병본부장에게서 보았다.  

 

  측은(惻隱)함이란, ‘가엾고 애처로운, 또는 불쌍하게 여기는 마음’이다. 술김에 깊이 잠든 남편을 바라볼 때, 다른 사람의 불행을 괴로워할 때, 어느 당이 한 사람에게 매달릴 때도 측은함을 느낀다. 허지만 병이 들었거나, 가난의 굴레에서 허덕이거나, 고통을 같이할 수 없는데 따른 측은함이야말로 격이 다르다. 남을 돌보며 배려하는 측은함이 있다면, 미워하거나 소리치며 싸우겠는가? 정치적으로 휘둘리지 않는 참신성, 오직 국민만을 바라보는 갸륵함, 그토록 수고하며 헌신하는데도 생색내지 않는 겸손함에서, 정은경 질병본부장의 저력과 윤리적 책임감이 강하다는 걸 느낀다. 그를 볼 때마다 느끼는 측은함이다.

 

  장난기란, ‘장난치려는 마음이나 그 기분’을 말한다. 난 원래 장난기가 많아서 그 장난기로 사람들을 곧 잘 웃게 한다. 어느 모임에서든지 분위기를 파악하고 나면, 장난기가 발동해서 무거운 분위기를 끌어내린다. 설교하려고 강단에 오를 때를 제외하면, 늘 그런 분위기로 살고자 애쓴다. 정은경 질병본부장에게서도 장난기를 보았다. 지난 429일이었다. 5월 어린이 주간을 맞아, ‘코로나19’에 대한 아이들의 질문에 답하는 녹화 브리핑이 공개되었다. ‘씽씽이는 타도 되나요? 생일파티는 하면 안 되나요? 바이러스는 얼마나 작은가요? 코로나19에 걸리면 수술해야 하나요?’ 등, 천진난만하고 재기발랄한 호기심으로부터, ‘어떻게 하면 본부장님 같은 사람이 될 수 있나요? 어떤 공부를 해야 질병본부에서 일할 수 있나요?’하는 질문까지 쏟아졌다. 본부장은 늘 신중하고 심각한 표정이지 않던가? 첫 번째 환자이후 101일 만에 보는 수장의 활짝 웃는 모습이었다. 아이들의 질문에 고맙고 뿌듯하다며 환하게 웃을 때 나도 덩달아 웃었다. 소탈한 그의 함박꽃 웃음에서 장난기가 살짝 묻어났다. 국민들을 안심시키는 웃음이요, 포근한 엄마의 미소였다. 이렇게 헌신하고 희생하는 본부장과, 그 많은 분들 때문에 우리 국민들은 편안하게 잘 지내지 않는가?

 

 

 

  본부장은, 대통령이나 총리보다 더 단단한 신뢰감을 준다. ‘염색할 시간이 없다. 수면시간에 쫓겨 쪽잠을 잔다. 식사할 겨를도 없어 적당히 때운다.’고 했다. 다른 말이 필요 없다. 초췌해진 얼굴, 희끗희끗한 머리, 피곤에 지친 눈망울이 다 일러주었다. 그분이야말로 진지함, 측은함, 인간미가 보이는 장난기까지 갖추었다. 시대적인 영웅이자, ‘코로나19의 여왕’으로 손색이 없다고 보는 이유다.

                                           (2020. 5. 2. )

 

댓글 0

파일 첨부

여기에 파일을 끌어 놓거나 파일 첨부 버튼을 클릭하세요.

파일 크기 제한 : 0MB (허용 확장자 : *.*)

0개 첨부 됨 ( / )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467 마음의 빚 정남숙 2020.05.04 0
1466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날이 있다더니 박제철 2020.05.04 1
1465 김상권 후배의 선종을 애도하며 김길남 2020.05.04 0
1464 마음의 거리와 사회적 거리 정석곤 2020.05.03 10
» 코로나 퇴치의 여왕, 정은경 한성덕 2020.05.03 1
1462 밤을 잊은 그대에게 최상섭 2020.05.02 5
1461 나도 확찐자 정남숙 2020.05.02 0
1460 4월에 피는 풀꽃들 최상섭 2020.05.02 6
1459 마스크와 손편지 김길남 2020.05.02 2
1458 춘포다빛소리수목원 구연식 2020.05.02 2
1457 '평범'을 '특별'로 바꾸는 힘 두루미 2020.05.01 2
1456 까치가 물고 온 봄(2) 한성덕 2020.05.01 1
1455 봄 냉이와 주꾸미 맛 최인혜 2020.04.30 3
1454 10분 햇볕 쬐기 두루미 2020.04.30 3
1453 멀어져야 사는 세상 최인혜 2020.04.30 2
1452 할머니의 장갑 두룸비 2020.04.30 5
1451 잠재의식 한성덕 2020.04.29 5
1450 마스크 정남숙 2020.04.28 8
1449 지금이 행복한 때 한일신 2020.04.28 4
1448 가고픈 농촌 최기춘 2020.04.28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