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품아, 고맙다

2020.05.05 13:09

한성덕 조회 수:4

하품아, 고맙다

 

                                                                             한성덕

 

 

 

 

 

 

 

  하품하는 내 입이 얼마나 큰지 궁금해서, 입을 벌리고 눈을 부라리며 주먹대신 사과를 넣어 보았다. 한 입에 다 넣지도 못하면서 얼마나 악을 썼던지 턱에 쥐가 날 지경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거울 앞에 앉아 온힘을 다하여 하품하듯이 입을 벌리고 줄자로 쟀더니 50mm가 되었다. 아내의 입도 동일한 크기였다. 부부는 닮는다지만 각기 다른 입의 크기까지 같다는 게 신기했다. 다른 부부의 하품하는 입도 닮았는지 궁금했다.      

 

  하품은, 포유류를 비롯하여 파충류나 조류 등에서도 일어난다. 하품을 왜 하는지 이것저것을 살폈더니, 피로도와 긴장감에서 온다고 했다. 대개의 경우는 졸리거나, 지루하거나, 산소가 부족할 때 하품을 하지만, 배가 고플 때도 나온다. 그리고 잠에서 막 깨어났을 때, 재미없는 이야기를 들을 때, 따뜻한 햇볕을 쬐고 있을 때, 옆 사람이 하품을 할 때, 집중력이 떨어질 때, 또는 편두통이 일어나기 직전에도 하품이 나온다.

 

  하품하는 이유를, 가장 최근의 이론에서 찾아냈다. 뇌를 좀 차갑게 해야 하는데, 지나치도록 활발하게 움직이면 뇌가 뜨거워져 하품을 자주 한다는 것이다. 이 가설을 검증하려고, 실험참가자들의 이마에 차가운 수건과 뜨거운 수건을 올려놓고 뇌의 반응을 조사했다. 그 결과, 차가운 쪽의 뇌가 차분해지면서 초롱초롱해지는 것을 확인했다. , 뇌가 뜨거워졌을 때, 뇌를 좀 더 차갑고 기민하게 움직이도록 무의식적으로 하품을 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요즘처럼 쌀쌀한 냉기가 물러가고 따뜻한 봄기운이 올라오면 하품이 더 잦아진다. 평소에는, ‘하품이 나오니까 그냥 한다.’는 식으로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 일쑤였다. 실제, 한 번이라도 하품의 좋은 점을 생각이나 했던가?

 

  하품은, ‘뇌의 부하(負荷)를 막아주고, 뇌의 독소를 제거하므로 치매가 예방되며, 엄청난 집중력을 요할 때 하품이 필요하다. 또한, 세로토닌과 도파민의 수치를 높여서 스트레스 해소에 크게 작용한다. 그런가하면 하품이 시차적응에 도움을 주고, 하품할 때 나오는 눈물이 안구건조에 효과적이며, 화가 나 혈압이 오를 때도 안정된 맥을 찾아 진정작용을 한다.’는 게 하품의 유익한 점들이다.

 

  이 좋은 하품을, 얼마동안 하지 못할 때가 있었다. 왼쪽 턱에 심한 통증이 들어붙은 게 아닌가? 외과의사의 처방전을 받았다. 턱 안쪽 어금니 부분의 염증이라며 아침저녁으로 닷새 분의 약을 먹었다. 나아지는 낌새가 보이지 않아 이번에는 치과로 갔다. 역시 염증이라며 닷새분의 소염제만 처방해 주었다. 그래도 아픔은 개선되지 않고 하품하는데 진통이 따랐다. 50mm의 하품을 시원스럽게 해야 하는데, 10mm의 입이나 벌어질까? 하품 뒤의 시원함은 온데간데없고 찝찝함이 남았다. 아내는 ‘어쩌려고 그러느냐?’며 큰 병원의 구강외과를 가라고 했다. 만약, 큰 병원에서 겁나는 소리를 들으면, 되레 병이 깊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참아보기로 했다.

 

 

 

  아픈지 한 달이 되었다. 입을 넓게 열어 노래를 부르고, 쩍쩍 벌려서 밥숟갈을 떠 넣으며, 마음껏 하품을 하고나면 시원했던 게 얼마나 고맙고 감사한지, 생각 없이 하품을 한 게 미안했다. 왼쪽 턱관절의 고통이 심해서, 50mm의 입을 10mm정도로 벌릴 듯 말 듯, 그것도 몸서리치며 하품을 했었는데 처음으로 가져보는 하품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운 마음이었다.  

 하품한 것을 고맙게 여기는 걸 보면 이제야 철이 들었나보다. 내가 철이 들 때를 입이 기다렸나? 아니면, 약발이 제대로 먹혀서 치료가 되었나? 그저 알쏭달쏭할 뿐이다.

                                                                           (2020. 5.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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