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일상

2020.05.06 14:15

하광호 조회 수:0

일상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하광호

 

 

저녁식사를 하며 아내가 말했다. ‘그 일을 하라고 시켰으면 큰일 나겠다’고 한다. 나는 밭일을 하고 온 뒤에는 아이고 팔다리 어깨가 쑤신다고 신음을 하곤 했다. 아내는 내일 상추 묘를 사온다고 한다. 완주군 삼례 장날이니 좋은 묘 종이 많이 나온다고 했다. 나는 대꾸하지 않고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더니 한마디 더 한다. 당신은 필요한 만큼만 하지 않고 너무 많이 심는다고 했다. 한마디 하고 싶었지만 식사중이라 목에서 넘어오는 말을 꾹 참았다.

 

 덕진 체련공원에서 함께 테니스 운동하는 회원이 올해도 호성동 소재 자동차등록사업소 부근에 있는 5평가량의 밭을 활용하라고 했다. 한 달 전부터 그곳에 왕래하며 밭을 정리하였다. 삽으로 땅을 뒤집고 고르고 틈나는 시간을 활용하여 새벽에 가끔 작업하였다. 밑거름으로 복합비료와 거름을 시용했다. 1주일 뒤에는 잘 고른 다음 두럭을 만들어 검정비닐을 씌웠다.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코로나19 때문에 꼼짝 못하고 방콕에서 생활했다. TV에 귀 기울이며 생활수칙에 열심히 따랐다. 좋아하는 테니스를 못한지도 두 달이 넘었다. 건지산에 오를 때마다 테니스장을 경유하여 갔지만 테니스코트는 굳게 잠겨있고 허전하기만 하다. 나의 유일한 운동장이며 친구였는데 함께하지 못해 마음은 못내 아쉬움만 남는다. 사람만나는 것을 꺼려하고 부득이 외출 시에는 서로 간격을 두고 마스크는 착용하고 조심조심 생활해야했다. 매주월요일 마스크를 구입하였다. 코로나19가 하루빨리 종식되어 예전과 같이 운동하고 싶다.

 

하지만 요즈음 새로운 친구를 사귀었다. 새벽마다 나를 부른다. 녹음이 짙어가고 말없이 포옹해주는 그이의 넉넉함에 빠져 매일 거르지 않고 만났다. 날씬하고 쭉쭉 뻗은 몸매에 반했다. 때로는 주변에서 불어오는 꽃바람에 가슴을 내어주고 까치와 벗을 삼아 다람쥐의 재롱에 걸음을 멈추곤 했다. 새벽녘 개짓는 소리도 들리고 자연의 생태가 살아 숨 쉬는 오송제의 아늑하고 넉넉함도 보았다. 오리의 활보는 코로나19도 없나보다. 주변의 풍광에 눈이 호광하고 새로운 세상이다. 비가와도 친구를 만나니 세상은 지내기 나름이다.

 

코로나19의 예방에 최선을 다하며 자택에 머물러 지냈다. 주말농장으로 얼마 안 되지만 자연과 벗 삼아 땀흘리다보니 자연적 사회적 거리두기이다. 종묘상에서 고추, 상추, 토마도, 가지를 몇 포기씩 구입하여 심었다. 이른 새벽에 작물의 자라는 모습을 보며 물도 흠뻑 주었다. 작물은 주인의 발소리를 듣고 자란다고하지 않는가. 기회 될 때마다 갈 수 있으니 마음이 흐뭇하다.

 

내고향 진안 은천마을에는 몇 해 전 심어놓은 조그마한 농장이 이제는 제법 자라 과수원으로 자리 잡고 있다. 과일나무를 한 그루 한 그루 볼 때마다 애정이 간다. 농장에서 주변을 정리하고 풀도 뽑곤 했다. 지난해는 까치에다 벌에 시달렸다. 농약을 제때하지 않았고 솎아주기를 잘하지 않아 크지 않았다. 올해는 과일나무마다 거름을 한포씩 시용하였고 지난해 심은 묘목이 고사되어 올해도 복숭아묘목 3주를 구입하여 심었다. 밭 가장자리에는 밤나무 2주도 함께 심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도 많았지만 나에게는 주말농장이 두 곳이나 되어 지내다보니 마음은 내심 바쁘다. 지난달에는 20여평에 복합비료와 거름 7포대를 시용하고 트랙타로 경운 뒤 관리기를 활용하여 두둑을  만들었다. 검은 비닐로 멀칭도 하였다. 이제야 농부의 심정을 알 것만 같다. 엊그제 일기예보에 비 온다는 소식이 있어 고추, 토마도, 오이, 양배추, 옥수수, 들깨를 심었다. 혼자서 작업하니 힘도 들었다. 농부의 초년생으로 완료된 뒤에는 기분이 업 되었다.

 

움막에서 앉아 잠시 쉬노라면 마이산 쪽 골짝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시원함이 땀을 식힌다. 예전엔 어머니가 콩을 심은 뒤 포기마다 붓을 하며 풀을 매는 모습이 항상 생각난다. 초등학교 수업을 마친 뒤에는 어머니가 일하는 이곳으로 달려오곤 했다. 이제야 어머니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알 수가 있다.  

조그마한 과수농원은 주말농장으로 가꾸어 고향에 와 생전의 어머니도 그리워하고 마을어르신들도 뵙고 친구들도 만나니 일석 삼조이다. 코로나 19는 내가 좋아하는 테니스는 하지 못하지만 또 다른 것을 발견하였다. 자연과 함께 걸었고 주말농장을 두 곳에 푹 빠졌다.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이후 ‘생활 속 거리두기’(생활방역) 시작이다. 코로나19와 같이 생활하는 새로운 일상을 만들어 가야한다

(20120. 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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