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읍의 매력

2020.05.06 14:48

백남인 조회 수:12

정읍의 매력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금요반 백남인

 

 

 

                                                          

 

 

 

  정읍에는 매월 한 번씩 국내 각 시군의 역사문화유적을 답사하는 모임이 있다. 각 직종에서 정년퇴직을 한 분들로 구성된 모임이다. ‘정읍사랑’이라면 누구한테도 뒤지지 않을 분들이다.  

 

  이른 아침부터 출발하여 약 3시간이면 거의 현지에 도착한다. 해당 시군의 문화유산해설사의 유창한 설명을 들으며 네댓 군데를 들러서 역사유적, 문화유산, 사회상, 산업발전상 등 골고루 살펴보고, 색다른 곳곳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고 메모를 하여 돌아온다. 돌아오는 길에는 차중에서 당일 견학 소감과 우리 고장에서 본받아야 할 점들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눌 때가 많다.  

 

  거리낌 없이 이야기들을 하는 과정에서 우리 고장에는 견학할만한 곳이 별로 없다는 얘기를 하는 분도 있다. 정읍을 폄하하려는 뜻이 아니고, 볼거리와 자랑거리를 발굴하고 새롭게 단장하여 다른 고장 사람들이 찾아오고 싶게 만들자는 의도다. 그리 말씀하시는 분도 누구 못지않게 정읍을 사랑하는 분이다.

 

  올해도 지난해에 이어 ‘정읍 방문의 해’다. 아름다운 정읍의 경치와 명소를 전국의 유람객들에게 널리 알려 마음껏 즐기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놓고도 오히려 찾아오지 않도록 부탁을 하는 안타까움은 말로 형언할 수 없다. 모두들 알다시피 코로나19 때문이다. 유적답사도 석 달째 못하고 있다.  

 

  잠시 정읍의 자랑거리를 떠올려보니 멋있는 역사적 인물들의 모습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오른다. 신라 말기 태산군수로 오시어 선정을 베푸셨던 고운 최치원 선생, 당시의 태평연월을 짐작케 한다. 조선 초기에 한글로 상춘곡 등 시가를 지은 불우헌 정극인 선생, 임금이 불러 벼슬을 주는 데도 조금 하다가 사양하고 우리 정읍에 내려와 마을사람들과 어울려 자유롭고 평화롭게 살아가기를 좋아했던 선생의 선한 모습을 떠올려본다.

 

  조선중기 임진왜란 때 백척간두에 서있던 조선을 지켜낸 이순신 장군, 장군은 전라좌수사에 오르기 전, 2년간 정읍현감이셨다. 새 임지로 떠나면서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라고 하셨다. 정읍의 중요성을 간파하신 뜻이다. 또 임진왜란 때 의병들을 양성하여 크게 활약토록 한 일재 이항 선생, 전란의 위험을 무릅쓰고 조선왕조실록을 지켜낸 안의와 손홍록, 역시 임진왜란 때 부산 동래에서 왜군을 물리친 충신 송상현도 정읍출신이다. 탐관오리의 부정부패에 맞서 동학농민혁명을 주도했던 녹두장군 전봉준을 비롯한 손화중, 김개남 장군들의 장한 기개가 눈에 보이는 듯하다,

 

  그 밖에도 참으로 많다. 조선 임금의 어진을 많이 그린 유명화가 석지 채용신, 유명서예가 창암 이삼만, 충주에서 활동하며 직지심경으로 유명한 백운화상, 독립운동가 박준승, 백정기 의사 등 열 손가락으로도 다 꼽을 수 없다.

 

 

 

  “달아, 높이 돋아 멀리 비추시라.”로 시작되는 백제가요인 정읍사와 “홍진에 묻힌 분네 이내 생애 어떠한고.”로 시작되는 한글 시가문학의 효시인 불우헌 정극인의 상춘곡, 그리고 “새야 새야 파랑새야 녹두밭에 앉지 마라.”로 시작되는 파랑새 등 국문학사에 길이 빛나는 가사들이 있는가 하면, 조선시대 궁중아악 수제천과 호남우도농악 등 국악의 본고장으로서도 명성이 높다.

  지난해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무성서원을 비롯하여 임진왜란 때 의병을 길러낸 일재선생의 남고서원, 태인의 피향정, 고부와 태인, 정읍의 향교는 지금도 선비들이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큰 행사로는 봄철 정읍천변 벚꽃축제는 전국의 사진작가들의 기대를 모으고, 5월이면 동학농민혁명 기념제, 가을이면 정읍사 제전행사와 내장산 단풍축제가 전국의 관광객들의 관심을 끈다.    

  오늘날엔 조상의 빛난 얼을 이어받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관광 등 각 분야에서 창의력을 발휘하여 신지식인들이 속출하고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원하여 성과들이 오르고 그 효과가 증가되고 있다.

  자연경관을 살펴보면 우리 정읍에는 명산이 많다. 국립공원 내장산을 비롯하여 칠보산, 두승산, 입암산, 상두산, 정읍성황산, 태인성황산이 사철 등산객에게 손을 내밀고, 동진강과 정읍천이 호남평야를 적셔주면서 유유히 흐르고 있으며 내장저수지를 비롯하여 입암저수지, 수청저수지 등이 있다.

  지금까지 떠오르는 대로 정읍의 자랑이며 샘골(井邑)의 매력이라고 생각되는 것들을 열거해 보았다. 내가 아직 모르고 있는 멋있는 보물은 또 얼마나 있을지 모른다. 얼마 전에 가요특구가 새로 생기고, 쌍화차거리를 궁전처럼 단장해 놓았으며, 정읍의 명동거리가 생겨나고, ‘정읍의 9경 거리’를 재정비하는 등 정읍의 볼거리는 갖출 만큼 갖춰놓은 듯하다.  

  정읍 사람들은 정읍의 매력을 못 느끼는 듯하다. 다른 지역 사람들이 와보고는 놀라고 부러워하는데도 정읍에 살고 있는 우리들 중에는 잘 모르는 분이 많다. 하기는  다른 지역 사람들도 자기 고장의 훌륭한 점을 모르기는 마찬가지일 성싶다. 정읍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너무나 자랑스럽다. 정읍은 정말 멋있는 곳이다. 매력이 곳곳에 숨어있는 고장이다.

                                                (2020. 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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